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원도심과 1기 신도시의 경계에 위치한다. 우리 집이 있는 블록은 원도심이 있을 때는 도심의 끝부분이었고 신도시를 개발하면서는 기존 도시와 닿는 부분으로 2개의 도시가 섞이는 중간적 성격인 블록이다. 신도시를 개발하면서 필요한 학교용지, 단동 주택 용지가 있고, 그 이전에 지어진 건물들을 유지하며 그 사이 공간은 공원으로 비워놓았다. 블록에 면한 쪽은 건물들로 가득 차 있지만 블록 안으로 들어오면 공원, 학교로 비어있다. 그래서 집 주변에는 문방구, 편의점, 작은 식당 몇 개와 학교와 공원의 나무들 뿐이다.
강남 살 때처럼 집 앞에 스타벅스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1킬로를 걸어 나가면 스타벅스 매장을 4개는 만날 수 있다. 스타벅스의 매장 수를 보면서 나는 도시에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여러 상권들 틈에 살아서 어디를 가도 스타벅스를 만달 수 있는 것이었다. 걸어서 1킬로를 가고 또 걷다 보면 계속해서 스타벅스는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나는 내가 접할 수 있는 스타벅스의 수를 보면서 이곳의 도시화는 안정기에 접어들었음을 느꼈다. 부동산 호재는 없을 것이다.
2015년 하반기부터 부동산은 상승곡선이었다. 아파트를 최저가에 사서 오르려고 할 때 아파트를 팔고 빌라를 분양받아서 부동산 상승곡선을 비껴갔다. 자진해서 하락세를 타게 되었다. 이것이 다 시골 감성을 찾다가 이렇게 된 것이다.
빌라살이의 좋은 점은 집값이 거리에 붙어 있지 않아서 집값의 파동에 덜 예민하지 않게 되었다. 아파트는 단지명, 평형대, 층수, 조망권, 일조권으로 시세를 유추할 수 있지만 빌라는 생긴 모양이 다 달라서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빌라는 싸고 사면 헐값 된다고는 누구나 예상한다.
집값이 내 기분을 좌우하지 않지만 억 차이 나게 벌어진 것에 대서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 빌라 말고 아파트로 이사 갔다면 지금은 어떤 삶을 살 까란 생각도 해봤다. 최근 몇 년 동안 꿈을 좇는 사이에 남들의 집값은 다 올랐다. 나만 제자리 같은 기분에 한동안은 시무룩했고, 시간이 지나니 어차피 내 것이 아니었다면서 마음을 비웠다.
이 집에 와서 집값이 오르지는 않았지만, 그 몇 년 등 하원을 정말 편하게 했고. 집 근처에서 일도 구할 수 있었고, 애엄마라서 포기할 수밖에 없는 전공 공부도 계속해서 할 수 있었다며 위안 삼았다.
“그동안 아이들도 잘 컸고 하고 싶었던 것들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고 있잖아. 나는 집값 말고 시간을 번 거야. 어차피 우리가 가진 돈으로 가봤자 옆 단지에 있는 20년은 지난 아파트단지였을텐데. 거기도 서울이 아니라서 올라봐야 조금 올랐을 거야. 처음부터 내 것이 아니었던 거야.”
아이를 아파트의 편리하지만 답답한 삶에 가두고 싶지 않아서 선택한 삶이었다. 특히나 어릴 때 집 밖에 외부공간이 있다면 아이들 유년기에 좋을 것 같았다. 집안의 외부공간은 우리에게 많은 이벤트를 선물해줬다.
맨발로 놀았다. 봄마다 식물을 심었다. 여름에는 물놀이를 했다. 해먹을 그네 삼아 놀았다. 모래놀이를 했다. 비눗방울 놀이를 했다. 고기를 굽는다. 군고구마를 구웠다. 돗자리를 폈다. 잠자리를 잡았다. 책을 읽었다. 빨래를 널었다. 텐트를 펼쳤다. 눈이 쌓였다. 보통의 아파트에서 누리기 힘든 외부공간을 가지며 집에서 추억이 조금 더 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