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한 사고 갖기
약 10년이 다되어 가는 나의 1TB 외장 하드 디스크가 있다. 대학 시절부터 나의 청춘을 함께한 녀석인데, 최근 들어 부쩍이나 낮아진 인식률, 그리고 디스크가 돌아가는 힘겨운 소리가 이별이 다가왔음을 짐작케 했다. 이대로 계속 두었다간 오랜 시간 모아 축적된 나의 데이터들도 함께 동반 이별할 것 같았다. 어서 새로운 외장 하드 디스크를 사서 데이터 이관이 절실한 순간이었다.
문제는 다시 새로운 외장 하드디스크를 사는 게 맞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지난 10년간 외장 하드를 들고 다니면서 느낀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노트북을 챙길 때마다 부수적으로 챙겨 다녀야 하는 귀찮음, 충격에 약하다는 단점, 언제나 분실이나 도난에 대한 신경 쓰임, 용량을 업그레이도 할 수 없는 점, 유한한 물리적인 소모품이라는 점 때문이다.
그렇게 '클라우드' 서비스로 눈길이 갈 수밖에 없었다. 클라우드는 인터넷 가상의 서버에 데이터를 저장해 인터넷이 연결되어 있다면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데이터를 열람할 수 있는 서비스다. 휴대하는 불편함도 없고 고장 날 걱정을 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이전부터 겪어온 외장 하드의 단점들을 상쇄하고도 남는 서비스인셈이다. 이렇게 개인 저장매체라는 것도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있었다.
내가 외장 하드 디스크를 청산하고 클라우드로 갈아탄다고 하니 주변에서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몇몇 클라우스 서비스에서 터진 보안의 문제, 생각보다 빠르지 않은 속도, 그리고 비용적인 측면 때문이다. 아무래도 10년을 넘도록 물리적인 하드디스크를 사용해 오다가 새로운 플랫폼으로 갈아탄다는 것은 나름의 큰 결심에서 나온 행동이다. 그렇다 보니 결심에 앞서기 전 내가 느낀 막연한 두려움들처럼 클라우드를 바라보는 친구들의 부정적인 생각도 어느 정도 이해는 갔다.
사람은 나이를 먹을수록 보수화 되고 도전을 꺼려하게 된다. 하지만 시대는 빠르게 변화하고 새로운 패러다임들로 전환된다. 이를 얼마나 효과적이고 유연하고 대처하느냐에 따라 나이를 먹어도 시대에 도태되지 않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 낡아 부러지기 일보직전인 나의 외장 하드 디스크가 나의 미래의 모습이 되지 않아야 하지 않겠는가? 언제나 유연한 사고를 가지기 위해 노력하며 살고자 한다.
물론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이관해서 클라우드 서비스를 누구보다 만족하게 사용 중이다. 무엇보다 언제나 어디서나 친구들의 과거 엽기 사진들을 열람해 채팅방에 띄우는 것만큼 만족스러움은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