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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동이 지나간 자리

by 온택

입사 10주년을 맞아 회사로부터 금 5돈과 위로휴가 3일을 받았다. ‘벌써 10년이나 되었구나’ 싶은 마음에, 문득 가슴 한구석이 묘하게 일렁이기 시작했다. 입사 초, 30명이 넘던 동기들 가운데 지금까지 남아 있는 사람은 나를 포함해 단 3명뿐이다. 누군가는 더 나은 대우를 찾아 떠났고, 누군가는 전혀 다른 길을 선택했다. 그렇게 하나둘 자리를 비울 때마다 마음 어딘가가 휑해졌고, 그 자리를 채운 건 정체된 듯한 감정이었다.


그 감정은 점점 ‘충동’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고, 결국 나를 움직였다. 뭔가 바꿔야 할 것 같았다. 지금이 아니면 늦을 것 같다는 조급함, 뭔가 해봐야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는 막연한 감정에 이끌려 몇몇 회사에 이력서를 넣었고, 몇 번의 면접도 치렀다. 한두 번의 낙방은 견딜 수 있었지만, 반복되는 불합격 통보는 점점 내 자신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어느 날,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동기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는 회사를 떠나 새로운 도시로 이사했고, 낯선 환경에서 아내와 아이가 적응하느라 꽤 힘들었다고 했다. 일이 많아 가족과 보내는 시간도 줄었고, 기대했던 만큼 만족스럽지도 않다고 했다. 그러더니 말끝에 덧붙이듯 조용히 말했다.


“가정을 지키고 싶으면, 한 번 더 고민해 봐. 사실 그 회사, 나쁘진 않았어.”


그 말은 이상하게도 내 마음 깊은 곳에 가라앉아 있던 충동을 조용히 잠재웠다. 도망치고 싶다는 마음은 여전히 있었지만, 그보다 더 지키고 싶은 것이 있다는 걸 다시 떠올렸다. 집에 돌아와 아이들과 저녁을 먹고, 함께 놀고, 동화책을 읽고, 잠드는 이 일상의 평온함이 내게 얼마나 큰 위안이었는지 새삼 깨달았다. 더 많은 연봉이나 화려한 타이틀보다, 지금 내 삶의 균형을 이루는 건 이 소소한 일상이었다.


나는 오늘도 충동을 견디는 중이다. 언젠가 다시 움직일 날이 오더라도, 지금 이 시간을 지키는 선택이 나에게 가장 소중한 선택이라는 것을 잊지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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