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강남의 밤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며칠이 지나도 마음이 가시질 않았다.
잘 살고 있다고 믿었던 내 삶은 잘 살지 못했으니까.
인생의 찬란함이라는 말이
한참 동안이나 내 마음에 머물렀다.
딱 나였던 순간이 있었다. 부모님을 떠나 대학교를 다니고, 서울로 취업해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내 이름으로 불렸던 때, 그때는 온전히 나였다. 지나 보니 내 인생은 그때가 제일 자유로웠다. 하고 싶은 것을 찾아다니며 영감도 많이 받고 이것저것 시도도 많이 하며 실패도 많이 했던 때, 취업해서는 돈도 직접 버니까 경제적으로도 자유로웠던 때였다.
인생에서 다시 오지 않을 찰나의 시간이었다. 눈에 보이는 것이 없어서 미래가 불안했지만 지나 보니 그때가 제일 빛났구나 싶다. 혼자만을 영위하면 되던 삶은 서른살 결혼과 함께 종료되었다.
서른넷의 12월이다. 연말에 난 왜 약속이 없을까 싶을 때쯤에 문자가 왔다. 평소 같으면 저녁 약속은 상상도 못 하는데 모처럼 남편이 휴가기간이라서 모임에 나갔다. 강남의 밤거리는 정말 오랜만이었다.
맨날 정해진 사람만 보다가 지하철을 채운 사람들을 보니 사람이 너무 많았고 젊음이 느껴졌다. 10년 전에는 나도 이 도시에서 일했고 살았고 늘 여기를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이 답답했었는데 10년 뒤 내 모습은 강남에 볼일이 있어 나가는 자체를 즐거워하고 있었다.
여전히 강남에 있는 사람, 강남을 벗어난 사람, 서울을 벗어난 사람들이 섞여서 모처럼 술을 마시며 지난날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도 여기서 먹고 자고 일하며 살았는데 이제는 강남을, 서울을 스쳐간 수도권 사람이 되었다.
정말 오랜만에 술집다운 술집에서 술을 마시는 게 좋아 분위기를 즐기면서도 틈틈이 막차를 확인한다. 마지막 열차에 취기 있는 몸을 싣고 꾸벅꾸벅 졸았다. 잠깐 눈을 떠서 여기기 어디쯤인지 확인하고 눈을 더 붙였다. 지하철에서 내려서 택시를 잡고 집 앞에서 내렸다. 술을 마시는 시간보다 술을 마시기 위해 왔다 갔다 한 시간이 더 걸린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