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by 김혜영

시간과 사람에 시달려 치칠때면,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어쩜 저렇게 잘살아가지?” 라는 서러운 질문이 머릿속을 어지럽힌다. 찰리 채플린의 말처럼 우리의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 보면 비극이듯, 들어보면 저마다의 고민거리가 있을 것임엔 분명하다.

그러나 다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살아가고 있는 듯 하다. 그들은 견딜 수 있을 정도의 고민인 듯 하다. 그리고 지금의 고통 정도는 참을 수 있을 만큼 ‘신념’이 있는 듯 하다.

그런데 나는 왜 하루 버텨내기도 힘들 정도의 크기일까? 이렇게 앞이 보이지도 않는 고민을 하는 걸까? 지금 이 길이 맞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흔들리는 가치관으로 살아가는 걸까? 정답이 있기는 한 걸까?


어쩌면 나의 일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일이라면 일목요연하게 상황을 파악해서 대안을 제시해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때로는 정말 큰 비극을 겪은 사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해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당신에게, 아니 이런 낙담한 마음을 가졌던 나에게 칼로 무를 자르듯 똑부러진 답을 주고 싶지는 않다.


드라마의 주인공은 그 신분이 무엇이든 그 이야기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어진다.

지금 우리는 하나의 드라마를 촬영하고 있는 중이다. 나라는 삶을 조명하는 드라마, 당신이라는 삶을 조명하는 드라마. 해피엔딩이 될 수도 있지만 새드엔딩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하나 확실한 것은 주인공이 겪는 아픔과 슬픔은 절대적인 크기와 상관없이 그 드라마를 송두리째 흔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못생긴 주인공이든, 상처가 있는 주인공이든 뭐 어떤가?

작은 상처에도 흔들리는 여린 주인공이든, 갈대처럼 흔들리는 마음을 가진 주인공이든 뭐 어떤가? 이 드라마는 우리를 중심으로 흘러간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나의 지인이 언젠가 이런 말을 해준 적이 있다.
“저는 힘들 때면 드라마의 힘든 신을 찍고 있다고 생각해요. 주인공은 그 감정으로 너무 힘들지만, 보는 사람들은 그 모습에서 새로운 사실을 깨닫기도 하고, 때론 아름답다고 느끼기도 하거든요. 그리고 더 희망적인 것은, 이 시련은 언젠가는 끝이 난다는 사실이예요. 그 시련으로 주인공은 더 아름답고 빛나는 결과를 얻게 되잖아요. 지금 그 굴곡의 신을 찍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 시간을 즐길 수도 있어요. 오히려 그 이후의 제 삶이 기대가 되요.”


세상이 온통 흑빛이고, 희망이라곤 없다고 생각이 드는가? 주변의 모든 존재들이 당신의 실패를 기원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완벽하게 세상을 바꿔보자.

우린 지금 우리 삶의 드라마 중 가장 힘든 신을 찍고 있다고 생각하자. 그리 말도 안 되는 가정도 아니지 않은가? 결국 각본, 연출, 연기, 편집 모두 우리가 도맡고 있는 드라마가 우리의 삶이니 말이다. 드라마의 극적인 결과를 위해 ‘갈등’과 ‘역경’은 필수적인 장치이다.

그리고 반드시 변하지 않는 사실이 있다.

솔로몬의 반지에 새겨진 글귀가 우리에게 희망을 준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가수 이승환의 예전노래 중 이런 나레이션이 있다.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사랑도 믿음도 그리고 미움도..”

영원한 아픔과 고통도 없다. 끝없는 추락 뒤에는 올라올 일만 남는다.


감기는 한번 걸리면 중간에 끝나는 경우가 없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몸이 으슬거린다. 그리고 콧물이 나고 기침이 난다. 코가 막혀 숨도 쉬기 어렵고 열이 나기도 한다.

그리고 일련의 사이클을 다 거쳐야만 비로서 감기는 낫는다.

약을 먹어도 그 기간이 단축되거나 정도를 줄여주긴 하지만 결국은 한 사이클을 다 겪어야만 한다.


세상의 이치는 감기와도 같다.
힘든 일이든, 기쁜 일이든 정해진 한 사이클을 다 겪어야만 끝이 난다.


너무나 행복한 일이 있다면 ‘언젠가는 힘든 날도 올 수 있겠다.’ 생각하고 지나치게 우쭐대지 않는 것이 영원할 것 같던 행복이 사라지고 난 뒤 공허함을 견뎌내기 수월하다.

그러니 차라리 조금 힘든 일이 있다면 ‘조금 있으면 더 힘들어지겠구나’라고 단단히 맘을 먹고 대비를 하는 것이 더 현명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 힘듦도 결국은 끝이 날것이라고 기대해보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영원할 것은 지독한 이 고통 또한 지나갈 테니 말이다.

비 온뒤 굳어진 땅 따위를 기대하지 않더라도 길지 않은 시간 내 고통이 끝난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우린 충분히 견뎌낼 수 있지 않았던가?


반드시 그 끝이 있으니 두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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