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난독증
그 동안 나는 ‘여자의 수다’를 소모적인 활동으로 치부한 경향이 있었음을 고백한다.
비생산적이고 무의미한 활동이라고 여긴 것을 고백한다.
그러나 내가 회사를 그만두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때 가장 큰 힘이 된 것이 다름아닌 ‘아줌마들과의 수다’였음 또한 고백한다.
그리고 그 비생산적이고 무의미한 활동이라 여긴 수다 이후 나는 스트레스트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다.
이런 믿지못할 결과에 대해 서울대 의과대학 서유헌 교수는 남녀의 뇌의 차이로 설명한다.
통계에 따르면 여자가 남자보다 평균적으로 7년을 더 오래 산다고 한다. 서교수는 그 이유를 여자가 남자보다 좌우의 뇌를 더 잘 연결해서 활용한 덕이라고 밝혔으나, 더 밀접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스트레스’라고 하였다. 남자보다 여자의 뇌가 스트레스 해소를 잘한다는 것이다. 여자들은 분위기를 잘 감지하고 전체적인 감정 파악능력이 뛰어나나 감정에 치우치기가 쉬우나 감정이 풍부하고 여러 스트레스 상황 하에서도 감정적 해소를 잘하기 때문에 장수하는 경향이 많다는데, 대체적으로 동의하고 있다고 설명하였다.
칼럼에서 서교수는 이렇게 충고한다.
"적어도 여자만큼 오래 살기 위해서는 남자들도 여자와 같은 뛰어난 적응력을 가져야 하며, 감정적 해소를 할 필요가 있다. 울적하여 울고 싶을 때는 참지 말고 울며, 이야기할 때는 너무 논리적인 데만 신경 쓰지 말고, 상대방 감정과 분위기를 파악하면서 이야기해야 한다. 어떤 생활 환경에서도 적극적이고도 낙관적인 태도로 열심히 일하고 단순하게 적응하는 것이 남자에겐 필요하다." 출처: 남녀 뇌 차이 <여자가 더 오래 사는 이유>2009.10.26 ezday 라이프, 생활건강정보
서교수뿐 아니어도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게 살라고 충고하는 사람은 많다. 나도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감정을 소통하는데 익숙해지라고 충고하고 싶다. 사실 나이를 먹으면서 가장 힘든 일 중 하나가 솔직하게 내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다. 좋아한다고 하면 나를 무시할까 봐, 무섭다고 하면 나를 겁쟁이라고 놀릴까 봐, 신난다고 하면 가볍다고 생각할까 봐, 싫다고 하면 부정적인 사람으로 찍힐까 봐 우리는 솔직한 감정을 숨기고 사는데 더 익숙해졌다. 그래서 가면을 쓰고 사는 게 더 마음이 편하다.
그러나 문제는 감정을 숨기고 살다 보니 정말 내가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읽어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내 마음의 난독증'을 앓는 꼴이다.
내가 꾸며낸 감정으로 세상과 소통하다 보니, 세상은 내가 무엇을 느끼는지 알리 없다.
게다가 스스로도 감정을 읽어내지 못하니, 결국 우리 자신의 감정은 방치되어 버린 셈이다.
나 자신조차도 알아주지 못하는 감정을 과연 그 누가 알아줄까?
마음의 소리를 무시하면 마음은 우리를 떠나가 버린다.
행복이 무엇인지, 슬픔이 무엇인지 느낄 수가 없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항상 허기진 감정상태를 안고 살아갈 수 밖에 없다. 무엇을 해도 채워지지 않는 상태. 그렇지만 무엇이 부족한지도 모르는 답답한 상태가 되고 만다.
이처럼 한심하고 안타까운 상태가 또 있을까?
육체를 유지하기 위해 음식이 필요한 것처럼, 우리의 건강한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음식이 필요하다.
따뜻한 감정을 키우기 위한 공감과 나눔이 그것이다. 슬프고 힘든 감정을 위로하기 위한 도움과 배려가 바로 그것이다. 나의 마음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다른 사람은 몰라도 당신 자신은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옆의 누군가를 위로하기 앞서 당신의 감정과 마음은 안녕한지 한번 물어보기 바란다.
