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불편함

불변한 관계

by 온택

이리저리 인맥 엮이는 걸 싫어한다. 태생적으로 내성적인 영향도 있겠지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어린 시절 겪은 다양한 경험에서도 비롯된다. 위로는 누나, 밑으로는 남동생이 있는 중간에 있다 보니 누군가의 동생이자 형으로서 아래 위로 치인 경험이 제법 있다. 그래서 그런지 누구의 친구, 누구의 가족, 누구의 동료로서 나에게 까지 영향 주는 것을 매우 꺼려했다.


그래서 가끔 친구가 자신의 여자 친구를 소개해준다 해도 그다지 반기지 않았다. 친구가 여자 친구와 헤어지고 난 후 어색하게 남은 일촌 혹은 페북 친구 리스트는 어떻게 해야 하며 우연히 길에서라도 만날 시 모른 척하는 것도 매우 피곤했다. 그다지 불필요한 인맥을 만들어 굳이 어색한 관계를 이어 나가고 싶지 않았다.


물론 연애할 때도 이러한 나의 성향은 계속되었다. 여자 친구가 “친한 친구 생일 파티가 있는데 다들 남자 친구 데리고 온다던데 오빠도 올래?”라고 권유 시 나의 대답은 언제나 확고했다. 이런 나의 성향을 알고 연애 기간 동안 특별히 모임에 참석하지 않아도 그러려니 하며 이해를 해주었다. 물론 티는 안 내었지만 내심 섭섭함이 많았을 거라 생각이 든다.


그러던 우리도 어느덧 결혼을 하게 되었다. 결혼을 하고 나서 아내의 친한 친구의 생일 모임이 생겼다. “당연히 오빠는 안 갈 거지?”라는 대답에 조금 생각이 많아졌다. 연애 시절에는 굳이 섞여서 좋을 것 없는 인맥들이라 생각했지만 이제는 결혼을 했고 아내의 친구들과 평생 안 볼 사이가 아니라는 점. 그리고 친구들도 다 남자 친구들과 결혼을 해서 부부가 되어 있다는 점. “아니야 오빠 갈게!”라고 첫 아내의 공식 모임에 참석했다.


아내 친구들의 남편들은 나보다 나이가 많았다. 그래서 형님 하며 깍듯이 모시고 서로 대화를 나누었다. 처음 만나는 자리라 어색하고 힘들지만 이왕 온 거 재미있게 놀고 친해지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나는 그날 필름이 끊길 정도로 술을 많이 마셨다.


"오빠, 친구들이 오빠 그렇게 재미있는 사람인 줄 처음 알았데~”


막상 만나서 놀다 보니 재미있게 어울리고 잘 놀았던 것 같다. 물론 필름이 끊겨서 혹여나 실수는 하지 않았을까 하는 고민도 들었지만 언제나 사람을 만나는데 처음이 어렵지 적응을 하면 잘 지내게 되나 보다. 여전히 억지로 인맥이 엮이는 것은 싫지만, 결혼 이후 점점 끈처럼 이어질 인맥들이 많아지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얼마 전 아내 친구 결혼으로 당시 만났던 형들과 재화 했다. 우리는 마치 대학교 오리엔테이션 다음날처럼 언제 그랬냐는 듯 어색한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아직 더 많은 시간이 필요 한 것 같다.

이전 06화했던 얘기 또 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