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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화영 Jun 04. 2024

나는 치킨만 잘 튀기면 되나?

직원 모두를 경영자로 만드는 방법

요즘에는 회사에 입사할 때와 퇴사할 때 정보보안서약서라는 것에 서명을 하게 된다. 많은 기업에서 예전보다 정보보안에 대해서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업무를 하면서 알게 된 정보들은 회사의 중요한 자산으로 관리대상이 되는 것이다. 직원이 알게 되는 정보는 맡고 있는 직무나 직책에 따라서 차이가 있다. 돈과 사람을 관리하는 회계나 인사부서에서는 좀 더 보안이 필요한 정보를 가지고 있고, 회사의 중요한 전략이나 계획은 팀장이나 임원에게만 공유되기도 한다. 회사를 운영하는 경영자는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회사의 중요한 정보가 직원들을 통해 외부 경쟁사로 넘어가지는 않을지 혹은 회사의 실제 이익이 얼마나 났는지 직원들이 구체적으로 알게 되면 더 많은 것을 요구하지는 않을지 등에 대한 고민들이다. 모두 예상할 수 있는 리스크이고 관리되어야 하는 내용들이다.


꽤 오래전 일이다. 회사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안 좋아져서 위기경영을 선포해야 한다는 경영진의 판단이 있었다. 이것을 어떤 방식으로 해야 직원들이 거부감 없이 현재 상황을 이해하고, 허리띠를 졸라매는데 동참할 것인가 고민이었다. 직원들 사이에게 여러 가지 의견들이 나왔다. 그동안 회사가 잘 될 때는 직원들에게 보상도 없더니, 회사가 어려워졌다고 동참을 하라고 하는 게 말이 되나, 치킨집에서 치킨 튀기는 직원에게 장사가 안된다고 얘기하면 그 직원은 치킨을 위기감 갖고 튀겨야 하나. 경영이 안 좋은 것은 경영자의 책임이 큰데 왜 직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지 모르겠다 등의 부정적인 반응들이다. 이런 직원들의 반응도 모두 이해가 되는 내용들이다.


일본의 3대 경영의 신이라고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오는 부도위기에 있던 일본항공(JAL)을 회생시킨 이야기를 ‘1,155일간의 투쟁’이라는 책에서 소개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회생불가능하다고 판단했던 파산기업 일본항공을 3년 만에 다시 주식시장에 상장시키고 V자 성장을 이뤄낸 이야기이다. 책에서는 일본항공을 재건하기 위해서 그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아메바 경영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다.


‘바른 정보를 알려주면 현장은 위에서 떨어지는 지시를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생각해서 적절한 행동을 할 수 있게 된다.'

‘원리를 알게 하는 것이 경영의 첫걸음이다.’

‘있는 그대로의 정보를 공유하면 사원은 경영자의 마인드를 갖게 된다.’


직원 모두를 경영자로 만드는 것.  스스로 타오르는 집단이 아메바 경영의 핵심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사실 요즘 누가 직원들에게 주인의식이 필요하다고 얘기하면 잘 공감이 되지 않는다. 주인이 아닌데 주인의식을 갖는 게 말이 되냐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나는 직원보다는 구성원, 조직보다는 공동체라는 표현을 좋아한다. 회사에서는 모두가 주인이 될 수 없지만 공동의 목표를 향해 가는 공동체의 구성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이 이나모리 가즈오가 말하는 ‘스스로 타오르는 집단’을 만드는 방법이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회사의 정보를 구성원들에게 투명하게 공유하는 것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 우리의 목표지점이 어디이고 현재 우리는 어디에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갈 것인지를 구성원들에게 상세하게 알려줘야 한다. 보안을 중심에 놓고 생각하면 구성원이 아니라 단지 직원으로 대할 수밖에 없게 된다.


우리 치킨집에 주로 누가 오는지, 현재 매출은 어떤지, 앞으로 어떻게 손님을 늘려 나갈 것인지 등의 가게 사정을 잘 알고 치킨을 튀기는 것이 그렇지 않을 때보다 더 나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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