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남자 손님 특징
몇 개월 전, 회사 정문 500m 정도 떨어진 곳에 이마트 24 편의점이 생겼다. 회사 내부에도 자체 매점이 있지만 다양한 메뉴들이 없어 아쉬워하며 지낸지도 몇 년. 회사 근처에 대기업 편의점이 생겼다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었다.
편의점이 생긴 후 점심시간이 되면 소화도 할 겸, 간식도 사 먹을 겸, 산책하며 바람도 쐴 겸, 걸으며 운동도 할 겸 해서 친한 동료들과 항상 편의점으로 향했다. 악천후 라던지 멤버의 부재인 경우를 제외하면 주 3회 이상 꾸준히 다닌 것 같다.
그리고 편의점 입구에 다 달으면 우린 항상 가위 바위 보를 한다. 남자들끼리 간식 따위 사 먹는데 더치페이란 없다. 내기를 통해 하루하루 벌칙자 두 명을 선정했다. 그리고 벌칙자는 고정된 금액 내에 커피나 간식을 사줘야 한다. 내기에서 진 두 명의 탄식을 보는 것도 재미다. 물론 내가 되는 경우도 있다는 게 함정이지만.
그렇게 편의점의 1+1 행사도 이용하고, 다양한 메뉴를 골라가며 나름 행복한 편의점 라이프를 즐기고 있던지도 한 달, 어느 날 편의점 이모가 우리에게 들뜬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오늘은 누가 졌어요?"
"아.. 저희 두 명이요. 계산 부탁드립니다."
"다음부턴 저도 내기 참여시켜주세요~!! 저도 지면 살게요!"
"네...?"
"정말요. 재미있어 보여서요! 저도 참여시켜주세요!"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황급히 편의점을 빠져나왔다. 주인 이모의 농담인지 진담인지 알 수 없는 제안에 적지 않게 당황한 우리는 회사로 가는 길에 갑론을박을 벌였다. '이모가 그냥 한말이다', '진짜 내기 끼워달라고 한말이다', '그냥 의무적으로 건낸말이다', '제법 승부욕이 있어 보였다' 등 이런저런 각자의 생각들을 좁히지 못해도 다 같이 수렴하는 의견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불편하다'였다. 그리고 문득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식당에 오는 젊은 남자 손님 특징'이라는 글이 떠올랐다. 그 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매우 많이 먹음
2. 매우 빨리 먹음
3. 먹고 바로 나감
4. 꼬운 게 있어도 크게 안 따짐
5. 크게 꼬운 게 없으면 자주 옴
6. 자주 와서 아는 척하면 부담스러워 안 옴
(말 걸면 안개처럼 사라지는 마법 같은 손님)
우스갯소리로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내용이긴 한데 제법 공감이 많이 되었다. 특히 대부분의 남자들이 6번 항목에서 많은 공감을 할 것이다. 대부분의 가게 주인들이 어느 순간부터 나름 단골이라고 생각되어 말을 붙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는 남자들에겐 뭔가 모를 부담감, 압박감, 그리고 쑥스러움 같은걸 야기시킨다.
특히 이러한 6번같은 특징은 옷가게에서 가장 많이 나타나는 경우다. 혼자 조용히 옷을 보고 고르고 싶은데 가끔 점원 분이 '찾으시는 옷 있으세요?'라고 묻기 시작하며 이리저리 따라다니며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것에 굉장한 불편함을 느낀다. 남자는 단순해서 오히려 지나친 친절과 관심에 방어적인 태세를 갖추곤 한다.
그런 남자의 특징을 몰랐던 회사 근처 편의점 이모님은 그저 자주 와주는 손님들에게 감사함과 친근함을 표현하기 위해 나름 고민 끝에 말을 걸었을 텐데 말이다. 저 날 이후 한동안 가지 않았던 편의점을 오늘 날씨가 좋다는 핑계로 동료들과 오랜만에 방문했다. 가위 바위 보를 하고 벌칙을 당해 탄식을 자아내는 우리를 그저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는 이모의 표정에서 무언가를 깨달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우린 다시 자주 방문 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