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적 번아웃

by 직딩딩

(작년에 일하던 고객사 근처에서 맛있는 만두집 발견해서 남긴 낙서. 당시 중국어 공부도 취미로 하고있었고..)


분명히 한국어로 말을 하는데 말투, 태도, 언어습관이 일본어나 영어에 많이 잠식되어 있다는걸 알게되었다.

사실 사람과 교류를 거의 안(못)하고 있기도 하고 주로 연락하는 사람이 일본친구들이어서 그런걸까,


되돌아보니 すみません의 용법을 한국어로 많이 쓰는 나 자신이 이상했다.

그러니까 '죄송합니다'를 너무 많이 남발한다. 상대방은 "죄송할 일은 아니예요", "죄송하기까지야" 라는 대답하는 일이 부지기수.

(물론 저 말이 사죄의 의미만 담고 있지 않다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스미마셍네..)


최근에 또 면접이 있었는데 문득 말하는 내 자신이 낯설더라.

면접이 끝나고 면접관이 건물 출입문까지 배웅해주는 동안 가벼운 스몰토크를 하면서 느꼈다.

대화를 복기해보니 내가 "어쩐지 동문서답 한 것 같아서 죄송합니다"같은 말을 했던 것 같은데

면접관이 "죄송하기까지야" 라고 말하기도했고...

면접이든 뭐든 기세로 밀고 나가야하는 건 알고 있지만 왜 나는 쓸데없이 과하게 겸손을 떠는게 습관이 된걸까 내 스스로에게 답답해.


글을 쓸 때도 번역어투가 심해졌다. 당장 지금 쓰는 문장도 다시 보면 내 한국어가 너무 어색하다.

기술 블로그에 글 쓰다가 한국어가 안나와서 다른 외국어로 쓰고는 한다. 그리고 멍하니 화면을 바라본다.

그냥 이대로 아티클 발행해버릴까, 누군가가 읽든 말든 상관없이 내 기록 하는거니까 상관없지 않나? 하는 생각을 잠시 하다가 다시 한국어로 고친다.


사용 언어에서도 나는 길을 잃은 느낌.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글은 한국어로 쓰지만 말할 때는 일본어가 튀어나와서 회사에서 사람들을 당황시킨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컨셉으로 보였을지도 모르겠지만 뇌에서 언어 변경영역이 고장나서 조절이 되지 않는다.


이 글도 횡설수설하고있고. 인생도 언어도 길을 잃어서 붕 뜨고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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