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의 역설

지네의 딜레마

by hym

꽤 오래전 일이다.

"아아-악", "엄마야~" 수업 중 칠판에 뭔가를 적고 있는데 갑자기 외침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속으로는 놀라면서도 침착히 뒤돌아보았다. 몇몇 학생들이 소스라쳐 의자에서 일어나며 당황해하고 있었다. "지네예요!", "지네요!" 어디선가 나타난 지네로 교실은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그녀는 "자~ 자~ 어디 보자~" 하며 A4 용지 한 장을 들고 그쪽으로 걸어갔다. 15cm가량의 지네였다. 지네의 움직임에 따라 검은 마디마디가 번들거렸다. 꽤 튼실해 보였다.


여학생들의 카랑카랑한 목소리에 지네는 얼마나 놀랐을까. 그녀는 A4 용지를 지네 머리 가까이 대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자~ 네 갈 길로 가야지. 길을 잃었나 보네. 내가 길을 찾아줄게, 이리 온." 지네는 얌전히 용지 위로 기어 왔다. 그녀는 용지를 들고 천천히 이동하여 교실 밖으로 나가 창밖으로 지네를 옮겨주었다. 교실은 다시 조용해졌다. 그녀는 아무 일 없었던 듯이 수업을 이어갔다. 당시 그녀는 마음공부를 하며 초연함을 연습하고 있던 터라 자연스럽게 대처할 수 있었다.


갑자기 이 사건이 떠오른 이유는 어제 요가 중 한발 서기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자연스럽게 잘했는데 어제는 자꾸만 몸이 흔들리고 끝까지 버티지 못한 채 다리를 내려놓고 말았다. 사실은 요가 전에 남편과의 갈등으로 혼자 왔는데, 어느새 쪼르르 쫓아와 뒷자리에 앉아있는 그로 인해 마음이 불편했다. 그 불편감이 몸과 마음의 균형을 깨뜨리고 에너지를 산란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한 곳을 바라보며 집중하려 했고, 그럴수록 몸은 더 흔들려 갔다. 이름하여 '지네의 딜레마'였다.


지네는 너무나 행복했어요.

두꺼비가 장난으로 이렇게 말하기 전까지는요.

'지네야, 지네야, 어느 발 다음에 어느 발을 내딛는 거니?'

지네는 자기도 너무 궁금해서 궁리하다가

도랑에 빠지고 말았대요.

어떻게 걸어야 할지 몰라 발이 그만 꼬여버렸대요.

—캐서린 크래스터, 〈지네의 딜레마〉


평소에 잘하던 일들도 애써 잘하려고 의식하면 오히려 일을 망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귀한 손님이 온다고 해서 평소보다 더 긴장해 실수하는 소위 VIP 신드롬도 비슷한 경우다. 호흡명상을 처음 배울 때도 그렇다. 평소에는 자연스럽게 하던 호흡인데도 들이마시고 내쉬는 숨을 의식하다 보면 호흡이 아주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몸에 배어있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것, 어쩌면 본능적이고 무의식적으로 하는 것인데 지나치게 의식하게 되면 도리어 꼬여버리는 현상이다.


그러고 보니 교실에서 지네를 구조할 때의 그녀는 지네의 딜레마에 빠지지 않았다. 학생들이 놀라는 상황에서도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하기보다는 그저 자연스럽게 행동했다. 마치 지네가 수많은 다리를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걷는 것처럼. 글쓰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잘 쓰려고 애쓰기보다는 매일 쓰는 습관을 기르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 지네가 걸음을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걷듯이, 글쓰기도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