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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택 Dec 02. 2020

외국 용병 선수가 알려준 우리 동네

익숙한 것의 소중함

 나의 고향 창원에는 지역을 연고로 하는 NC 다이노스라는 프로야구팀이 있다. 지역팀에 애착이 있다 보니 아무래도 매해 새로 영입되는 외국인 용병 선수에 관심을 갖기 마련이다. 용병 선수는 1년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고향을 떠나 문화도, 언어도, 음식도 모두 다른 타지에 안착해야 한다. 어떻게 적응하냐에 따라 용병 선수의 한해 성적이 좌지 우지 된다.


 수도권팀과 달리 지방에는 즐길만한 콘텐츠나 인프라가 많이 부족하다. 그렇다 보니 괜히 타지 적응하는데 힘들지 않을까 하고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시즌 중에 용병 선수가 약간의 슬럼프에 빠지거나 성적이 좋지 못하면 선수의 SNS에 들어가 혹시 무슨 일이 있는 건가? 하고 체크를 한다.

 

 올 시즌 후반이었을까? 약간 주춤해하는 우리의 간판 용병 투수가 걱정이 되어 그의 아내 SNS에 들어가 보았다. 하지만 걱정과 달리 크게 문제가 없어 보여서 다행이다라고 생각이 들 즈음 그녀의 SNS에 굉장히 낯익은 광경들이 보였다. 바로 내가 살고 있는 창원의 풍경과 일상들이었다.


 매번 시골 촌동네 같고 운치 없다며 투덜대던 마산 앞바다는 그들에게는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최고의 경치'라고 표현이 되어 있으며, 너무 갈 곳이 없어 매일 나가는 창원 가로수 길는 '세상 힙한 공간'이라고 표현이 되어있었다.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하다며 폄하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나는 가끔 너무나 익숙하고 당연한 일상들을 부정하고 사는 것 같다. 항상 새로운 것에 갈망하며 모자람음 보상받고 싶어 했다. 하지만 말도 안 통하는 낯선 땅에서도 그들만의 방식으로 행복해하는 용병 부부를 보며 다시 한번 익숙함이 소중하다는 걸 생각해본다. 오늘따라 장복산 뒤로 물드는 저녁노을이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기분 탓일까?


※ 한국 야구와 한국 문화에 빠르게 적응한 NC 다이노스의 간판 투수 '루친스키'는 올 시즌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팀을 창단 첫 우승이라는 타이틀을 안겨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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