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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화영 Jun 25. 2024

三勤(3근)

꽃을 피우려면 필요한 것

목표를 세우고 달리다 보면 지치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러다 보면 목표가 희미해지기도 하고 이렇게까지 열심히 해야 하나 하는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이미 목표를 이룬 사람들의 모습이 마냥 부럽기만 하다. 일하고 있는 분야에 대해  깊이 있는 통찰을 보여주는 전문가. 좋은 글을 쓰고 책을 내서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작가. 다양한 경험을 공유해서 여러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 빨리 동경하는 사람들처럼 되고 싶다는 마음에 조급함이 생기기도 한다.


“꽃이 아름답지만 아름다움의 근원은 뿌리에서 왔다. 이것을 잊으면 안 되는데, 사람들은 거름을 주어 뿌리의 힘을 돋을 생각은 않고, 꽃만 피우겠다고 난리다.”
“다산이 자식들에게 준 유산은 '근면함'과 '검소함'이라는 두 단어뿐이었다.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지 않는 것, 사람마다 맡은 역할이 있어 그저 놀고먹지 않고 잠시도 한가한 시간이 없도록 하는 것이 근면함이다. 오래 입을 수 있는 옷, 굶어 죽지 않을 음식으로 아끼고 절약하며 속임 없이 성실한 태도로 사는 것이 검소함이라고 했다.”

_다산선생 지식경영법, 정민


딸아이가 어렸을 때는 다이소에서 작은 화분을 사다가 키우는 것을 좋아했다. 토마토, 무순, 캐모마일 같은 것들을 키웠다. 화분에 씨앗을 심고 나면 기대감과 함께 조급함이 생긴다. 아이는 아침저녁으로 화분을 살펴보지만 며칠 동안은 아무런 변화가 없다. 기다리다 지치고 관심도 점차 줄어든다. 꽃은 씨앗이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올린 후에나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변화는 없지만 땅 밑에서 변화가 생기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정성껏 거름을 주고 기다려야 한다.

한 때 회자되었던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었다.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1만 시간을 꾸준하게 노력해야 된다는 것이다. 매일 하루에 3시간을 노력할 수 있다면 10년이 필요한 시간이다. 이 법칙이 항상 맞는 건 아니겠지만 우리가 무언가를 이루려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산에게 어린 제자 황상이 찾아와서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저에게는 세 가지 부족함이 있습니다. 첫째는 머리가 둔하고, 둘째는 앞뒤가 막혀서 답답하고, 셋째는 미련하여 이해력이 부족합니다. 저 같은 아이도 정말 공부를 할 수 있나요?” 이에 다산은 제자에게 3근(三勤)을 얘기했다고 한다.

“부지런하고, 부지런하고, 또 부지런하라.”


요즘에는 무엇이든 빠르게 결과가 나온다. 그러다 보니 오래 기다리는 것에 익숙하지 못한다. 당일배송, 총알배송, 로켓배송, 새벽배송. 물건을 구매하거나 음식을 주문하게 되면 보게 되는 표현들이다.  모두 빠르게 원하는 것을 가져 준다는 것이다. 지금은 이런 것에 너무 익숙하다. 내가 어떤 노력을 통해 무언가가 되고자 할 때도 그런 것을 기대하게 된다. 빠르게 눈에 보이는 결과가 나왔으면 하는 마음에 조급해진다. 그런데 꽃이 왜 안 나오냐는 조급함이 들어서 화분에 흙을 계속 들쳐보기만 한다면 결국 원하는 꽃을 볼 수 없을 것이다.


꽃도 그렇겠지만 사람들마다 꽃피는 시기가 다르고 저마다의 걸음걸이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당장 어떤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조급해하거나 포기해서는 안될 것이다. 결국 내가 목표한 지점까지 가려면, 나는 오늘 ‘초라한 한 걸음’을 걸을 수밖에 없다. 꾸준하게 하는 것. 결과가 나올 때까지. 부지런하고, 부지런하고, 또 부지런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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