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재능과 꿈을 펼칠 수 있는 세상
한창 취업 준비를 하던 대학 졸업반 당시, 나는 취업 관련 사이트란 사이트는 모두 회원 가입을 하였다. 공채 관련 정보를 받기도 했고, 이력서 및 포트폴리오를 등록 해 만반의 준비를 해놓기 위해서다. 그러나 취업이라는 현실의 장벽은 넘기엔 매우 쉽지 않았고, 이는 많은 좌절과 허탈감을 주곤 했다. 그러다 보면 어디서부터 잘 못된 것인지 원인을 찾곤 하는데, 그때마다 항상 스스로 의심을 하던 것이 '과연 내가 가고 싶은 회사와 직무가 나의 적성과 흥미가 맞는 것인가?' 하는 거다. 그러다 워크넷에서 이리저리 클릭질을 하며 채용 정보를 찾다가 우연히 무료로 직업 흥미도 검사를 할 수 있는 콘텐츠를 발견했다.
그런데, 이미 검사 결과 목록에 직업 흥미 검사 결과가 있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건 검사 일자가 2004년 10월 18일. 이게 과연 무슨 일인가 하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2004년, 즉 내가 고등학교 2학년일 때 고용복지 센터에서 학교와 연계해서 전교생 모두 청소년용 직업흥미도 검사를 했었던 것이다. 솔직히 구체적이게 언제 어떻게 검사를 했는지 기억은 잘 나진 않는다. 그만큼 그냥 선생님이 시켜서 억지로 했지 이걸 크게 검사 결과를 봐서 나의 적성과 흥미를 체크해 대학 전공을 설정하고 할 정도로 성숙하고 미래 지향적인 학생은 아니었다. 근데 그 결과가 워크넷에 여전히 기록으로 남아 있는 걸 보니 무언가 타임머신을 탄 것 같기도 하고 재미있어서 당시 동창 친구들에게 링크해서 너네도 조회해보라고 알려줬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시간은 다시 흘러 흘러 34살의 지금의 나는 7년 차 직장인. 요즘 유행이 직장인 공감 글을 보며 하루에도 수십 번은 퇴사와 이직을 생각하고, 내가 하는 이 길이 맞는지? 평생 할 수 있을지?라는 고민을 하며 퇴근 시간만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사는 지금. 문득 고2 때 했던 직업 흥미도 검사가 생각이 났다. 그때의 결과가 지금의 나의 회사 직무와 과연 연관이 있는지? 정말 내가 흥미 있고 재능 있는 것과 정 반대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 보기로 했다.
학교와 학년 반 까지 구체적인 나의 기록. 이걸 보자마자 당시의 담임 선생님이 떠올랐다. 눈만 마주쳐도 몸이 떨릴 정도로 무서운 선생님이셨다. 또 우린 인문계 학교지만 농업이라는 과목이 있었는데 농업 과목을 담당하신 선생님이 셨기도 했다. 하여튼 여러모로 나의 고등학교 시절은 솔직히 딱히 기억하고 싶지 않은 시절이다.
흥미 유형은 R (현실형) I (탐구형) A (예술형) S (사회형) E (진취형) C (관습형)
총 6가지의 유형으로 나뉘는데 나의 최고 흥미 유형은 A타입인 예술형이었다. 예술형의 특징이라면 상상력이 풍부하고 직관적, 그리고 개방적이며 독창적인 사람이다. 창의적인 작업을 수행하는 활동을 선호하며 관련 직업으로는 예술가, 작가, 음악가, 화가, 디자이너 등이 있다.
그리고 A타입을 또 세분화해보면 나는 미술 쪽 관련해서 가장 높은 점수를 보였다. 분명 결과에서 보이는 나는 예체능 계열 쪽으로 흥미가 있고 자신이 있어 보이는 나다. 결과론 적일 순 있지만 국민학교 입학 전인 어릴 적부터 만들기나 그림 그리는 것과 같은 것에 재능이 있긴 했다. 분명 또래 아이들보다 발달된 이 재능을 좀 더 발전시키고 전문화시킬 순 있었겠지만 우리가 자라던 시기에는 예체능에 올인하는 것은 나름의 범법 행위와도 같은 느낌을 주곤 했다. 재능과 꿈을 키우기보단 그저 공부를 통해 좋은 대학으로 진학하여 좋은 기업에 취업하는 길이 사회와 기성세대가 기대하는 것이었다. 또 당시의 나는 수동적이고 소심한 아이였던 지라 내가 하고 싶은 일로 부모를 설득할 정도의 확신과 자신감도 없었다.
물론 이러한 직업 흥미 검사가 진로를 결정하는데 결정적인 요소는 될 순 없다. 그저 간접적으로나마 검사를 통하여 직업군에 대해 더 넓은 안목을 가질 수 있고 흥미를 알아보는 정도로 그저 참조용으로만 보면 되는 거다. 검사를 하고 무려 15년이 지난 지금의 나는, 한 제조업 회사에서 코딩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인생에 가정이란 없지만 내가 하는 직업과 직무에 대해 회의감이 들 때마다 썩어버린 나의 재능이 아깝기도 하고, 저 때 당시 다른 길을 선택했다면 지금의 나는 어떻게 되어 있을까? 하고 상상을 해보기도 한다. 그저 기성세대와 사회와 만들어 놓은 길이 아닌 다양한 재능을 발휘하고 꿈을 떳떳하게 말할 수 있고 인정받을 수 있는 세상이 올 수 있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