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일본기업 면접
미세먼지와 함께 목이 망가진채로.
그러니까, 일본인과 일해본 건 다른 업종에서 경험해본 게 전부였고 실제로 정식으로 일본기업에서 면접을 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말 귀한 기회라고 생각하여 면접 전날까지 하루종일 청소를 할 때, 요리를 할 때와 같은 모든 순간에 입으로 스크립트를 중얼거리며 연습하며 면접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려고 했다.
다음 날 면접 당일에 눈을 떴는데 목이 심상치 않다. 목소리가 안 나오고 목이 아프다. 전날에 미세먼지, 초미세먼지가 매우 위험이었는데 내 목이 갑자기 이상해진건 분명 이것이 원인이다. 나는 대기환경에 정말 예민하기때문에..
일단 나는 선천적으로 기관지가 남들에 비해 정말 약하다. 성인이 된 지금도 약한데 어릴 때는 가벼운 감기만 걸려도 입원을 한 적도 있고 항상 피가 섞인 재채기와 가래를 보며 살아와서 환절기만 되면 거의 시체가 되어버린다. 요즘에는 약이 잘 나와서 코 스프레이, 베타딘 같은 구강 스프레이를 예전부터 사용했으니 급하게 코와 입에 약을 뿌렸지만 약이 듣지를 않아서 너무 당황스러웠다. 따뜻한 물도 마셔보고 유자청을 넣어서 마셔보았으나 여전히 입 밖에 한 문장만 내뱉어도 목이 아프고 마른 기침이 나온다.
그렇지만.. 면접은 봐야하니까.
면접 전 헤드헌터와 미팅을 하는데 헤드헌터도 내가 심상치 않다는 걸 알게 되어서 걱정할 정도였고 시간은 빠르게 지나 면접 시간이 다가왔다.
일본은 매년 4월이 신년이어서 3월에는 회사들이 부서 내 인사이동 준비나 마감, 인수인계 등으로 엄청나게 바쁘다. 이 회사도 마찬가지로 내 면접 일정 조정 할 때부터 엄청나게 바빠보였고, 면접 직전에 진행하던 미팅이 길어졌는지 면접 시작시간보다 15분이나 늦어져서 당황스러웠을 정도. 그렇지만 미리 늦어질 수 있다고 연락해줘서 안심했다.
면접 시작 전에 미리 대기질이 너무 안 좋아서 목 상태가 너무 안 좋으니 미리 양해 부탁드린다고 말하고 본격적인 면접을 시작하였다. 그러나.. 자기소개를 시작하며 몇 문장 말하자마자 목구멍이 갑자기 사막이 되어버렸고 표정관리도 되지않아 계속 죄송하다는 말밖에 안 나왔다. 내 예민한 기관지가 원망스러웠다. 여태까지 사회생활 하면서 본 면접에서 이런 적이 한번도 없었기 때문에 왜 하필 오늘인데? 대기질이 쓰레기였던 과거 그 많은 날에는 어찌저찌 잘 넘기더니 왜 오늘 심하게 아픈거야? 하며 화도 났다.
그렇지만 감사하게도 면접관들이 "괜찮으니까 물 한 모금 하셔도 됩니다."라고 말해주셔서 계속 면접을 진행할 수 있었다.
일본 아이티 이직 관련으로 검색해보면 중도채용, 그러니까 경력이직 글들이 신졸채용에 비해 적은 편인데 혹시 나같이 준비하는 사람이 있다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않을까 해서 기억 나는 질문을 아래에 복기해본다.
- 기본 면접 질문 -
1.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2. 지원동기를 알려주세요.
3. 일본에서 일하려는 이유를 알려주세요.
4. 강점을 알려주세요.
- 경력 질문 -
1. 주로 쓰는 언어 관련 질문들
2. 여태까지 참여한 프로젝트에 관한 질문들
2-1. 성취감을 느꼈던 경험
2-2. 정말 고생했던 경험
3. 경력 관련 질문들
- 여기에서 압박질문이 계속 끊임없이 이어졌다.
압박질문이라고해서 기분나쁘게 하는 건 하나도 없었고 내가 담당한 일과 프로젝트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확인하려고 하는 의도로 보였다.
경력 관련 질문은 정말 예상하지 못한 부분에서 오는 질문이 대부분이라 내 대답의 대부분은 솔직하게 말하되 임기응변으로 대처했지만 면접관들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목 상태가 너무 안 좋았던게 가장 신경이 쓰여서였을까, 내가 과거에 통번역을 했다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기침 때문이지만) 말하다가 기침을 하거나 말을 더듬어서 준비한만큼 발휘를 못한 느낌이 들어 많이 아쉬운 면접이었다. 결과는 어떻게 될 지 모르겠지만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어서 면접의 기회를 준 회사에게 감사하다.
오늘도 조용히 집에 처박혀서 개인 프로젝트를 하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 지 고민도 하고 하루하루 충실하게 살아야지.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