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살이 거의 한달 째

나쁘지는 않은 서울살이

by 직딩딩

1.

우선 서울살이 이야기부터.

서울살이에 적응했고, 서울사람같이 살고 있다. 익숙하던 지하철 배차시간 20분이 낯설어졌고 길어봤자 배차시간이 5분인 곳이 익숙해졌다. 코 앞이 극장이고 드럭 스토어, 그리고 서점이다. 모든 문화를 누릴 수 있어서 좋기는 하다. 집값이 비싸서 그렇지.


2.

회사 이야기

7월 1일에 입사했으니 거의 한달??째 근무중이고 무난...하게 적응중이다.

그렇지만 오늘 큰 실수를 해버린 채 퇴근을 해버렸고 귀가길에 상사에게 전화가 왔으며, 내일 얘기하자는 통보를 들었다. 이 큰 실수를 한 이유는 업무를 하다가 갑자기 공황이 와버렸고, 패닉 상태에서 꾸역꾸역 하다가 큰 실수를 한 것도 인지하지 못한채 퇴근을 해버렸다. 내 잘못인건 확실한데 반쯤은 억울하다. 나는 왜 우울장애를 앓아서 언제 찾아올지도 모르는 공황에게 잡아먹혀서 업무를 망쳐버린건지. 지긋지긋하다.


그렇다고 내일 상사한테 "사실 제가 재발성 우울장애를 5~6년째 앓고 있습니다. 일하다가도 본의아니게 정신이 오락가락 할 때가 있으니 대단히 죄송하지만 실수를 하더라도 실수를 줄여나가겠으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라고 할 수 없지 않은가. 바로 잘리지.

우선 사회에서 정신장애에 대한 인식부터 좋지 않은데 저걸 그대로 말하면 그냥 (정신질환에 걸리지 않은 사람들 입장에서는) 그냥 신입이 알고보니 미친 정신병자로 낙인 찍어주세요 하고 부탁하는거지 뭐.


사실 아까 귀가길에 상사에게 온 전화를 받아도 지친 것도 있고 공황이 아직 덜 떨어져나가서 피폐해져 있어서 그런걸까, 그렇지만 이상하게도 이성적으로, '당연히 내가 업무 실수를 크게 했으니 업무로 혼나는건 당연하지. 내일 하시는 말씀 잘 듣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이 많이 나아진건지 뭔지 난 이제 이런 생각이 드는 것도 무슨 이유에서 드는 건지 인지를 못하겠다.


우연히 '이인증'이라는 질환을 알게 되었고, 병에 대한 설명을 읽어보니 낯설지 않은 설명이다.

어릴 때부터 자주 느꼈던 상황이 떠올랐다. 나는 많이 망가졌구나 싶고.


3.

전애인에 대한 생각.

이제 그 사람이 생각하는 나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내가 그 때 당신의 고백을 거절했으면 우린 아직도 서로 친구사이로 서로를 북돋아주고 힘내라고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다시 서로의 눈에 우리가 있던, 나와 당신 개개인이 아닌 우리가 되기 직전의 그 설레는 순간으로 돌아가도 나는 몇번이라도 그의 고백을 받아들일 것이다.

첫만남 때부터 내게 있어서 정말 예쁜 사람이니까. 어디에 있어도 당신을 응원할 것이다. 이별하던 날에 내가 계속해서 말했던 것이지만, 아프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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