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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화영 Jun 14. 2024

똥손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나는 손으로 하는 것은 잘하지 못한다.

비교적 쉬어 보이는 식물 키우는 것도 잘 못한다. 지난 어버이날에는 부모님과 함평나비축제에 다녀왔는데, 그때 우리 집에 데려온 다육이마저 오늘내일하고 있다. 간단한 조립 같은 것은 와이프와 딸아이가 더 잘하는 것 같기도 하다. 언젠가 이케아에서 조립식 탁자를 구매해 온 적이 있는데 내가 조립한다고 낑낑대고 있으니까 와이프가 마무리한 것을 보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등기구나 서랍장 같은 집안에 무언가가 고장 나면 대략 난감하다. 나는 무언가를 만드는 일 보다 소비하는 일에 훨씬 익숙한 것 같다.


"신영복 교수는 <담론>이라는 책에서 인간의 정체성이 소비가 아니라 생산을 통해 형성된다고 말한다. 느낌표만 있는 삶은 공허하다. 비록 감탄하는 그 순간은 행복할지 몰라도 내 삶의 가치는 달라지지 않으니까"
-메모 습관의 힘, 신정철-


그동안 꽤나 열심히 책을 읽었던 것 같다. 1년에 몇 권을 읽겠다고 목표를 정해놓고 열심히 읽었던 적도 있었다. 존경하는 구본형 선생님, 신영복 선생님, 피터드러커와 찰스 핸디의 책들 그리고 코칭과 심리학 관련된 도서들. 최근에는 김주환 교수님 책을 읽고 명상에 꽂혀서  관련된 책들을 보고 있다. 읽고 싶은 책을 읽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책을 읽고 새로운 지식을 얻는 것도 정말 좋다. 하지만 거기서 더 나아가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글을 써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메모장에 혼자만 볼 수 있게 쓰다가 브런치에 발행하게 됐고, 올해 들어서는 링크드인에도 정기적으로 글을 올려보고 있다.


소비자에서 생산자가 되면서 달라진 것


"정보의 수집보다 중요한 것. 외부에서 얻은 정보에 자신의 생각과 경험, 통찰을 더해서 지식과 지혜로 이어질 수 있다."
"내 안에 자리 잡은 생각은 삶에 스며들어 변화를 이끈다. 메모가 글로 바뀌면 유통될 수 있는 지식이 된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까지 그 지식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과감하게 들어내고, 다른 사람과 연결하라."
-메모 습관의 힘, 신정철-


일단 그냥 재미있다.

나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에 익숙하지도 않고 간혹 쑥스럽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재미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나의 생각, 나의 경험, 그리고 나의 감정을 표현해 보는 것이다. 그것이 얼마나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 그냥 나 자신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그동안 잘 몰랐던 나 자신에 대해서 새롭게 알게 되는 부분이 있다.


내 인생의 순간을 박제하는 의미도 있다. 인생에서 중요했던 순간들이 그냥 사라져 버리지 않게 잡아 두는 것이다. 오래 다녔던 회사를 그만두면서 들었던 생각들, 새로운 일을 맡고 추진하면서 깨달았던 것들, 인생에서 가장 슬펐던 순간에 느꼈던 감정들.  그 순간 내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사진이나 영상에 담을 수 없는 내가 갖고 있는 생각을 남기는 것이 좋다.


나의 생산물에 대해 사람들의 반응을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아직은 대부분의 글에 반응들이 적지만 내 글에 대해 독자가 보여주는 반응을 보는 것이 좋다. 또 그것을 통해서 새로운 분들을 알게 되고 예전에 알던 분들과 연결되는 것도 즐겁다.


아직은 좋은 생산물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 그동안 소비만 하다가 이제는 생산도 한다는 정도의 의미가 있는 것 같다. 계속 생산하다 보면 조금씩 퀄리티도 높아지지 않을까 싶다. 감탄만 하는 소비자에서 이제는 ‘만드는 것의 즐거움을 아는 생산자’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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