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 추적 기반 Zenly 체험기
"이번 주 수요일 퇴근하고 볼 사람?"
"..."
직장인이 되고 가정까지 생기게 되니 친구들과의 모임을 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퇴근 시간도 불규칙하고 각자의 우선순위가 생김에 따라 총각 때와 달리 몸을 사리기 마련이다. 그래도 가끔 시간이 비어 친구들과 모임을 주선하려 하면 꼭 꼭 한 명씩 초를 치는 친구가 생긴다.
"아 아쉽다 이번에 정훈이만 되면 다 모이는 건데, 차라리 다음에 모이자"
"그래 담에 보자~"
그리고 다음날,
"너 이 XX 딱 걸렸어!!"
회사일로 바빠서 못 나온다던 정훈이는 어젯밤 다른 친구들과 술을 마신 것을 우리에게 들켰다. 어릴 적부터 친하게 지내는 죽마고우들은 이게 문제다. 서로를 너무 쉽게 대하고 가볍게 여긴다. 약속을 어기는 것은 일상다반사고 애들 지적에 굴복하기 싫어 거짓말을 밥먹듯이 한다. 싸우고 욕해도 그뿐이니까, 친한 만큼 막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이게 너무 잦아 지니까 언젠가부터 이 친구들과 카카오톡으로 채팅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쌓였다.
'분명 해결책이 있을 텐데..'
지난 주말에 유튜브를 보았다. 어떤 알고리즘에 이끌린 건지 모르지만 요즘 10대들이 어떻게 노는지 나오는 영상이었다. 특히 기억에 남았던 것은 'Zenly'라는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여러 친구들끼리 해당 어플을 통해 서로의 위치를 파악해 공유하고 그 속에서 채팅도 하고 이모티콘도 보내는 새로운 놀이였다. 분명 몇 년 전에 연인들끼리 서로의 위치를 추적하는 어플이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는데 이게 하나의 SNS처럼 플랫폼화가 되어있던 것이다.
그리고 호기심에 깔아 보았다. 단순히 위치만을 안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활동이 가능했다. 친구와 만남의 횟수도 카운트되고 게다가 친구의 위치와 위치 간에 이동시간 거리까지 파악해주는 만능 애플리케이션이었다.
'이거다!'
오늘 오전 친구들 채팅방에 어플 공지를 내렸다.
"해당 어플을 깔고 서로 친구 추가하도록, 그리고 각자 위치 상태를 공개 함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한 모임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 쫄 리면 뒈지시던가"
"나야 꿀릴 거 없지 찬성"
"나도 찬성"
남자들은 뒷 생각 없이 일단 지르고 본다. 그리고 본인은 절대 그럴 일 없다고 떳떳해한다. 오늘 약속 파토 상습범인 정훈이의 퇴근길을 우리 모두 조용히 살펴보았다. 자동차로 움직이는 것도 파악해 속도까지 표시가 되었다. 참 똘똘한 어플이구나 싶었다. 그런데 정훈이의 동선이 이상하다? 역시나 집으로 가지 않는다. 그렇다. 결국 오늘도 누군지 모르는 누군가와 술을 먹으러 가는 길이었다. 그래도 Zenly 어플 덕분에 오늘은 정훈이가 거짓말을 치지 않았다.
사람은 결국 규제와 규범이 있어야 도덕적이게 된다. 친구들끼리 거짓말 치고 놀리는 게 뭐 도덕질까지인가 싶지만, 어느 정도 서로 존중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30대 중반의 아재들이 신세대들이 하는 애플리케이션을 경험해보며 뭔가 친구의 꼼수를 미연에 차단했다는 점과 정통으로 날아오는 세월을 어느 정도 방어했다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은 밤이다.
어쨌든 그렇게 서로를 구속하는 무언가가 없어도 가까운 사람일수록 거짓말하지 말고 서로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