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아내와 DM을 주고받느라 바쁘다. 전시회, 감성 카페, 신상 맛집 등 서로 누가 더 핫한 곳을 찾았는지 은근히 으스대면서도, 검색의 숨은 키워드는 늘 같다. 바로 ‘아이와’. 목적은 단순하다. 주말 동안 아이와 함께 보낼 공간, 새로운 경험을 찾기 위해서다. 이번 주는 또 어디로 가야 할까? 이 고민은 어쩌면 연애할 때보다 더 진지하고 치열하다. 맘카페 후기부터 육아 인플루언서 피드까지 뒤적이며, 우리 부부는 오늘도 주말 작전을 짠다.
그렇게 공들여 계획한 주말 일정은, 어떤 날은 아이가 좋아서 박수 치고, 어떤 날은 울다 지쳐 돌아오는 대참사가 되기도 한다. 어쨌든 전투 같은 하루를 마치고 거실에 쓰러져 있는 우리는 말 그대로 마른 오징어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다. 어린 시절, 주말마다 소파에 뻗어 있던 아빠의 모습. 그냥 늘 보던 장면이라 그게 얼마나 피곤한 상태였는지 몰랐지만, 주 6일 근무하던 그 시절을 떠올려보면, 이제야 이해가 된다. 아빠의 시그니처는 재평가되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시그니처는 대물림이었나 보다. 그저 주말마다 아이랑 놀아주고 돌아온 것뿐인데, 꼭 이런 말을 듣는다. “매번 그렇게 다녀봤자, 애가 기억이나 하겠어?” 어쩌면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나 역시 어린 시절, 아빠가 찍어준 사진을 보고서야 ‘그런 날이 있었구나’ 하고 떠올릴 뿐이니까. 하지만 우리가 아이에게 남기고 싶은 건 정확한 장면이 아니라, 그 순간에 스며든 감정이다. 캠핑장에서 작은 손으로 망치를 들고 세상 진지하게 땅을 두드리던 모습, 모래밭에서 조개껍질을 찾고는 세상을 다 가진 듯 웃던 얼굴, 예쁜 카페에서 모델처럼 포즈를 취하며 자아도취에 빠졌던 순간들. 그런 장면들이 언젠가 아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가족과 함께한 따뜻한 감정으로 피어오르길 바란다. 그 기억들은 시간이 지나 아이가 지치고 흔들릴 때, 조용히 마음을 붙잡아주는 뿌리가 되어줄 것이다.
소파를 침대 삼지 않고, 아이의 웃음을 기대 삼아, 우리는 오늘도 놀이터에 작은 발자국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