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받은 자의 여유
간혹 인스타그램의 스토리 영역에서 일반적인 모습과 다르게 초록색 라인이 그려진 피드를 볼 수 있다. 특정한 사람에게만 스토리를 노출시킬 수 있는 '친한 친구'라는 기능이다. 어느 SNS나 특정 사람을 제외시키거나 비공개로 돌리는 기능은 있다. 하지만 인스타그램의 친한 친구가 조금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상대방으로부터 선택받았다는 생각에서 오는 뿌듯함이다.
비공개와는 엄연히 다르다. 예를 들어 회사 사람이 내 인스타 스토리를 보는 게 싫어서 그 사람들을 숨김 처리하는 것과, 반대로 나의 팔로워 중에 특정 몇몇의 인원만 지정해서 이 사람들에게만 보여주고 싶은 콘텐츠를 공개한다는 것의 차이다. 오늘도 친한 것 같지만 또 그렇게 가깝지만은 않은 한 지인이 초록 라인이 그려진 스토리를 올렸다. 내가 그의 초록 스토리를 볼 수 있다는 것은 그가 나를 친한 친구 리스트에 두었다는 것이다. 쇼미 더 머니에서 심사위원들에게 '우리와 함께 갑시다'라는 멘트를 들은 래퍼가 이런 기분이려나?
오늘을 계기로 나도 계속 미뤄왔던 친한 친구 리스트업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다지 많은 팔로워를 두고 있지 않지만 그 속에서도 친한 친구를 솎아 내보려 하니 이게 생각보다 고민이 많이 되었다. 인스타그램에서의 친한 친구의 기준은 무엇일까?라는 생각 때문이다. 실제 친한 친구들은 가끔 나의 스토리 보고 오그라든다며 약점 삼아 놀리는 경우가 있어서 얘네들에겐 보여주긴 싫고, 그러자니 친한 친구가 아니라고 부정하는 것만 같고, 이 친구는 친한 친구인데 옆에서 다른 친구가 '어 왜 나는 안보이지?' 하며 차별당했다 생각하진 않을까?라는 생각 등 수십 가지 망상 들로 결국 오늘도 친한 친구 리스트업을 하는데 실패했다.
이와 비슷한 경험을 했던 것이 바로 결혼을 앞두고 청첩장을 돌릴 때였다. 오래 알고 지냈지만 근 몇 년간 소통이 없는 동창이나 그리 깊은 관계는 아니지만 적당히 알고 지내는 사람들에게 연락을 해야 하는 것인지 고민이 많았다. 결혼 연락이 상대방에게 부담을 줄 수도 있고 또 뻔뻔한 사람 취급당할 수도 있어서 적당히 스킵을 한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뒤늦게 소식을 알게 된 후 청첩장 연락을 안 줘서 섭섭하다고 표현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래서 참 인맥관리라는 것은 여자의 마음을 읽는 것처럼 어렵다.
혹시 나는 누군가에게 차단되어 있지 않을지? 혹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친한 친구 리스트로 등재되어 있을지? 하며 나 스스로를 한번 돌이켜 보는 시간이 되었다. 내 곁을 지켜주는 사람들에게 잘하자. 우리와 함께 갑시다.
한 친구 녀석에게 인스타 친한 친구 리스트로 글을 써본다 하니
"야, 그거 졸라 의미 없다. 그냥 쓸데없는 애들 빼고 다 넣어 두는 거다. 그걸 특별하게 생각하려 하냐?"
"..."
일단 저 녀석부터 리스트 차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