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기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by 직딩딩

우선, 운동을 시작했다.

정신이 멀쩡해진 후로 가장 고통스러웠던 건, 내 몸이 망가질대로 망가졌다는 것을 인지하게 된 것이다.

내 몸 구석구석이 비명을 지르며 신호를 보내는 것을 이제서야 감지했다. 이러다가 몸이 망가지면 겨우 나은 정신도 다시 망가질 것 같아 운동을 시작했다.

이제 곧 운동을 한 지 두달 반이 되었고, 8kg가 빠졌다. 정말 거의 매일 운동했다. 안 하면 죽을 것 같아서. 죽기 싫고 살아있다는 느낌을 지속적으로 느끼고 싶어서.

현재 내 몸은 굉장히 가볍고, 몸에 균형이 잡히기 시작해서 예전에 입던 옷들이 다 커졌고, 핏도 보기 좋아졌다.

하지만 마르고 싶지 않다. 몸무게가 빠지면 빠지는대로, 근육이 늘면 늘어나는 대로. 그런거에 신경쓰기도 성가시다. 아무튼 이대로 일상을 유지할 수 있다면 매일 감사하며 살 것이다.


회사 이야기를 해보자.

회사 생활도 안정기에 들어서서, 이제 회사에서 한명 몫은 거뜬히 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생활 좋다. 나쁘지않다. 낮에 너무 졸린건 회사생활에서 풀기 힘든.. 유일한 숙제다.


연말이다.

뭘 해야할까. 앞으로 어떻게 더 재밌게 살 수 있을까. 내년에는 뭘 해야할까. 무슨 일이 일어날까.

미리 올해를 되돌아보면, 사실 올해 내내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지금도 버티고 있지만 많이 힘들다.

남들한테 티를 내지 않을 뿐이지, 항상 속에서는 용암이 부글부글 끓고있다. 언제 삭혀질지, 언제 잠잠해질지 이건 나도 모르겠다. 한번 터진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니까말이다.

(정신질환이 나았지만, 마음 속에 거대한 크레이터가 생겨서 메워지지 않는다. 어떻게 나한테 그런 심한 말을 할 수 있지, 나한테 한 그 발언은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것 같은데 하면서 멍하니 마음 깊은 곳의 크레이터를 바라보고는 한다. 주변 친구들은 너무 충격적이라 잊기 힘들겠지만 정신 차려야한다고 하는데.. 하긴 화가난다고 사람을 죽이려고 하면 안된다. 그건 범죄니까. 어떤 사람들은 그걸 범죄인 걸 모르는 것 같다.)

생각보다 직업적으로 운이 많이 따라준 한해였다. 이직도 계획대로 짧은 기간안에 성공했으니말이다.

그와 함께 사소하면서 큰 폭력이 가득했던 본가에서 드디어 나왔으니 이것만으로도 올해는 반쯤은 만족할 수 있는 2019년이라고 볼 수 있겠다.


올해는 사람에게 할 수 있는 기초적인 신뢰를 잃어버렸다. 솔직히 말해서 이제 애인도, 가족도, 형제도 믿기가 힘들다. 만약 예전처럼 기초적인 신뢰를 할 수 있게 되려면 생각보다 기간이 걸릴 것 같다.

너무 아프다. 나는 예전처럼 사람을 믿기가 너무 힘들다. 모든게 허망스러운 것으로 느껴진다.

그래서 누구에게도 어떤 기대를 하지않게되었다. 이게 꼭 나쁘지만은 않은게, 업무를 할 때 편하다. 주변에서 좀 차가워보인다고 하긴 하지만 뭐.

앞으로 누군가 나를 제거하려고 하는 등의 해를 입히려고 한다면, 나는 그자리에서 사람의 목을 조여서 숨도 쉬지 못하게 할 것이다. 손이 아닌 말로 말이다. 나를 네 아래로 보지마 이 씹새끼야 하면서.


문득 그에게서 힘들었던, 무서웠던 것 중 하나가 떠오른다.

핸드폰 너머로 들리는 술취한 그의 목소리에서 어릴 적 술에 취해서 폭력적으로 말하는 아빠의 목소리가 보였다. 이제와서 말하지만 정말 무서웠다. 술에 취해 그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 지 몰라서, 통화가 끝나고 엉엉 울기도 했었다. 이런 상황이 잦지는 않았지만 저런 상황이었을 때 핸드폰을 쥐고 공포에 떨고 있었다는 걸 지금도 전혀 모른 채 그는 친구들과 술을 마시거나 마실 계획을 짜고 있겠지.

연말이니까 말이야. 연말과 술이 좋은 조합인 것은 나도 알고 있지. 행복한 기간이니까.

아무튼 그 당시 아무렇지 않은 척을 했지만, 정말 무서웠다. 침착한 척 하는 게 그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

술이 싫어져서(지겹다, 질렸다는게 더 가깝다) 이제 술도 거의 마시지 않는다. 마신다고 해도 두세달에 한번 조금 마실까 말까. 술을 안 마신다고 해서 인생이 우울해지거나 그렇지는 않더라. 오히려 삶이 더 개운하다.

술에 의존하면 어느새 본인도 모르게 인생이 술에 잡아먹혀버린다.

그는 잘 지내고 있을까. 잘 지내고 있겠지 뭐. 나는 싹 잊어버리고말이다. 흥이다 방구같은 사람 ㅡㅡ


올해는 회사에서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좋은 분들이다. 덕분에 많이 웃으면서 살고있다.

그분들은 모르겠지만 대화하면서 의사표현, 감정표현은 이렇게, 이런 순간에 하는 연습을 했다.

그래서 지금은 시원시원하게 의사표현, 감정표현도 잘 할 수 있다. 고마운 분들이다.


아무튼 최선을 다해서 지금 위치에서 행복을 찾으며 살자구.

매거진의 이전글서울살이 곧 있으면 세달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