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해준 그대에게 행복을
1997년 4학년 때의 일이다. 한날은 1교시 수업 시간이 한참 지나도 교실 단상이 비어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스르륵 탁 하는 교실 문 소리가 들렸다. 의외로 옆반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담임 선생님이 오늘 아프셔서 출근을 안 하셨으니 조용히 자습을 권했다. 학급 아이들이 웅성 웅성 거렸다.
지금 생각하면 단순히 병가를 낸 것인데 당시 우리는 선생님이 갑자기 자리를 비운 것만으로도 엄청난 큰일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호들갑이었다. 선생님이 안 계신 교실 안은 너무 공허했다. 마냥 이대로 있어도 되는 것일까? 하는 고민은 당시 친했던 학급 친구 두 명과 '그래! 우리가 선생님 댁으로 병문안을 가자!'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병문안을 가기 위해 옆반 선생님께 우리 선생님 댁의 주소와, 그곳으로 타고 가는 버스 번호도 적힌 작은 메모지를 전달받았다. 하지만 하루 300원씩 용돈 받던 우리에겐 주머니를 탈탈 털어도 버스 편도 분량밖에 모이지 않았다. 따라서 집으로 돌아올 때는 걸어오는 것으로 하고 무작정 버스에 올라탔다. 탑승 후 각자 구역별로 오는 길을 암기하기로 했다. 하지만 선생님 댁은 버스 창문 너머로 길을 외우기엔 너무나도 먼 곳이라는 것을 익숙한 합성동 버스 터미널을 지나고 나서야 깨달았다.
그렇게 약간의 불안함을 안고 선생님 댁에 도착했다. 선생님은 같이 사는 언니분과 만두를 빚고 계셨다. 걱정한 것과 달리 괜찮아 보이는 선생님을 보니 마음이 놓였다. 그렇게 그날은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나누며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저녁도 먹고 놀다 보니 어느덧 해가 저물었다. 이제 걸어서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우리는 비장한 결의를 다졌다. 그런 우리를 보고 선생님은 무슨 마음이신지 화들짝 놀라셨다.
선생님은 버스정류장까지 데려다준다며 다 함께 집을 나섰다. 그리고 간식을 사 먹으라며 차비와 함께 넉넉히 용돈을 쥐어 주셨다. 해진 저녁 걸어서 집에 가야 하는 막막함이 해결된 우리는 기쁜 마음으로 버스에 올라탔다. 그리고 버스 안에서 '솔직히 돌아가는 길 잘 기억이 안 났어' 하며 속시원히 서로의 속내를 터놓았다.
선선한 이른 가을 저녁, 아프신 선생님이 걱정된 11살 꼬맹이들에겐 조금은 무모할 수 있는 큰 모험을 무사히 마쳤다. 우리들은 말로 형언하기 어려운 행복함을 느꼈다. 그리고 동네 버스 정류장에 하차 한 뒤 어깨동무를 하며 H.O.T. 의 행복을 큰소리로 부르며 거리를 거닐었다.
조금은 무모하고, 그리고 순수했던 그때의 그 순간은, TV 속이든 카페든 어디선가 행복이라는 노래가 흘러나올 때면 항상 떠오른다. 걱정되고, 긴장했지만 함께여서 행복하고 극복했던 그때의 친구들과 선생님. 함께해준 그대에게 행복을.
※ 행복은 H.O.T. 의 정규 2집 활동 후속곡으로 1997년 MBC, SBS 가요 대상을 석권한 히트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