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읽는 세계사 유시민 돌베개를 읽고
홀로코스트 생존자이자 정치이론가 해나아렌트는 저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을 말했다. 유대인 학살을 주도한 나치 친위대 중령 아돌프 아이히만이 재판대에서 자신은 상부의 지시를 따랐을 뿐이라고 말했을때 자신이 저지른 악을 악이라고 인지못하는 병적인 상태라고 진단한 것이다. 일부에서는 악인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있었으나 상황에 따라 누구나 악을 저지를 수 있다는 위험성을 경고하는 것으로 들린다. 하버드대 교수 대니얼 골드하겐은 '히틀러의 자발적 사형집행자들'에서 독일 국민 대부분이 반유대주의를 내면화하고 있었기 때문에 홀로코스트 명령을 적극적으로 집행했다고 봤다. 명령에 따랐다는 것은 변명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번 계엄사태를 보았을때 국회의원과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방어하였고 잘못된 판단을 내린 대통령에게 탄핵결정을 내렸기에 우리 사회는 아직 건강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사태가 오기까지는 그동안의 잘못을 진심으로 사과하지 않은 대통령과 대통령을 변호하기에 급급했던 측근들의 책임이 크다. 계엄령이 신속하게 집행되지 않고 특수부대원들이 적극적으로 진압을 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자신의 판단으로 옳지 않은 명령은 따르지 않은 시대 변화가 오지않았나 하는 생각도 한다. 2차세계대전때 파리의 시민과 문화재 보호를 위해 폭파 명령을 거부한 파리 주둔 독일사령관 디트리히 폰 콜티츠 중장 이야기와 제주4.3사건의 진압을 거부한 여수 순천사건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