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이별
최근 미용실을 바꾸기로 했다. 남자에게 미용실을 바꾸는 것은 엄청난 도전이자 모험이다. 여자는 화장빨, 남자는 머리빨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남자의 외모에 헤어스타일이 차지하는 비율은 매우 크다. 그래서 미용실은 선정하고 믿고 맡길 만한 디자이너를 찾는 것도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한 미용실을 처음으로 방문하게 되면 그날 커트의 결과에 따라 계속 이 미용실을 다닐지, 두 번 다신 안 올진 바로 판명이 난다. 몇 년 전에는 가는 미용실마다 '비싸서', '미용사가 너무 말이 많아서', ' 스탭에 아는 동창이 있어서', '커트는 좋은데 파마는 못해서', '파마는 좋은데 커트는 못해서', '분위기가 맘에 안 들어서', '디자이너가 너무 이뻐서(?)' 등등 온갖 이유들 때문에 미용실을 한동안 고르지 못했다. 오죽했으면 친한 친구 집 지하실에서 야매로 배운 미용 기술로 우리가 서로를 깎아 주기도 했다. 물론 sad ending으로 끝났다.
이후 믿을 만한 친구의 추천으로 동네에 위치한 한 미용실을 알게 되었다. 이 미용실의 원장님은 친절함은 기본이고 이따금 만족스럽게 결과물을 내어 주었다. 이후 꾸준히 재방문했고 벌써 3년 이상 다니는 단골이 되었다.
미용실 단골이 되면 좋은 점은 디자이너가 나의 두발의 굵기나 스타일이나 상태, 그리고 내가 원하는 스타일을 모두 알고 있기 때문에 "늘 하던 대로~" 한마디에 모든 것이 정리가 된다. 개인적으로 어색하게 앉아 대화를 섞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하기 때문에 이리저리 말하지 않아도 깔끔하고 개운하게 나올 수 있다는 점과 정액제의 가격 경쟁력 때문에 오랫동안 한 미용실을 이용해왔던 것 같다.
하지만 최근 들어 미용실을 바꿀 때가 온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첫 번째의 이유로는 집과 거리가 멀다. 내가 다닌 미용실은 결혼을 하기 전 부모님과 살 때의 집과 가까운 곳이라서 자주 이용한 곳이다. 하지만 결혼으로 출가 이후 그 미용실을 가기 위해 자동차로 왕복 1시간 30분 이상을 소비해야 해야 한다. 처음에는 이 정도의 시간을 할애해가면서도 믿고 맡길 수 있다 라는 생각으로 버텨왔지만 최근 들어 공수가 많이 들어가는 것에 피로함을 느꼈다.
두 번째로는 만족도가 많이 줄어들었다. 구태여 설명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잘라주겠거니 하던 것이 화근일까, 최근에 정말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왔다. 아마 원장님은 믿고 맡긴대로 잘라주면 만족하실 거라 생각했을 것이고, 나도 어련히 알아서 잘해주겠지 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서로 생각한 결과물이 달라서 그런가 미용을 마친 후 제법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그동안 내가 원하는 스타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구체적이게 설명 못했고, 아마 단골이고 편하니까 원장님이 뭔가 최선을 다한다는 느낌이 점점 엷어졌다.
그래서 새해 첫 도전은 미용실을 바꾸기이다. 새로운 미용실을 찾아보기 위해 동네 주변 검색을 했다. 다행인 점은 요즘 미용실은 디자이너들의 블로그나 SNS를 통해 사진이 디자인한 손님들의 결과물을 사진으로 경우가 많다. 이것을 보고 손님은 방문 전 디자이너의 실력과 디자인을 참고할 수 있어 미용실을 고르는데 확실히 도움이 된다.
그리고 첫 방문울 하게 되면 새로운 디자이너는 나의 모발 상태 등을 파악할 것이고, 나는 처음 내 머리를 만져보는 분이기에 구체적으로 원하는 바를 설명할 것이다. 원활한 소통은 서로가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가져다줄 확률이 높다. 고심 끝에 네이버 예약으로 일요일 오전 10:00에 커트 예약을 해두었다. 이제 단골 미용실 원장님과 나의 아름다운 이별의 순간이 왔다. 지난 4년간 잘해주셔서 고마워요.
물론 이틀 뒤의 결과에 따라 다시 단골 미용실을 갈 수도 있다는 점은 함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