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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영 Aug 03. 2020

[윤리에세이] 윤리민감성을 높이는 3가지 방법-2

윤리민감성을 높이는 방법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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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민감성 키우는 방법 2 - 공감능력을 높여라

윤리민감성을 키우는 두번째 방법은 다름아닌 공감능력 키우기입니다. 

공감능력은 현대인들이라면 지겹게도 들었을 단어일 텐데요, 윤리민감성을 키우는데도 여지없이 필요한 역량입니다. 아니, 가장 중요한 핵심요소라고 단언할 수 있어요.


출처 : 교보문고


우리 두뇌속에는 거울 뉴런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상대의 행동을 보고 비슷하게 따라하는 심리가 바로 이 거울 뉴런 덕분이라고 하죠. 이는 친밀한 관계일수록, 관심을 가진 대상일수록, 과거 유사한 경험이 있을수록 더 잘 나타납니다. 마치 TV에서 누군가 신 레몬을 한입 베어 무는 것을 보면 우리도 모르게 미간이 찌푸려지고, 입안에 시큼한 침이 고이는 것이 바로 이 거울 뉴런 때문이죠. 가족 중 한 명이 돌뿌리에 걸려 넘어져서 무릎이 까졌을 때, 그 상처만 보고도 가슴이 찌릿 저려오는 것도 바로 이 거울 뉴런의 역할이예요. 실제로 레몬을 먹지는 않았지만, 상대방이 얼마나 시큼한 맛을 느낄지 함께 느끼는 감정, 즉 공감능력이 작용한 덕분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공감능력을 정서적 공감능력이라고 하는데요, 일반적으로 남자아이보다는 여자아이들이 정서적 공감능력이 뛰어나다고 밝혀져 있습니다. 그래서 엄마가 옆에서 울 때 남자아이들은 엄마를 한번 힐끗 쳐다볼 뿐 별다른 후속행동을 하지 않지만, 여자아이들은 엄마에게 다가가 눈물을 닦아주기도 하고, 안아 주기도 하며, 함께 울기도 합니다. 


공감능력이 무슨 대수인가 싶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서 2013년 8월에 발표한 <여성리더가 성공하는 이유>에서는 ‘여성성’이 미래 리더들의 경쟁력을 결정한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여성성으로 대표되는 <공감>은 단순하지만 획기적인 혁신을 이끌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여성성은 여성에게만 국한된 역량이 아닙니다. 여성에게도 남성성은 존재하며, 매우 당연히 남성에게도 여성성은 존재합니다. 그런데 타고난 정서적 공감능력은 여성이 우월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실망하기엔 아직 이릅니다. 인지적 공감능력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정서적 공감능력이 선천적이라면, 인지적 공감능력은 후천적 공감 능력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공감능력은 노력에 의해 충분히 개발이 가능하다는 의미이죠. 


공감능력을 키우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상대의 삶을 살아보는 겁니다. 그 사람의 처지와 동일한 환경에서 동일하게 살아보는 것인데요, 느끼셨겠지만 상당히 제한적이며 현실성이 떨어집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공감능력을 높일 수 있을까요? 바로 공감할 상대의 삶을 시뮬레이션(simulation) 해보는 겁니다. 그 사람의 현재상황과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미래를 예측해보는 거예요. 예측된 미래가 현재의 의사결정 기준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올바른 시뮬레이션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상대에 대한 다양한 정보입니다. 현재의 상황, 환경, 가치관뿐 아니라 과거의 경험 등을 아는 것이 바로 공감능력을 높이는 첫걸음입니다. 


출처 : https://www.pinterest.co.kr/pin/800796377464521437/


당신은 초등학생 아이를 둔 부모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집으로 막 이사를 왔어요. 아이가 학교에 간 사이 아이방의 가구를 배치합니다. 침대를 두고 그 옆에 책상을 배치하고, 또 그 옆에 책장을 놓아둡니다. 보기에 별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뭔가 부족한 느낌이예요. 그래서 아이처럼 침대에 누워 봅니다. 그랬더니 바로 위의 창으로 햇볕이 강하게 들어와 편하게 휴식을 취하기 불편합니다. 그리고 옆의 책상 앞에 앉아보니 대낮인데도 창이 멀리 있어 어두운 느낌을 받습니다. 책장은 생각보다 너무 낮아 맨 아래칸으로는 시선이 잘 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당신은 책상과 침대를 바꾸어 배치합니다. 책장의 아래칸에는 아이의 예전 일기장을 모아두기로 하고, 아이의 눈높이에 맞는 곳에는 가장 많이 읽을 책을 꽂아 둡니다. 겉으로 볼 때엔 크게 다르지 않지만, 사용하는 아이입장에서는 훨씬 효율적으로 재배치된 방이 될 것입니다. 이렇게 아이처럼 누워 보고 앉아보는 것이 바로 시뮬레이션해보는 방법입니다. 이때 아이의 학습에 필요한 책 정보를 알고 있다면 책장에 배치하는 책도 보다 효과적인 것을 고를 수 있습니다. 이런 시뮬레이션이 공감능력을 키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때 상대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정보를 가지고 있다면 효과가 증대될 것은 너무 당연한 이야기일테죠. 



