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편입에 성공했어. 8년만에 다시 대학생이 되었어. 8년 전과 달라진 건 너무 많아졌지만, 나는 배우고싶어 더 많이. 그래서 편입을 했어. 어쩌면 나는 문과가 아닌 이과를 선택했어야 하지 않았나 하고는 해. 세상에는 신기한 것들이 너무 많고 궁금한게 너무 많아. 더 많이 생각하고 고민해보고 결론을 내보고싶어.
캠벨의 생명과학을 샀어. 어렵지만 즐거워. 내 몸에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공부하는 것도 즐거워. 신기한 것들 투성이야. 식물만 공부하다가 동물도 공부하는데 즐거워.
2. 정신상태가 정말 좋아졌어. 이건 정말 나 자신한테 너무 축하해주고싶어 나는 요즘 너무 살고싶어.
공부도 하고싶고 조금이라도 즐거운 삶을 살고 싶어. 이제서야 (이런 말을 하는게 좀 우습지만) 정상인이 된 것 같아. 보통 사람들은 이런 마인드로 살겠구나 싶은 상태로 돌아왔어. 나는 지금의 나를 좋아해. 내가 남들에 비해 어깨가 넓고 성격도 그리 좋지는 않지만 나를 좀 보듬어주고 있어. 좋아. 이런 순간, 이런 기분.
지난 주에 밤에 날씨가 좋아서 여의도 한강공원에 갔어. 마포대교가 바로 옆에 보이더라구.
아, 나는 저기에서 떨어지려고 그 추운 겨울에 혼자 마포대교를 왔다갔다하며 고민하던 적이 있었는데말이야.
웃기지, 경찰 시험에서 계속 떨어지니까 지쳐서 그냥 삶을 다 놓아버리려고 했던 때가 생각이 났어.
서울로 자살하러 가기 전에 모든 존재들에게 인사를 하던 기억이 났어. 특히 우리 강아지한테. 이미 우리 강아지는 먼 곳에서 다른 애들이랑 잘 지내고 있겠지만 우리 애한테 거듭 인사를 많이 했던 기억이 나. 복실아 언니는 먼저 갈거야. 나중에 만나자. 고기 맛있는거 많이 먹구있어 하고. 강아지는 관심 없어했지만.
지하철을 타고 마포를 향하던 길에서 본 이 모든 사람들, 지하철, 상황, 장소 모든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었어.
자살 실패를 하고 한동안 나는 한강을 가지도 못했고 한강 위를 달리는 지하철에서 눈을 딱 감고 있었어. 지하철에서 다리 아래를 보면 한강이 출렁이고 있고 떨어지려고 다짐했던 그 순간이 계속 떠올라서 괴로웠거든.
지금은 괜찮아. 나 한강 좋아해.
이봐, 나는 살아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