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은 거들뿐
근래 들은 다소 충격적인 이야기가 있다. 요즘 10대 아이들의 대부분이 만화 '슬램덩크'를 보지 않았다는 점이다. 각 캐릭터별 순간순간 명장면, 명대사까지 줄줄이 외우고 있는 나에겐 이는 놀라움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명작은 시대를 초월한다고, 시대가 지나도 스테디셀러로 나름 필독 도서가 되어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슬램덩크는 명작이 아녔단 말인가?! 이제는 '강백호' 하면 오히려 KT 위즈의 야구 선수를 먼저 떠올릴 정도니 세상이 많이 변하긴 변했다고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조금만 냉철하게 생각해보니 요즘 애들이 슬램덩크를 모른다는 것도 어느 정도 납득이 갔다.
먼저 슬램덩크는 연재한 지 무려 30년이나 지난 작품이다. 과연 나의 10대 때도 당시 시대의 명작들인 원피스, 블리치, 드래곤볼 등을 두고 굳이 30년 전의 작품인 '똘이장군' 굳이 찾아볼 이유가 있을까? 명작이라고 느끼는 것도 이러한 시대적 배경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둘째는 세상의 변화이다. 출간물 연재와 만화 대여소가 성행했던 나의 10대 때와 달리, 요즘은 스마트폰의 발달로 웹툰으로 만화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짧고 빠르게 소비되는 웹툰의 발달로 출간물 만화책은 뒷전일 수밖에 없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누군가에겐 잊히고, 또 누군가에겐 아직도 가슴 깊숙이 추억으로 자리 잡고, 또 누군가에겐 전혀 관심도 없다는 것은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다만 우리 세대 때 감명 깊었던 것을 나의 다음 세대들도 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점이 약간은 부끄러웠다. 너무나 내 중심적으로 사고를 했다는 것은 나도 모르게 '꼰대'가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녔을까. 지금 10대들에게 인기 있는 만화는 하나도 모르고, 또 알려고 하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이제는 10대들이 슬램덩크를 모르는 건 충격적인 일이 아니다. 내가 10대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모르는 것도 충격적인 일이 아니다.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는 한 세대 간 간극을 좁힐 수 있는 길이 아닐까. 그저 우리는 왼손만 거들뿐.
요즘 친구들이 이 카카오톡 이모티콘의 유래를 모른다고 하니 충격적이지도 않고 놀랍지도 않고 신기하지도 않고 아무렇지도 않다? 정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