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손님
16. 이제 나도 손님이 되어간다
한집에서 15년을 보냈는데
유독 겨울만 생각나는 것일까?
여름에 먹었던 음식도 많았는데
겨울에 먹었던 것만 기억난다.
부모님은 농사일을 하셨다. 봄여름가을은 무척 바쁘셨고 겨울에는 한가하셨다. 한가한만큼 겨울마다 돈이 멎는 느낌을 받았다. 수확물이 없으니 돈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했다. 대신에 겨울이 되면 부모님과 함께하는 시간과 저장해둔 수확물은 늘 있었고, 엄마는 우리를 위해 요리하셨다. 겨울에 해주는 음식은 오로지 나를 위한 것 같았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돼서는 방학 때마다 사촌언니 오빠네랑 우리 남매는 일주일씩 서로의 집에서 번갈아가면서 방학시간을 보냈다. 사촌언니는 겨울방학에 놀러 와서 일주일 가까이 우리 집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출근하지 않고 밖에서 일도 하지 않는 우리 아빠에게 질문했다.
"삼촌은 왜 일하러 안나 가세요?"라고 물었다.
시골에도 아파트도 있고, 빌라도 있고, 주택도 있다. 나처럼 외딴곳에 사는 친구보다 마을에 사는 친구가 훨씬 많았다. 농사일을 해도 밭에 집을 짓는 사람보다 마을에 살면서 밭으로 출근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 우리는 밭과 집에 붙어 있어서 늘 생활과 일이 섞인 삶이었다. 집에는 늘 일이 쌓여 있는 것을 보고 자랐고, 겨울이 되면 너무 추워서 할 일 없는 것도 보고 자랐다.
여름에는 우리 집을 찾는 손님들이 많았다. 일하시는 분들, 차 마시러 온 분들, 아빠의 친구들, 친척들, 주말에는 친척들의 친구들도 우리 집을 찾았다. 부모님은 손님들이 오시면 먹을 것을 내어 놓곤 했다. 여러 음식들을 먹었지만 손님들에게 줄 것을 우리도 함께 먹으며 한 끼를 해결하는 것 같았다. 여름날엔 부모님이 일도 바쁘고 집에 오신 손님을 챙기시느라 우리는 오신 손님들 틈에서 알아서 놀았다.
손님들은 밖에서 삼겹살을 구우며 아파트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으면 이맛이 안 난다며 고기를 맛나게 먹었다. 자신들이 사 온 고기와 반찬을 마음껏 먹고 신나게 웃고 떠들며 노래도 불렀다.
손님들은 캠핑장을 찾아서 자연에서 바비큐를 해 먹고 농촌 체험하러 오듯 우리 집을 찼았고 도시생활의 긴장감을 살짝 내려놓았던 것이다.
여름날은 늘 손님으로 북적되고, 시끄럽고, 밭일도 엄청나게 많았다. 우리 집은 유원지가 따로 없었다. 여름방학 내내 저녁엔 늘 삼겹살을 먹은 것 같다.
손님들은 우리 집에 오면서 드라이브를 했을 것이고, 도착해서는 야외에서 맛있는 것을 해 먹고, 농사일도 조금 도와주며 추억을 쌓았을 것이다. 캔 감자, 고구마, 딴 과일, 채소를 조금씩 챙겨가서 식량으로 썼을 것이다.
진짜 흙을 밟는 기분으로, 아이들을 마음껏 풀어놓을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 내가 아이들과 함께 친정에 가는 이유다. 이제 나도 손님이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