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근육을 단련시켜라

by 김혜영

작년 여름 함께 놀러가는 첫 장소로 우리 가족은 수영장을 선택했다.

사실 그 전까지는 도저히 두 아이를 컨트롤 할 자신이 없었지만 아이들이 5세, 7세가 되자 같이 놀러다니기 조금 수월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큰 맘을 먹고 비키니 수영복을 샀는데, 입고 난 다음 나는 바로 다이어트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비키니 하의 위로 삐져나온 뱃살은 아무리 힘을 주어도 들어가질 않는 ‘물살’이었다. 특히나 옆구리 쪽 뱃살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게다가 힙은 축 쳐져서 도저히 랩 스커트 없이는 입을 수 없는 지경이었다.

그런데 왜 원피스 수영복을 사지 않고 비키니를 샀냐고 반문할 지 모르겠다. 나는 하체비만이어서 수영복을 거의 입지 않는다. 거의 처음으로 수영복을 사러 갔는데 판매원께서 그럴수록 비키니를 입으면 더 날씬해 보인다는 한마디에 망설여졌지만 덥석 사가지고 왔다. 그리고 어처구니 없게도 다이어트를 결심했다.


다이어트를 결심한 첫날 나는 핼스장에 등록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처음으로 인바디 (inbody)를 측정했는데, 이는 정확한 나의 몸 상태를 측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나의 체지방과 근육량, 그리고 분포정도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어떤 운동이 효과적인지 디자인하는 첫 작업이었다.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많이 알려진 바와 같이 같은 체중이어도, 근육이냐 지방이냐에 따라 시각적인 몸매는 상당히 다르다.

인바디를 측정한 트레이너는 나에게 근육이 거의 없는 몸이라고 했다. 그래서 유산소 운동과 함께 반드시 근력운동을 동반하라고 충고했다.

그리고 그렇게 한번 몸에 근육이 만들어지면 살이 출렁이지 않아 옷의 치수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많이 먹어도 살이 잘 찌지 않는다고 했다.

그 이유는 기초대사량이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해줬다.


기초대사량(基礎代謝量)은 생물체가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량을 말한다. 체온 유지나 호흡, 심장 박동 등 기초적인 생명 활동을 위한 신진대사에 쓰이는 에너지량으로 보통 휴식 상태 또는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을 때 기초대사량만큼의 에너지가 소모된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다시 말하면 운동을 하지 않고 있어도 소모되는 에너지량이다.

당연히 기초대사량이 높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특별한 운동을 하지 않아도 상대적으로 살이 잘 찌지 않는다. 흔히 말하는 ‘살 안찌는 체질’이다. 생각만해도 행복한 몸 상태 아닌가?

게다가 나처럼 허리가 안 좋은 사람에게는 등에 근육이 만들어지므로 그 통증이 완화된다고 말했다.


이 얘기를 들으면서 몸 뿐만 아니라 건강한 삶을 위해선 마음에도 근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마음 근육이 있다면 작은 통증 정도는 마음근육이 충분히 잡아줄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우리 마음의 기초대사량이 높아지면 과잉되는 감정과 상처 정도는 느끼기도 전에 소모되어 버리지 않을까?


몸에 근육을 만드는 것처럼 우리는 마음의 근육을 만들 필요가 있다.

그 근육이 바로 ‘자존감’이다.

자존감은 앞서 우리 삶의 위험요소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주는 면역력이라고도 표현했다. 표현이야 어쨌든 자질구레한 상처와 위험으로부터 자유롭게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자존감’이다.


헬스장에서 가장 쉬운 운동이 러닝머신이며, 이것만큼 지루한 것도 없을 것 같다.

러닝머신위에서 열심히 뛰면서 “이 정도면 30분은 지났겠지?”하고 시계를 보면 10분도채 지나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그만큼 운동은 참으로 지루하다.

그리고 금새 그 성과가 나타나지 않아 조급한 마음이 든다.

그런데 꾸준히 한 달정도 하다보면 10분도 힘들던 러닝이 40분도 거뜬히 해내는 체력(體力)이 된다.


마찬가지로 마음의 근육을 만드는 일도 일정기간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과정은 여지없이 지루하다.

단단해지리라 마음먹지만 작은 대화에도 상처받고, 남의 눈치를 살피기 일쑤다. 하지만 그렇다고 조급해질 필요는 없다.

꾸준히 하다보면 언젠가 작은 상처에는 의연히 웃을수 있는 심력(心力)이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생각해보면 매일 부대끼는 일상이 헬스장 러닝머신위와 다를 바 없다.

매일 사람들과 만나는 회사가 헬스장과 별반 다를 게 없다.

매일 지루한 일상의 반복과 보이지 않는 경쟁들. 매일 견디고 버텨내야하는 순간들과 나름 정해놓은 목표를 향해 도전하는 나와의 싸움. 그 속에서 의도하든, 그렇지 않든 크고 작은 생채기를 내며 아파하고 견뎌내야하는 녹녹치않은 상황들.

결국 매일 마음 근육을 만드는 근력운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혼자서 모든 문을 걸어잠그고 “나는 괜찮아. 나는 잘해내고 있어.”라고 반복하는 것 만큼 안타까운 현실은 없다.
언제나 관계속에서 상처는 생겨나고 반목은 반복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실전에서 상처를 마주하고 상처주는 상황에 단단해져야 한다.
혼자있는 골방에서 운동하지 말고, 나와 비슷한 사람들로 북적이는 헬스장에서 운동을 해보자.
따지고 보면 그들도 다 나와 비슷한 고만고만한 고민과 상처로 꾸역꾸역 살아가고 있을 테니 말이다.

기초대사량은 우리의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소비되는 열량이라고 한다. 즉 열량이 소비소비될 때 에너지를 태우기 때문에 체온이 올라간다. 살아있기 때문에 에너지가 소비되고 그러므로 온도가 올라간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 마음을 살아 움직이게 만들자.

살아있는 마음은 에너지가 필요할 것이고, 과잉 축적된 우리 마음의 지방이 소비될 것이다.

그리고 마음의 온도가 올라갈 것이다. 말랑말랑 살아있는 마음으로 주변을 바라보고, 따뜻한 마음으로 대화하고, 살가운 손길을 먼저 내민다면 우리 마음의 기초대사량은 높아질 것이다.


그 안에서 가장 따뜻함을 느낄 사람은 바로 당신이 되지 않을까? 좀더 가벼워진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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