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39세에 팀장이 되었으니까 올해 8년째 팀장 역할을 하고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오래 했다고 해서 그 역할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처음 팀장이 되었을 때 승진했다는 사실은 좋았지만 팀을 이끌어 가면서 이런저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팀장이 되기 전 교육 부서에서 리더십 교육을 5년 정도 담당하면서 리더들을 육성했는데, 리더십에 대해 알고 있는 것과 현실은 차이가 있었다. 조금 거창하게 얘기하면 비행기 조정법을 책으로 배우고 조정석에 앉아 있는 느낌 같은 것이었다. 배워서 알고 있던 것들은 대부분 쓸모없다고도 느껴졌다. 팀장(team長). 영어와 한자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단어라는 것을 처음 알았을 때처럼 팀장을 겪으면서 '팀장이라는 것이 이런 거였어?'라고 생각되는 생소함이 여전히 있다.
신임리더가 3년 이내에 실패할 가능성은 50%나 된다고 한다. 팀장으로서 제대로 역할을 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팀장이 되면서 내가 겪은 몇 가지 어려움들이 있다. 이것들은 이미 해결된 어려움이 아니라 여전히 겪고 있는 어려움들이다.
먼저, 중간자로서의 어려움이다. 상사와 팀원, 그 사이에 위치한 지정학적 어려움이라고 할 수 있다. 항상 상사는 팀장에게 기대하는 일들을 쏟아낸다. 기존에 하던 일을 바꿔보자고도 하고, 새로운 일을 시도해보자고도 한다. 하지만, 팀원들은 생각만큼 잘 따라오지 못한다. 예전에 별명이 '설사'인 팀장님이 계셨다. 임원에게 지시받은 것을 그대로 팀원에게 전달만 하시는 팀장님이셨다. 당연히 일이 잘 진행될 리 없었다. 팀장은 중간자로서 상사의 지시사항을 적절하게 소화해서 팀원에게 일의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고민을 나눌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혼자서 고민하게 되고, 그래서 외롭다고 느끼기도 한다.
이끌어야 하는 팀원들은 개개인별 이슈를 가지고 있다. 정말 다양한 이슈가 있다. 육아와 일을 병행하면서 힘들어하는 팀원, 육체적 혹은 정신적 건강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팀원, 가정에서의 개인적인 문제들이 있는 팀원 등 다양하다. 뿐만 아니라 팀원의 업무 역량과 관련한 이슈도 항상 존재한다. 현재 맡고 있는 업무를 진행하기에 부족하거나 혹은 잘 맞지 않은 역량을 가지고 있는 경우다. 판매 사원을 대상으로 교육을 해야 하는 팀원인데 대중 앞에 서서 얘기하는 것을 불안해하는 팀원이 있기도 했고, 사업부 전략을 짜야하는 담당인데 생각을 구조화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팀원이 있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팀원이 기대하는 보상 수준과 회사에서의 실제 보상이 맞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들도 존재한다. 이런 이슈들은 팀원에게 개별적인 것이지만 듣고 해결해야 하는 팀장에게는 많고 다양한 이슈가 된다. 사실 팀장으로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많은데 어떻게든 풀어가려고 노력해야 한다.
한 팀에서 근무하다 보면 팀원 간의 갈등도 항상 존재한다. 생각의 차이, 성향의 차이, 혹은 일하는 방식의 차이로 생기는 갈등들이다. 팀원 간의 갈등이 심해져서 함께 일하는 것을 거부하기도 하고, 심지어 서로 대화하는 것조차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조직은 사람들이 모여서 일하는 곳이기 때문에 생각과 일하는 방식의 차이로 생기는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갈등을 해결하지 않으면 팀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도 없다. 한 팀을 이끌어 가는 팀장으로서 어떤 방식으로든 갈등을 해결해 가야 한다.
역할 변화에 대한 인식
회사에서의 일이라는 것이 모두가 책상에 앉아서 노트북으로 문서를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영업사원은 고객과 소통해야 하기 때문에 전화를 하거나 카톡을 하는 것이 일이다. 온라인 MD는 쇼핑몰을 계속 들여다봐야 하고, 교육담당자는 책이나 영상으로 콘텐츠를 확인해야 하는 것이 일이다. 직무가 바뀌었을 때는 일을 잘 정의하지 못하면 어려움을 겪는다. 영업사원이 사무실에서 문서를 만드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거나 인사담당자가 외부 사람들과의 미팅을 하는데 시간을 주로 사용하는 것은 본인의 일을 잘못 정의하는 것이다. 직무뿐만이 아니라 역할이 바뀌었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팀장이 되었을 때는 팀장의 일을 잘 정의해야 한다.
팀장의 일은 무엇인가?
실무자일 때는 고민하지 않아도 되거나 고민의 크기가 작았던 문제들이 팀장이 되면서 달라진다. 내가 맡은 일을 잘하면 되던 것에서 누군가가 일을 잘하도록 이끄는 일로 변화한 것이다. 팀장은 중간자로서 상사의 기대를 명확하게 정의하고 구체화해서 팀원들의 업무로 만들어 내야 한다. 팀원 개개인의 상황을 고려해서 그들을 동기부여 해야 한다. 팀원 간의 갈등을 해결하고 팀으로서 시너지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싶은 사람은 군중에게 등을 돌려야 한다._맥스 루카도
팀장이 되면 누구나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본인의 역할이 변화했다는 인식을 하는 것이다. 기존에 내가 해왔던 일을 그대로 해서는 안된다는 지각이다. 본인의 일을 잘해서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에서 사람을 통해서 성과를 만들어 내는 일로 변화한 것을 이해하고, 팀장으로서 겪을 수밖에 없는 어려움들을 헤쳐 나가야 한다. 팀을 이끄는 팀장(Team長)은 그런 일을 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