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일은 단순히 달력에 표시된 날짜가 아니다. 누군가에겐 기다림이고, 누군가에겐 오래 간직하고 싶은 기억이며, 또 누군가에겐 축복을 나누는 자리다.
쌍둥이의 돌이라는 기념일이 다가왔을 때, 나는 그 의미를 어떻게 담아야 할지 오래 고민했다. 코로나가 막 지나가던 시기라 결혼식, 회식, 돌잔치 같은 경조사들이 연이어 축소되는 분위기였다. 나 역시 그 영향을 받아, 굳이 많은 사람을 불러 모으는 것이 맞을까 하는 생각이 앞섰다.
게다가 쌍둥이라는 사실은 고민을 더 크게 만들었다. 축복이 두 배면 좋지만, 누군가에겐 부담도 두 배일 수 있지 않을까. 결국 우리는 양가 부모님만 모시고 근처 일식집에서 조용히 식사를 하며 돌을 기념했다. 서로에게 부담 없고 깔끔한 방식이라 여겼다.
하지만 기념일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뒤늦게 알게 된 건, 아이들의 돌을 함께 축하해 주려고 기다리던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할머니와 친척들은 “왜 돌잔치를 안 했느냐”며 서운해하셨고, 나는 그 마음을 미처 헤아리지 못했다. 나에게는 가족만의 소박한 기념일이었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함께 나누고 싶은 축제의 날이었던 것이다.
돌잔치를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기념일은 나 혼자 정리하는 날이 아니라, 함께 기억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모여 완성되는 것이라는 것을. 아이들의 첫해를 돌아보는 동시에, 아이들을 사랑해 주는 많은 이들의 정성을 확인하는 날이 바로 기념일이었다.
그래서 돌잔치를 하지 않은 선택이 후회되는 건 아니다. 다만 다음번 기념일이 다가온다면, 그날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조금 더 헤아려 보고 싶다. 결국 기념일의 진짜 의미는 ‘함께 기억하는 시간’에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