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 건강편
글을 쓰지 않은 긴 시간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일단 건강 얘기부터 해볼까.
일단 작년 8월 경에 운동을 하다가 다리가 점점 심상치 않아진걸 느꼈다. 처음에는 종아리 근육이 뭉친 줄 알았는데 아무리 마사지를 하고 파스를 발라도 점점 다리가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놀라서 병원에 가서 초음파 검사를 해보니 하체에 피가 돌지 않고 있다고. 수술을 해야한다는 말을 듣고 너무 충격을 받았다.
왜? 유전력도 없는데, 운동도 꾸준히 하고 있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 회사를 입사하면서 바로 야근과 과로에 시달리다보니 몸이 지쳐버린 듯 했다.
결국 하지정맥류 수술을 받았고 난생 처음 수면마취를 했는데, 마취액을 몸에 주입한 후 긴장을 풀어주려는듯 말을 거는 마취과 간호사 재미있게 잡담을 하다가 편안하게 잤다. 약간 수학여행 갔을 때 밤에 친구들이랑 선생님 몰래 수다 떨다가 잠든 느낌?
참고로 잠들기 직전 대화내용은 이랬다.
"프로포폴이 들어갔어요~ 느낌 괜찮으신가요?"
"우와!!! 근데...별 느낌 없네요! 그냥 편안해요"
"ㅋㅋㅋㅋㅋ보통 마취 들어가면 몸 일부가 차갑다고 하세요"
"오 신기하네요!"
눈 떠보니 다리에는 붕대가 가득 둘러져있었고 약간 미라 된 느낌...
마취가 안 풀리면 갖은 헛소리를 한다더니 내 경우에는 언어 시스템이 붕괴되어서 한국어가 나왔다가 일본어가 나왔다가 영어가 나왔다가 난리가 났었다. 되돌아보니 부끄럽다.
수술이 끝나고 나는 그 다음주에 업무로 복귀했고 갑자기 왕복 3시간이나 되는 프로젝트 고객사에 가라는 말을 들었다. 내 신체적 상황을 말하며, 걷기도 힘들다며 두번이나 항의했지만 되돌아오는 말은 "그럼 너 일 그만둘 수도 없잖아?" 라는 기분나쁜 말. 결국 야근이 심각한 그 프로젝트에 억지로 다녔고, 그 프로젝트가 끝난지 한달만에 다시 또 왕복 3시간이 되는 프로젝트에 투입되어 억지로 다니는 중이다.
현재 프로젝트에서는 전혀 커리어에 도움되지 않는 시대착오적인 프로세스로 일을 하고 있는데, 나이든 사람들의 미묘한 괴롭힘을 받고있고 신체적으로도 지친 상태. 어제 다리 검진하러 갔다왔는데 또 정맥류가 생겨서 수술하기에도 애매한 상황이라는 말을 들었다.
일단 혈관 경화 주사를 양쪽 다리에 맞았지만 의사의 피드백에 퇴사를 결정하기로 했다.
다음 주 출근하면 면담하고 일단 한두달은 몸 회복에 힘쓰기로.
사실 정신적으로도 지쳐서 퇴근하면 계속 우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음습한 언어적 괴롭힘은 사람을 좀..피곤하게하더라. 나이도 다들 40대던데 어떻게 그렇게 추하게 늙을 수가 있어요? 엄청 추해요.
프로젝트 매니저가 나 다리 수술 한 것도 알고, 내가 종종 걷다가 절뚝거리는 것도 알고 있는데
저번에 내가 화장실 다녀온 사이에 내 실수가 있어서 문제 터졌었던 적이 있었다. 매니저가 나보자마자 부르길래 가서 상황 파악하려고 했는데, 내가 서있는 상태에서 다른 사람 모니터 보면서 일 얘기하다가 '다리아프니까 잠깐 앉아서 보겠다'고 매니저한테 말하니까 "다리 아픈건 됐고 이거나 해결해"라고 말한 적도 있었다.
다른 직원과 나를 회의실로 부르더니 근무 태도로 돌려깐다거나(이후에 난 이런 저런 사유로 억울하다고 반문하니 그럼 말을 했어야지 라는 말하길래 한소리 하려다가 에너지 쓰기 싫어서 그냥 대답하지 않고 표정으로 답했다. 난 퇴사로 답할거다.) 팀장이나 매니저들한테 잘 보여야 연봉협상때 잘 반영되지않겠느냐, 월급 주는건 그들이라고 말을 하는데 들으면서 나는 어떻게하면 좀 입을 닥치면서 필요한 말만 하는 40대가 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만 들었다. 저 사람도 저러고 싶은건가? 누구나 언젠가 꼰대가 된다지만.
너무 회의감이 들어서 천천히 환승이직을 준비중이었는데 이런 신체적, 정신적 상황이라면 더 이상 오래 다닐 이유가 없다. 사실 손가락 관절도 아프다. 타이핑 하는 것도 힘들고 젓가락 드는 것도, 펜을 잡는 것도 좀 거슬리는 정도. 병원에 가보니 잘 기억은 안나지만 도수치료 받으면 좀 나을거라는 말을 들었으나 나는 괜찮다고 하고 최대한 손을 안 쓰면서 스트레칭 하겠다고 했다.
이것 말고도 말도 안되는 성과목표 설정하라는 요구도, 갑작스런 팀 개편과 팀 이동도, 기업이 다 그렇다지만 근로자를 사람으로 보지 않고 고객사에 사용할 도구로 본다는걸 너무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걸 겪으니까 굳이 몸과 마음 상해가면서 다녀야하나? 직업이 이것 뿐인가? 왜 나를 서서히 마모시켜가면서 죽여가면서 이 모욕을 견뎌야할까? 같은 생각만 드니까 더 이상 여기에서 의욕을 내고 싶지 않아.
같이 일하던 사람들 중에서 괜찮았던 사람들은 1년 사이에 다 퇴사했다. 친한 사람들이라 퇴사일에도 같이 술 한잔하거나 따로 연락하며 인사했었는데 다들 이 조직에 같은 회의감을 가지고 있었고, 나도 같은 생각이다.
그렇지만 여기 다니면서 나는 조용하게 할말 다 하는 쌈닭이 되었으니 약간은 고마워해야하나? 다른 곳에서 일해도 아마 잘 견딜듯하다.
아무튼 시장이 예전보다 더 어려운건 잘 안다. 그래서? 이것도 무모한 객기인가 싶지만 아니 난 살기 위해서 객기부릴건데. 내가 니네한테 헌신하고 갈리려고 태어난줄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