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천화영 Oct 20. 2024

디톡스

머릿속에 불필요한 것 채우지 않기

한 때 유행했던 단어다. 디톡스 주스, 디톡스 식단, 디톡스 영양제. 몸에 들어 있는 독소를 빼려는 노력이다. 작년에는 레몬 디톡스가 유행한 덕분에 우리 집도 한 동안 레몬을 우려낸 물만 마셔야 했다. 디톡스는 무언가를 먹어서, 무언가를 빼려고 노력하는 것인가 보다.


요즘 코칭하다보면 코칭 주제로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고 싶다는 고객들을 만난다. ‘하루에 너무 많은 시간을 스마트폰 사용에 쓰고 있다.’, ‘스마트폰 때문에 해야 할 일을 못한다.’, ‘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지 고민이다.’ 

돌아보면 나 역시 그렇다. 지하철에서, 화장실에서, 누군가를 기다릴 때. 마치 머릿속에 빈 공간이 생기지 않도록 스마트폰에서 무언가를 찾아 머릿속에 채워 넣는다. 뉴스, 유튜브 영상과 숏츠, SNS, 정치 이야기나 스포츠 경기 결과, 그리고 자극적인 영상들. 심지어 누군가와 대화 중에도 지루해지면 스마트폰을 켜게 된다. ‘습관적’이라는 표현이 딱 맞는 것 같다.


스마트폰 디톡스

사실 그동안 여러 차례 노력을 했지만 금방 포기하고 다시 쉽게 스마트폰 월드의 문을 열었다. 피곤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은 날이면 아무 생각 없이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보내고 싶어 진다. 그렇게 하는 것이 쉬는 것이라는 생각에서 그렇게 된다.


다시 스마트폰 사용을 줄인 지 딱 1주일이 되었다. 뉴스나 유튜브 영상처럼 목적 없이 보는 것들을 하지 않고 있다. 가급적 스마트폰을 손에 쥐지 않으려고 한다. 주머니에 넣어 두거나 탁자 위에 올려 둔다. 메시지를 확인하거나 무언가를 검색해야 할 때처럼 목적이 있을 때만 사용해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책을 보거나 그냥 가만히 멍 때리는 시간이 늘어났다. 영상을 보는 것보다는 글자를 읽는 것이 더 어렵긴 하지만 좀 더 어려운 것을 선택해 보자는 마음으로 책을 보려고 한다.


머릿속에 불필요한 것으로 채우지 않으려는 노력

1주일이 지났는 데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아직은 딱히 어떤 변화라고 느껴질 만한 것은 없다.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불편한 마음이 줄어든 것 정도. 일단 한 달을 해보고 변화를 느껴보고 싶다. 

어제저녁에는 식탁에서 책을 보고 있는데, 딸아이가 옆에서 스마트폰으로 뭔가를 보고 있길래 이렇게 말을 걸어봤다. ‘아빠 요즘에 디톡스 하잖아.’ 대뜸 딸아이는 무심한 표정으로 대꾸한다. ‘스마트폰?’ 뭔가 교훈적인? 얘기를 해줘야지 싶었는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 이번에는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자.

작가의 이전글 어디로 가야 할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