공감능력이 사라지는 사회, 권력중독을 경계하라

공감능력은 개인 삶의 만족도를 결정짓는 중요한 개념입니다. 주변에 나에게 공감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배려해주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할 테니 말입니다. 그럼 공감을 사회전반으로 확장해볼까요? 사회제도에 공감이 더해지는 것은, 제도를 소비하는 주체들이 사회제도적으로 배려 받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즉 사회문화적으로 나에게 딱 맞는 서비스를 제공받게 되는 결과를 이끕니다. 따라서 사회구성원은 사회제도에 높은 만족감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사회문화적 의사결정권자들은 제도의 구상과 도입, 집행에 있어 높은 공감능력을 요구받습니다. 그들 선택의 파급이 다수에게 강도높게 미치기 때문입니다.


출처 : 인크루트


2019년 7월 16일부터 대한민국에 새로운 법이 시행되었습니다.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이 그것인데요, 이른바 갑질을 제도적으로 제한하는 법입니다. 참 좋은 법이지만 한편으로는 우리사회에 만연한 괴롭힘 문화의 심각성을 드러내는 현실에 씁쓸한 마음이 공존합니다. 어떤 리더는 부하직원을 상습적으로 폭행하기도 하고, 어떤 리더는 민망한 옷을 입고 아이돌 춤을 추도록 강요하기도 합니다. 어떤 리더는 입에 담기 힘들 폭언을 일삼기도 하고, 어떤 리더는 집단 따돌림을 종용하기도 합니다. 

왜일까요? 왜 그들은 이런 괴롭힘을 일말의 부끄러움도 없이 반복하는 것일까요? 바로 공감능력의 결여 때문입니다. 특히나 공감능력의 결여현상은 권력이 집중된 계층일수록 뚜렷이 나타나는데요, 이런 현상을 권력중독이라고 합니다. 

뇌신경 심리학자이자 아일랜드 더블린트리니티 대학 교수인 이안 로버트슨(Ian Robertson)은 그의 저서 ‘승자의 뇌’(알에이치코리아, 2013)에서 권력을 쥐면 사람의 뇌가 바뀐다고 주장하며 “성공을 경험하면 혈중에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과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분비가 활성화돼 화학적 도취상태가 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또한 김병수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런 현상이 곧 ‘권력중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도파민으로 얻는 쾌감은 술이나 마약, 섹스 등으로 얻는 것과 같다”며 “권력에 도취될 때 나타나는 뇌의 호르몬 변화로 타인의 감정을 읽고 재구성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전두엽과 섬엽의 거울 뉴런 기능이 저하되는데 이는 극단적 자기중심성을 보이는 사이코패스에게서 나타나는 현상과 같다”고 설명하였습니다.

권력자들의 이해할 수 없는 갑질행동의 메커니즘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괴롭힘이 정당화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우리는 공감능력이 결여된 사회가 얼마나 무시무시한지를 깨달을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일정수준의 공감능력을 유지하고 살아가는 것은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최소한의 의무라는 것도 수용해야 합니다. 누구나 권력에 중독될 수 있지만, 누구나 권력중독을 예방할 수도 있습니다. 어떠한 것이든 중독에서 벗어나는 것은 고통스럽습니다. 그렇기에 애당초 중독되지 않도록 자기절제가 필요합니다. 그 절제에 효과적인 것은 역설적으로 공감능력을 키우기 위한 상대방의 삶을 살아보는 것, 다시 말하면 시뮬레이션해보는 연습입니다. 사자성어로는 역지사지가 비슷한 의미로 쓰일 수 있겠네요. 그러나 단순히 입장 바꿔 생각하는 차원이 아닌, 보다 적극적으로 상대의 삶을 살아보려는 시뮬레이션 노력이 권력중독으로부터 우리를 지켜내는 방법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노력은 다시 공감능력이 활발해지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니, 사회의 건전성을 만들어내는 참 의미 있는 선순환이라고 할 만합니다.



