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쉬 마려" 하는 쌍둥이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앙증맞은 토끼 그림이 그려진 팬티를 입고 화장실로 후다닥 뛰어가는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기저귀를 차고 있더니, 이제는 스스로 화장실도 가고 옷도 갈아입는다. 가끔은 실수를 해서 바닥에 물웅덩이를 만들기도 하지만, 그 순간조차도 귀엽게만 느껴진다.
어느 날은 문득 거실 소파에 앉아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깊은 생각에 빠졌다. 매일매일 조금씩 자라나는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행복한데, 왜 한편으로는 이렇게 마음 한편이 쓰라린 걸까. 아이들이 한 걸음 한 걸음 성장할 때마다 나의 엄마 아빠의 주름살도 하나씩 더해진다는 사실을 느껴서 그런 것 같다. 병원에 가는 횟수가 잦아진 부모님을 볼 때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부모님의 한숨소리가 교차되는 듯하다.
이러한 복잡 미묘한 감정을 품고 살아가는 것이 부모라는 이름의 숙명인 것 같다. 지금의 내 마음처럼, 엄마 아빠도 나를 키우면서 이런 감정을 느끼셨을까. 아마도 그랬을 것이다. 내가 처음 걸음마를 뗐을 때, 유치원에 입학했을 때, 학교에 들어갔을 때. 그때마다 뿌듯함과 늙어 가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바라보며 서운함이 교차됐을 테니 말이다.
내 쌍둥이들도 언젠가는 자신의 아이를 키우며 이러한 감정을 느끼겠지? 아이가 자라날수록 부모는 늙어간다는 진리를 깨닫고, 그들도 지금의 나처럼 복잡한 마음을 안고 살아가겠지. 그래서 오늘도 아이들의 옹알이며 재잘거림, 심지어 투정까지도 모두 소중하게 여기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지만, 그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성장한다.
때론 슬프고 때론 기쁜, 이 복잡한 감정들이 우리를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것 같다. 오늘도 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부모님께 안부 전화를 걸며, 그렇게 조금씩 마음이 성장해간다. 시간이라는 강물은 거스를 수 없지만, 그 흐름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더욱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는 법을 배워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