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직딩딩 Jul 26. 2018

뭐 사람이니까 아플 수 있다지만

그래도 재발이라니, 너무하잖아요 - 우울증 1n년 환자의 일기 1

우울증이 또 도져버린 것 같다. 아니 약간 도졌다.

몇 달 동안은 안정기에 들어서서 이제 조금만 더 치료하면 나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럴수가.

그냥 평범한 피로인 줄 알았는데, 아니였다. 몇 년 전에 중증 우울증을 앓던 시기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났다(피로와 악수하면서 그 때의 내가 겹친다는 것을 자각했다.)

병원 가기 직전까지, '이러다가는 정말 미쳐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애써 뇌에 힘을 주고 커피 일을 했다.


애인님의 권유로 일이 끝나자 마자 병원에 다시 가기로 했다. 

선생님의 표정이 조금 어두워지셨다. 상태가 안 좋아졌다는 뜻이다. 나는 그동안 정말 괜찮았는데, 그냥 살짝 쌓인 스트레스로 잘 케어하던 나 자신이 와르르 무너져버렸다. 얼마나 심각했냐면, 지하철 내에서 경기 소방서에서 심폐소생술 홍보를 위한 체험을 하고 있었다. 직원분이 나에게 권유했지만 거절했다. 평소라면 재밌어보여서, 유익해 보여서 하겠지만 에너지가 방전이 되어서, 그리고 저 인체 모형의 가슴에 양 손을 얹어 살리기 보다는, 양 손이 목을 조이려고 할까 무서웠다. 거절하길 잘 했다. 순간 그런 내 자신이 무서웠다.


내 우울증 재발 증상이 어땠는지 기억나는 대로 나열해본다.


1. 비관적 미래예견(앞으로는 잘 되지도 않을거야. 뭐.. 망할텐데.)

2. 씻는 것을 포기함(에너지가 방전이 되어서 양치질과 세수가 한계)

3. 분명히 슬픈데, 슬픈가? 슬픈 감정인지 아닌지 구분이 되지 않음

4. 의욕 자체가 없음. 이유 없는 무기력함.

5. 사는게 지겨움


내가 우울증 환자였나?싶을 정도로 안정기였을 때와는 극단적으로 반대의 생각을 하고 있었다. 위험한 신호였다. 방치를 하면 더 위험한 상황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겠지.


선생님의 처방. 약의 용량을 조금 늘렸다. 병원 방문 주기가 짧아졌다.

무자비하게 더운 날씨의 영향, 소소한 스트레스(정말 별 거 아니라고 믿었는데)의 합작으로 내가 공들여 쌓았던 안정기의 탑이 와르르르 무너졌지만, 다시 쌓으면 된다. 이런 적이 한 두번이 아니기에.


누구나 아플 수 있다지만, 이제 그만 아프고 싶다. 덜 아프고, 애인님과 더 행복하게 살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html 유-우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