[100-24] 충분히 요가스러웠던 여행

- 제주 여행 핵심은 요가와 명상이었다.

by 은가비

제주 여행 마지막 날이다. 오후 3시 비행기니까 2시에 렌터카를 반납하고 탑승수속을 하면 될 것 같아서 오늘 오전 일정은 아난드 요가로 정했다. 그리하여 제주에서 요가수련 3는 아난드 요가원에서의 수련이다. 요가수련 1은 단디샘과 야외에서 했던 요가, 수련 2는 한주훈샘 요가원에서 했던 요가다.


아난드 요가는 다행히 아파트 상가여서 주차하기 편했다. (내가 입주민 구역에 주차해서 경비 아저씨가 나중에 뭐라고 하시긴 했지만 ㅠ ㅠ) 건물 밖에 선생님 사진과 "모든게 흐름안이라"는 문장이 떡하니 걸려있어 보기만 해도 뭔가 고수의 성지같은 느낌이 전해졌다. 어려운 자세로 가부좌를 한 모습이 마치 공중부양 하시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시작 전 다들 요가휠로 몸풀기와 허리 풀기를 하고 있었다. 안좋은 내 허리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희망이 생겼다.

아난드 선생님은 온몸이 수련으로 다져진 세월과 잔근육이었는데 뭔가 다정하고 따듯함이 느껴지는 분이었다. 고수들을 보면서 동작을 따라하다가 잘 안될때는 '흐름'이라는 단어를 계속 속으로 되뇌이며 시도했다. 선생님이 중간중간 수련생들을 도와주시기도 했는데 나도 몇 가지 동작에서 밴드로 보조해 주시거나 팁을 알려주시며 좀 더 난이도 있는 동작으로 나갈 수 있도록 해부셔서 오늘의 수련이 너무너무 좋았다. 부지런떨면서 마지막날까지 알차게 보내려 했던 나를 칭찬해.


오늘의 수련에서 가장 큰 소득은 우르드바다누라(차크라아사나) 동작에서 허리세워 일어서고 다시 역으로 후굴하는 것까지 시도해보게 된 것이다. 앞으로 혼자서 계속 해보고 역자세에서 돌아오기, 다시 일어서보기를 반복해서 할 수 있도록 해봐야겠다. 머리서기는 아직 잘 안되는데 응용동작 잡아주셔서 맛보기 해본 것도 감사한 경험이다. (휠과 밴드 사야겠다.)


뻗어라.

비틀어라.

자극을 만들어라.

그리고 그 자극을 받아들여라.

시도해봐라.


한마디 한마디 내뱉으시는데 그 말씀에 힘이 실려 있어 내 몸이 의식되며 움직였다.

새롭게 해보는 비틀기 동작과 버티기 동작들이 땀 줄줄 쏟아지게 힘들었지만 온몸을 자극하니 너무 개운해졌다. 다음에 제주에 내려와서 여러 번 요가하러 오고싶다는 마음이 생기게 한 곳이다. 한주훈 선생님과는 또 다른 스타일이다. 기쁜 건 아난드샘이 어디서 요가하냐 얼마나했냐 물으셔서 저는 동네에서 다니다말다했다며 민망해했는데 그래도 몸이 좋으니 계속 수련해보라 하신다. 칭찬이겠지(^---^) 허리아픈거 의식하면서 척추사이 공간을 계속 만들면서 고난이도 동작 시도해보라고 하셨다. 연습해야지.

역시나 여기도 수련생 대부분이 요기니였고, 요가원장님들이었다. 수련생들 몇 분이 물어보셔서 대화를 나누게 되었는데 내가 혼자 여행하는것도, 평민이면서 여길 요가하러 찾아온 용기도 대단하다며 놀라신다. 제주에서의 모든 요가는 차담과 연결되어 있었다. 차담과 대화와 요가와 명상, 이 모든 게 연결된 흐름인가보다. 앞으로 나도 차를 자주 마시리. 차담차담차담~ 이 차담의 시간이 의미하는 게 뭘까. 선생님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있는 수업 전후로 이렇게 시간이 많이 걸리는 차준비를 다 하시는 이유는 무얼까. 귀찮거나 힘들지는 않으실까 궁금했다. 오늘은 공항에 가야 하는 시간을 계산하느라 느긋하게 끝까지 머물지 못해서 아쉬움을 뒤로 하고 먼저 나왔다. 내 미련은 아마 저기 좀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친한 책벗이 혼자 여행하는 사진들을 올린 인스타 게시물을 보며 여행도 내 스타일대로 나답게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좋아보인다고 했다. 책방 취향의 섬 북앤띵즈의 문구도 생각나면서 나의 취향과 나다운 스타일은 과연 어떤 것인가 파악해보고 싶어졌다. 펼쳐본 책에서 서문에 나온 문장이 좋았는데 때로는 흘러가는대로 놓아둘 줄 알아야 한다는 데 깊은 위로를 받았다. 늘 아등바등하면서 조급해하고 애쓰며 인생이 내 계획대로 진행되고 통제되길 원하느라 버겁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온전히 나를 돌보며 느긋하고 싶었다.


내가 정말 행복한지 잘 살고 있는지 자신에게 자주 물어봐주자.

나를 알기위해 떠나온 이 여행에서 진짜 나는 나다웠을까.

한 가지 확실한건 앞으로는 미리 움츠러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먼저 겁먹지 말고 일단 시도해보고 깨지면 다시 해보면서 될 때까지 해내는 용기를 가져볼거다.

그러면서 생채기나고 흉터가 남더라도 단단하게 나를 지켜낼 그 힘으로 나답게 나만의 색깔과 모양을 만들어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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