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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조용한 약속

by 온택

6월은 묘한 달이다. 봄이라기엔 이미 조금 지쳐 있고, 여름이라기엔 아직 더위가 본격적이지 않다. 낮에는 더워 반팔을 입고 나섰다가도, 해가 지면 괜히 얇은 겉옷 하나 챙기지 않은 걸 후회하게 된다. 그런 어정쩡한 기온 탓에, 계절 감성마저 어딘가 애매하다. 그래서일까, 많은 사람들에게 6월은 그냥 스쳐 지나가는 달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이 애매한 달이 유독 마음에 남는다. 시작도 끝도 아닌 이 흐름 속에서, 뭔가 작게 방향을 틀고 있는 느낌. 계절이 그렇게 조용히 전환점을 맞이하듯, 우리의 관계도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다른 쪽으로 향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말로는 하지 않았지만, 눈빛과 말투, 함께 보내는 시간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변화. 그건 분명, 우리가 ‘결혼’이라는 방향으로 서서히 기울고 있다는 조용한 신호였다.


“우리가 결혼을 한다면 몇 월에 하고 싶어?”

“겨울은 너무 춥고, 4월은 너무 급하고, 5월은 행사 많고, 7~8월은 덥고, 가을은 너무 늦고…”

“결국 우리한테 어울리는 건 6월이네.”

“응, 애매한데 딱 우리답다.”


그렇게 우리는 누구도 크게 눈여겨보지 않는 이 ‘애매한 달’을, 우리만의 특별한 달로 삼기로 했다. 남들 다 잡는 ‘좋은 날’ 대신, 그냥 우리한테 마음이 가장 편한 날. 결혼 준비도 누군가 정해준 순서나 형식에 따르기보다, “우리가 괜찮은가?”를 계속 묻는 방식이었다. 2019년 6월 15일. 햇살은 여름 같았고, 바람은 봄 같았다. 우리는 인생의 중심쯤에서 서로에게 조용한 약속을 건넸다.


그날부터 쌍둥이 딸들과 함께 살아가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출발선은 늘 ‘6월’이라는 이름 위에 놓여 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믿는다. 6월의 애매함은 결코 무의미하지 않다고. 어쩌면 지금 이 순간도, 무언가가 살짝 바뀌고 있다는 조용한 신호일지 모른다. 그리고 그 어중간함이야말로, 변화를 가장 솔직하고도 가장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방식일지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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