더 오래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을 건강하게 살아내기 위해 우리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밥을 먹이고 적당히 운동시켜 보는 연습을 해보도록 하자.
아줌마 수다의 3가지 법칙
아줌마들의 대화에는 몇 가지 두드러진 특징이 있다.
첫 번째 특징은 공감과 이해를 기본으로 듣는 대화라는 점이다.
“나 네일이 벗겨지면서 손톱이 자꾸 갈라져”
“그래? 어떡해. 속상하게…… 이것 봐, 나도 자꾸 갈라져”
“어디 좀 봐봐. 어째? 그래도 자기는 손이 예뻐서 안 발라도 괜찮다. 나 봐봐. 난 안 바르면 못 봐주잖아”
“정말? 나도 그런데…… 그래서 난 요즘 잠깐 쉬고 있어. 언니도 몇 주 젤 네일 하지 말고 일반 매니큐어 발라”
그렇다고 그녀들의 대화가 아무런 결과와 건설적인 비전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녀들이 중시하는 것은 ‘결과를 위한 컨설팅’이 아니라 아픔과 슬픔에 대한 공감이 우선이다.
그래서 그녀들과 잠깐의 대화를 하다 보면 위로 받는 느낌이 강하다. 그 위로가 나의 직접적인 상처라 아니라도 말이다. 마치 작은 나의 상처에도 공감해주고 위로해주니 나의 깊은 상처는 더 보듬어 줄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를 갖게 한다. 사실 그런 공감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위로 받지 않았던가?
두 번째 특징은 강점을 찾아가는 대화라는 점이다.
그녀들은 철저히 지금 함께하는 상대에게 긍정적인 피드백을 준다. 부정적인 말을 하더라도 그 속에 숨은 긍정의 가닥을 찾아낸다.
“우리 애는 너무 노는 걸 좋아해. 공부는 안 하려 하는데 어떻게 하지?”
“무슨 소리~ 말 시켜보니까 언니 닮아 그런가 엄청 똑똑하던데?”
“아직 애가 어린데 건강히 잘 노는 게 최고지. 약해빠진 애들보단 훨씬 낫지”
“7살 되면 유치원에서 공부 가르친다니까 걱정 안 해도 되~”
그녀들과 이런 대화를 하다 보면 미처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강점을 찾게 된다. 지금의 단점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장점과 가능성을 다시 알아보게 된다.
또한 부정적인 시각으로 가득 찼다 하더라도 아줌마들과 대화에서는 나도 모르게 강점자원을 찾으려 노력하게 된다. 나의 강점을 그녀들이 찾아 줄 때도 있지만, 나 또한 누군가의 강점을 찾아 피드백해줄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강점을 발견하는 능력이 키워진다.
세 번째 특징은 겸손이 바탕이 된 대화라는 점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그렇겠지만 특히 여자들은 ‘척’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공감과 이해의 교류가 여자들의 대화 목적인데 스스로 잘났다 하는 사람에게는 공감도 이해도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들과의 원만한 관계를 위해서라도 겸손의 인격을 연습하게 된다. 인성이 좋아지는 역할을 한다.
아줌마들과의 수다에서 이런 소통의 장점을 배울 수 있다. 하지만 분명히 해둘 것은 그 대화 속에서도 반드시 자신의 올바른 주관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녀들과의 대화에서 서로간의 아름다움이나 이미 가지고 있는 자원에만 집착한다면 이런 장점이 보일 리 없다. 수다에서 위로를 받고, 또 누군가에게 위로를 주고 싶다면 수다속에 숨겨진 배울 점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인다. 그리고 보려고 노력하는 만큼 보인다.
시간을 죽이는 그저 그런 수다가 되지 않고, 서로의 삶을 치유하는 대화가 되도록 나의 시각과 관점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내가 누군가에게 행복을 선물 받았다면, 다른 누군 가에게도 행복감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좀더 가치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우리의 열정을 누군가를 위해 활용한다는것은 분명 가치있는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