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집 이모의 고민

비양심의 정당화

by 온택

대학교 시절, 학교 정문 앞에 작은 분식집이 있었다. 순살 닭튀김, 김말이 튀김, 고추 튀김, 순대, 어묵 등 일반 분식집과 특별히 다를 것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 집만의 특별한 점이 있다면 계산을 후불로 한다는 점이다. 점심시간이 되면 분식집 앞은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착한 가격에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이 분식집은 남학생들에게 매우 인기가 좋았다. 각자 비좁은 사람들 틈에 서서 앞 접시에 본인이 먹고자 하는 튀김들을 담아 먹는다. 그리고 이모님께 자신이 먹은 개수를 “5개요”라고 말하고 5개 값을 지불하고 가면 된다. 바꿔 말하면 이모님은 철저히 학생들의 양심에 맡겨 장사를 하게 되는 셈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러한 계산 방식을 악용하는 사례가 많았다. 많은 학생들이 동시에 먹고 있다 보니 일일이 한 명씩 몇 개를 먹는지 이모님이 카운트를 할 수 없는 것을 모두가 안다. 예를 들어 5개를 먹어 놓고, “3개요” 하고 계산하고 가는 사람들이 있고, 심지어 몰래 도망가는 쓰레기도 있었다. 사실 이모님은 모든 것을 알면서도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학생들을 위해 그냥 눈감아 주는 것만 같았다. 이를 바꿔 말하면 학생들 사이에선 거기서 제 돈 주고 먹으면 ‘호구’라는 이야기가 들릴 정도였다.


양심을 거역하는 행동들은 한번 빠지게 되면 걷잡을 수 업게 된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어느 순간 분식집 앞에 CCTV가 설치되어 있었다. 튀김을 먹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이 오른쪽 모니터에 고스란히 찍혀 보였다. 그 순간부터 북적거리던 분식집이 손님이 줄어든 게 눈에 훤히 보였다. 양심에 가책을 느낀 학생들이 제발 저러 오지 않거나, 감시를 당하는 것에 기분이 나빠 오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 인지 CCTV를 철거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분식집 이모님이 CCTV라는 강수를 꺼내들 수밖에 없던 이유는 무엇 이였을까? 학생들을 위해 편의와 호의를 베푼 것이 되로 불이익으로 돌아왔음에 일종의 배신감과 무언의 경고가 아녔을까? CCTV를 빠르게 철수했던 것을 미루어 보아 이모님을 그동안 얼마나 마음고생을 하며 고민했을지가 느껴졌다. 사람은 양심을 어기게 되면 스스로에게 당당하지 못하고 부끄러움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 양심의 가책이 자발적인 데서 나오는 게 아닌, CCTV를 겪게 되었을 때 비로소 깨닫게 되는 현실이 썩 달값지만은 않은 것 같다. 본인의 이익을 위해 비양심적 행동을 정당화하며 살아가는 많은 이들이 분식집 이모의 고뇌를 1이라도 느껴는 보았을까?. 비굴 하게는 살아도 비겁하게는 살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