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3] 혼자서도 잘 놀기

- 사십대에는 혼자서도 잘 놀 수 있어야 한다.

by 은가비

나는 혼자서도 잘 논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약속을 잡으려다가 상대와 시간이 잘 맞지 않아 애써 건네본 말이 무색해지거나 상대가 내게 제안했을 때 내 일정과 시간이 맞지 않아서 거절하게 되는 일들이 빈번해지면서 혼자서 여기저기 다니며 시간을 보내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


혼자 뭘 한다고 해서 외롭다거나 남들이 보기에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는 나이는 지났다고 본다. 사십 대는 혼자서도 잘 놀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 사십대 워킹맘은 너무나 다사다난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인생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가뜩이나 신경쓸 것도 많고 기억해야 할 일도 많고 해야할 일도 많은데 시간 약속 잡고 누구와 뭘할까를 고민하면서 일정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일은 점점 줄이게 된다.


사실 오늘 같이 산책도 하고 커피도 마시자고 대학원 동기에게 제안했으나 선약이 있다고 했다. 그녀가 일정을 물었을 때는 내가 시간이 맞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결국 혼자 놀게 되었다. 숲길을 맨발로 걸으며 나름 걷기 명상도 하고 전망대에도 올라가보고 카페에서 커피도 마셨다. 내가 좋아하는 카푸치노의 계절이 오고 있다. 아직은 낮에 폭염주의보가 울리는 요상한 날씨지만 9월이니까 이제는 따듯한 커피를 마신다.


창밖으로 호수 공원의 전경도 보고 그림같이 예쁜 하늘과 구름도 보았다. 오롯이 혼자 느끼는 여유다. 일교차가 심해져서 나뭇잎 색깔이 바뀌기 시작했고 생각보다 제법 많이 낙엽이 굴러다니고 있어 조금 슬펐다. 어제 친구가 낙엽을 보고 눈물이 찔끔 났다고 했는데 나도 마음속에 바람이 휑하니 부는 기분이다. 올해도 벌써 얼마 남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부터 든다.


나의 마음, 나의 하루, 나의 감정, 나의 상태를 잘 알아차리며 혼자서 나를 잘 데리고 놀아보자. 그런데 사실 난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엄청 사교적인 사람이라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노는 것도 아주 좋아한다. 혼자서도 잘 노는 사람이 균형을 맞춰가며 타인과도 잘 지낼 수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다. 나만의 시간을 지혜롭게 보내는 방법, 나 자신을 잃지 않으면서 인간 관계를 이어가는 방법을 계속 탐구하고 있다.


읽으려고 가지고 나온 책에서 천미진 작가의 글을 보았다. 그녀가 진행하는 그림책 글쓰기 작가 수업을 3주째 들었는데 수업시간에 한 이야기들과 글이 거의 일치한다. 그림책을 많이 읽은 편인데 창작은 또 다른 문제라서 고전으로 불리는 명작들을 다시 꺼내 읽었다. 사노 요코와 레오 리오니의 책들은 언제 읽어도 좋다.


요즘의 나는 무얼 모으고 있나 생각하며 <프레드릭>을 읽었고, 사노 요코의 깊은 통찰은 여전히 다 알 수는 없지만 가슴 밑바닥부터 울림을 주는 그 특유의 느낌이 있어 묘한 위로를 받는다. 소중한 사십대의 하루하루, 나는 앞으로 무얼 모으며 살아가야 할까. 사노 요코처럼 쿨하고 철학적이고 멋진 노년으로 나이들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오늘도 혼자 잘 놀았다.


#책과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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