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로도 살고 나로도 살고.

17. 아이들의 유년기

by 봄에

사람은 유년기의 기억으로 평생을 산다.

서른 전에 배운 걸로 평생 밥벌이를 한다.

벼는 익으면 비로소 고개를 숙인다.



내 인생을 이끈 문구들이 있다. 사회초년생 때는 힘들 때마다 유년기의 기억이 떠올랐다. 부모님이, 고향이 그립지만 다시 돌아갈 수 없기에, 고향을 떠났기에 더 그리웠던 말이다.


서른까지는 나를 위해 살자며, 고령화시대니까 서른다섯까지는 날 위해 살자며, 내 인생에 집중했다. 초년이 끝난다는 게 무서워서 그 끝을 놓지 못했다.


엄마가 돼서 대학원 공부를 시작하니 나는 아이도 보고, 일도 하고, 공부도 하는 사람이 되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나도 내가 힘든 삶을 살 것이라고 생각해보지 않았다.


대학원을 입학하고 자기소개를 할 때. 아이가 크는 동안 공부를 하고 싶다고 말할 수 없었다. 다들 일하면서 공부하는 사람이었다. 학교를 다니게 되면서 나는 일을 제대로 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언젠가 내 것을 내려놓는 날이 올 것이라 믿었다. 엄마가 되었어도 아직은 나도 초년이라고, 내 것을 좀 더 해보고 싶어서 나는 엄마이기보다 내 인생을 살았다.


그렇게 몇 년을 살다 보니 경력도, 공부도, 육아도 어느 정도 갖춰진 사람이 되었다. 이제는 나를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나 자신을 내려놓으라고 모두가 나를 괴롭혔다.


내 청춘을 찾다가 아이들의 유년기를 놓치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하루가 다르게 아이들은 성장 중이다. 아이들이 더 크면 자기 인생 찾겠다면서 자기 삶을 살겠지?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에 더 충실하고 싶다.


내 인생은 초반에 달렸으니까.

아이들과 시간 좀 보내고 천천히 하자고.

요새는 나로 사는 것보다,

엄마로 사는 게 더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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