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는 것에 대하여
시간의 빠르기를 가늠할 수 있는 방법이 여럿 있다. 바꿔 말하면 내가 제법 나이를 먹었구나 라고 깨닫게 되는 순간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최근 들어 이러한 느낌을 받은 경우가 여럿 있었다.
얼마 전, 나 혼자 산다에 소희가 나왔다. 그다지 챙겨보는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소희가 나온다기에 본방 사수를 했다. 나의 세대에 소희라는 존재는 아주 특별하다. 원더걸스 - 소녀시대로 이어지는 2세대 걸그룹의 시초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내가 군인 시절에 데뷔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TV로 소희를 보니까 추억도 새록새록 돋고 반가웠지. 영원히 여동생 같을 것만 같았던 소희도 방송을 보니 어느덧 30살이 되었다고 한다. 소희와 함께 늙어버린 나의 나이도 새삼 실감이 났다.
최근 부산에 SNS에서 아주 핫한 신상 카페가 생겼다고 해서 가보았다. 클럽을 연상케 하는 웅장한 음악소리, 휘황 찬란한 프린팅으로 도배된 벽, 특이한 소품들의 인테리어, 화려한 헤어스타일을 한 스태프들, 그리고 무엇보다 개성 넘치는 젊은 손님들을 보니 과연 핫 한 곳이 맞는구나 했다.
"오빠! 여기서 우리가 제일 늙어 보인다!"
안 그래도 나도 그렇게 느꼈는데 아내의 말을 듣고 나니 더욱이나 좌불안석이었다. 뭔가 여기에 있으니 나도 정말 많이 늙었구나 싶었다. 이 공간 자체가 나에게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한 느낌이 들어 괜히 위축되었다. 회사에서든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든 제법 젊고 트렌디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열정 넘치는 20대 친구들 사이에 있으니 영락없는 나도 30대 중반 아저씨라는 게 실감되었다.
어제 친한 친구들과 커피를 마시며 나일을 먹어 가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누구나 청춘을 그리워하고 젊음을 붙잡고 싶어 했다. 하지만 살다 보니 그 나이 때 별로, 그 세대별로 각각의 맞는 행동과 바이브가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바꿔 말하면 요즘 젊은이들이 노는 것을 따라 한다고 해서 내가 젊게 살고 있다고 착각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영원히 젊고 싶어서 그 세대만의 바운더리에 발을 담그는 것 자체가 그들에겐 우리가 꼰대처럼 보일 수도 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 어쩌면 정말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를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내 나이 때에서 최선을 다해서 건강한 몸, 건강한 정신을 유지한다는 게 젊게 나이를 먹어 갈 수 있는 게 아닐까? 언젠가 이 글을 보고도 '나도 이땐 그래도 젊었구나'라고 기억하는 날이 올 거니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