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참 아이러니해.
오랜만에 기록한다.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고 마음이 많이 복잡하여 글로 정리하고싶었다.
집에서 역까지 도보 20분, 지하철 환승 2번의 통근과 정치질 못한다는 이유로 무능력한 사람 취급 당하던 그 조직에서 견디고 견디다가 작년 11월에 퇴사를 했다. 이 회사는 퇴사도 쉽게 해주지 않더라. 퇴사 통보 한 달이 지나도 퇴사를 허용해주지 않았다.
퇴사통보를 하고 난 후 직원이 없으니 한 달 더 견뎌달라며 이제와서 나에게 간청하는 부장의 태도가 같잖았다. 그동안 회식에서 술을 못마시는 나를 안좋게보고, 면접과 실무에서의 모습이 너무 다르다고 앞담을 하고, 큰 수술을 하든 말든 몸에 부담이 갈 정도로 일을 시키며 '이것도 못 견뎌?' 라고 우위에 있는 태도를 취하던 그 권력에 취한 아저씨는 어디갔나, 한심해라.
퇴사 후 바로 여행계획을 세웠다. 고장난 혈관 때문에 장시간 비행을 할 수 없어서 안전하게 옆나라를 선택했다. 오랜만의 일본이네, 4박 5일 여행도 오랜만이고. 생각보다 길을 헤메고 지친 여행이었지만 여행의 재미는 우연이어서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많이 생겼다.
올해 1월 중순까지 푹 쉬었다가 포트폴리오와 이력서를 수정하고 구직을 시작했다. 감사하게도 간간히 면접의 기회가 왔지만, 경력직답지 않게 말도 심각하게 더듬기도 하고 좋은 분위기에서 면접에 임하기도 했다. 또 면접이 잡혀있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면접도 역시 연습이기에 이전 면접보다 더 명확하게 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면접의 기회를 준 기업 인사담당자들에게 감사하다. 적은 기회지만 면접 복기를 하며 스스로를 보완할 수 있었기때문에.
AI의 발전으로 내가 종사하고 있는 업계는 타 업계보다 채용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은 쪽으로 심각해졌는데, 시니어급 사람들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고 입을 모아 말하는 분위기라 그 아래 레벨인 내가 어떻게 앞날을 단언할 수 있을까. 답은 없는 것 같다. AI를 무조건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싶지 않지만 마음이 복잡하다.
어쩐지 개발자란 새로운 툴이 나오면 즐거워하고, 끊임없이 효율성있게 개발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AI도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건 어쩔 수 없는 상황인 건 나도 알고있다. 예전부터 계속 새로운게 나올 때마다 이대로 브레이크 없이, 무작정 윤리 없이 발전해도 되는걸까 우리 정말 괜찮은걸까 하는 걱정을 하고있었는데 이미 내가 걱정했던 수준은 저 멀리 뛰어 넘고 지금도 발전하고 있네..
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업종을 옮기는 것도 방법이라 다른 업종에도 신입으로 도전하고 있지만 역시 쉽지 않은 것 같다. '화이트칼라 직종이 AI로 대체될 수 있다' 라는 말도 심심찮게 돌고 있기도하고...
약간 코로나 바이러스가 나타났을 때 초반 분위기랑 묘하게 비슷한 것 같다. 어떻게 될까, 진짜 모르겠다.
일단 이력서를 계속 제출하고 있고, 면접이 잡힐 때마다 계속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이전 회사에서 몸이 갈려서 그런걸까 너무 몸이 망가져서 육체노동 아르바이트는 무리다.
1시간 이상 서있기 힘들어졌기때문에. 그치만 뭐라도 할 수 있을거야. 괜찮아질거야. 사실 매일 울면서 문서를 수정하고 공고를 찾아보고 있지만. 안약은 많아.
(그래도 퇴사 한 건 후회하지 않는다. 다니는 내내 무력감에 휩싸이는 건 힘들더라고.)
그리고 가족들의 이야기도 해야겠다.
대장암 항암을 4년 넘게 하던 아빠의 항암 치료는 종료되었다. 이 문장을 쓰면서 긍정적인 의미의 문장이었으면 좋겠지만 유감스럽게도 반대의 의미다. 병원에서는 가장 강도가 센 진통제를 처방해주었다.
대장에 있던 암세포들이 오랫동안 간으로 전이가 되어서 그랬던걸까, 복수가 차기 시작했었는데 다행히 복수를 몇번 제거하니 다시 차오르고 있지 않고 있다.
어깨에 오랫동안 있던 대상포진은 사라지지 않고 있고, 허리와 둔부쪽이 시커멓게 변하고 있는걸 봤다.
가장 힘든 건 아빠겠지.
암에 걸리기 전에도 폭력적인 성향이 강했는데 아직도 남아있는 걸 보면 어떻게보면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환자니까 제발 스스로 혈압 올리지 말아줬으면 하는 반발심도 동시에 생긴다.
엄마도 몸과 마음이 지쳐가는게 보인다.
다들 나이가 많은 편이라 우리는 왜이렇게 불행에 서서히 갉아먹히고 있는걸까 싶은 생각만 든다.
아빠가 밉지만 그래도 살아있는 동안에는 정신적으로 너무 고통스러워도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을 늘리려고한다. 몰래몰래 아빠와 엄마를 촬영하면서말이다.
지금 살고 있는 집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지난 달에 재계약 서류를 받았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자세히는 쓸 수 없지만... 너무나 불안하다. 같이 힘낼 존재가 있었으면 좋겠어. 왜 사람들이 결혼을 생각하는지 이제 조금은 알 것 같아. 나 혼자서 짊어지기에는 너무나 무거운 짐들이 최근에 한꺼번에 몰려와서 고통스러워.
무직인 것도 가족들에게 부담주고 싶지 않아 숨기고 있는데, 회사 다니고 있는 척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한편으로는 앞으로 혹시나, 하나라도 마음이 편해지는 순간이 올거라고 믿으면서 하루하루 어떻게든 견디고 있다.
문득 예전에 유도 체육관에 다닐 때 사범님이랑 대련하다가 장난으로 말씀하신게 생각나는 요즘이다.
사범님이 "이러면서 강해지는 거예요^^" 라는 한마디를 종종 하셨는데, 다 지나가고 있는 순간이고 이 순간에서 나도 조금씩은 삶을 견디는 맷집을 기르고 있다고 생각하려고 한다.
살다보면 여러 풍파를 겪을 수 있지만 되도록이면 무난하게 조용하게 살고싶다.
기댈 존재가 있었으면 좋겠다. 몇 없는 친구들은 내 사정을 다 알지만 부담스러울까봐 어쩐지 미안해진다.
잘 풀리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