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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택 Dec 03. 2020

파마하며 알게 된 일상의 소중함

소소한 생각과 간소한 일상

 매우 굵고 뻣뻣한 직모를 지니고 있다. 아빠와 할아버지의 두발 상태를 보아하니 유전임에 틀림없는 듯하다. 어찌나 억센지 왁스, 스프레이 따위로도 머리카락이 고정이 안된다. 오죽했으면 중학교 때는 하루라도 차분한 머리로 살고 싶어 수영모를 쓰고 잔적도 있다. 물론 그날은 친구들에게 박치기 공룡이라고 놀림을 받았다. 결국 지금의 나는 이러한 유전 법칙을 거스르고자 2달에 한번 주기로 파마를 한다.


 파마를 하자면 커트, 와인딩, 중화, 샴푸, 스타일링 등 여러 과정을 거치다 보니 아무래도 2시간 정도를 미용실에 할애하게 된다. 파마가 만들어지는 따분하고 지루한 시간엔 평소에 잘 읽지도 않는 탁자 위 서적들에 손이 간다. 마치 시험공부할 때 테트리스도 인생게임이 되는 그런 느낌이려나? 그중 일반인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담은 유명 에세이 잡지를 즐겨 본다. 한두 장 넘기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어느새 잡지의 마지막 페이지에 다 달음과 동시에 샴푸를 하자는 미용사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샴푸를 하면서 생각해보았다. 왜 이렇게 남들의 사는 이야기에 마음이 포근해질까? 물론 글 자체에서 오는 감동과 힐링 포인트도 있겠지만, 결국 사람 사는 데는 다 비슷하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어서 였던 것 같다. 우리는 가끔 주변 사람들의 SNS 보며 열등감, 자괴감을 느낄 때가 있다. 뭔가 나만 빼고 다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것 같고, 혼자 뒤처지는 것 같아 낙담을 하기 일쑤다. 하지만 조금만 바뀌서 생각해보면 인생 최고의 순간만이 편집된 SNS를 가지고 나 스스로의 가치를 폄하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극히 평범한 일반인들의 소소한 생각과 간소한 일상들을 들여다 보고 소중한 나의 순간에 감사했다. 물론 파마가 만족스럽게 나와서 좋은 기분은 덤이다.


 조금은 하찮을 수 있는 나의 글에도 누군가 읽고  '아, 남들도 별반 다르지 않구나' '나도 잘 살고 있구나' 하고 안심할 수 있으면 좋겠다. SNS 속 사람들의 최고의 순간보다 우리의 사소한 일상이 더욱 가치 있고 소중하니까. 날이선 직모보단 둥글둥글하고 유연한 파마 같은 마음을 먹으며 살아가기 위해 난 다음 달 파마를 다시 예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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