윤리이해관계자 S.P.I.C.E 그들은 누구인가?

우리의 선택과 행동은 필연적으로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마찬가지로 누군가의 선택과 행동 역시 필연적으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의도적인 변화가 생태계에 연쇄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방아쇠효과(trigger effect) 라고 합니다. 


출처 : http://news.tf.co.kr/read/life/1515996.htm


미국 애리조나주 카이바브 고원의 사슴을 보호하기 위해, 천적인 퓨마와 늑대를 사냥하자 사슴의 개체 수는 급격히 증가하게 됩니다. 그러자 사슴의 먹이인 풀이 고갈되면서 고원의 황폐화가 진행되죠. 결국 사슴의 절반이 굶어 죽는 연쇄적 현상이 발생하는데요, 이 현상에서 방아쇠효과가 유래되었습니다. 

이런 불균형 현상은 윤리생태계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자연스럽고 공정한 평형이 유지되던 사회에서 특정집단의 이익추구 현상이 개입되면, 윤리생태계는 연쇄적으로 부정적 현상을 초래합니다. 견제세력의 힘이 균형을 이루지못하고 치우치기 때문이죠. 그러므로 우리 행동의 의도성 유무를 떠나 누구에게 영향을 줄수 있는지를 민감하게 예측하는 능력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우리의 사회는 수많은 개연성과 복잡한 이해관계로 연결되어 있기에, 잘못된 하나의 행동이 예상하지 못한 사람들 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반드시 이런 관계성을 인식하고 있어야합니다. 


이렇게 영향을 주는 대상들을 윤리이해관계자라고 합니다. 단어 그대로 윤리적으로 이해관계에 있는 대상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그 대상은 크게 S.P.I.C.E 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크게 Society, Partner, Investor, Customer, Employee 이렇게 5대상으로 나눌 수 있는데요, 우리의 의사결정이 이 5대상들에게 크고 작은 윤리적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Society는 국가, 지역사회, 정부 등의 대상을 아우르는 개념으로, 개인이나 조직의 행동과 판단이 국가와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이에 속합니다. 

Partner는 조력자, 친구, 동료, 협력사 등을 의미하는 개념입니다. 사회적동물인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대상으로, 서로에게 건전하고 상생을 도모하는 영향을 주고받아야 하는 당위성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음의 Investor는 주로 기업이나 조직에 해당하는 개념으로, 경제적 의사결정자인 주주나 투자자의 윤리적 생존을 고려하여야 함을 알 수 있습니다. 

Customer는 고객의 개념으로 개인에게는 직접적인 이익에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 상대이며, 기업의 입장에서는 구매를 통해 조직에 영향을 미치는 존재를 의미합니다. 너무 당연한 개념이지만, 기업은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하기 위해 소비자들의 권익과 이익에 우선하여 개발, 유통해야 합니다. 소비자는 경제적 주체로서 가성비(價性比)에 의해 구매를 선택합니다. 지불할 금액보다 효용가치가 높다고 판단되는 제화와 서비스를 구매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가성비뿐 아니라 가심비(價心比)로 구매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경제적 가치뿐 아니라 심리적 만족감으로 주체적 소비를 실천한다고 볼수 있습니다. 조금 비싸더라도 심리적 만족을 높이는 구매활동을 통해 스스로의 신념을 표현하는 미닝아웃(Meaning out)의 개념이 소비의 한 축을 구성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가령 예를 들자면 공정거래무역을 거친 원두로 만든 커피를 조금 더 비싼 가격에 구매하는 소비형태라든지, 부도덕한 특정기업의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 소비형태가 이런 가심비에 의한 소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소비주체가 과거에 비해 현명해지고 있으며, 구매에 이르기까지 복잡한 의사결정의 단계를 거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마지막으로 Employee는 개인에게는 자기자신 및 가족, 기업에게는 근로자와 근로자의 가족을 아우르는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의사결정에 따른 행동은 결국 부메랑처럼 자신과 가족에게 다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그래서 우리는 모든 행동에 신중을 기할 수 있어야합니다. 

현재 윤리적 이슈로 곤혹을 치르는 기업과 개인이 있다면 바로 이 윤리관계이해자들에 대한 이해와 공감의 부재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S.P.I.C.E 들에게 어떤 형태의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정교하게 시뮬레이션해 볼 수 있었다면 적어도 윤리적 이슈에 대한 대처방법을 미리 준비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아니, 윤리적 이슈가 발생하지 않도록 다른 의사결정을 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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