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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직딩딩 Jun 04. 2021

외국인 남자친구와 연애를 하면서 생긴 고민

젠장


뭐 같은 한국인 남자친구가 생겼어도 같은 고민을 하겠지만, 어쩐지 외국인 남자친구니까 더 고민이 되는 부분이 생겼다.

지금까지 생긴 고민은 총 세가지.


1. 내 우울증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할 지 숨겨야 할 지

2. 전남친에게 죽을 뻔 해서 생긴 트라우마(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불신)가 아직도 살짝 남아있다는 것

3. 과거 한일 양국에 얽힌 어두운 역사 이야기가 나왔을 때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할 지


첫번째, 그에게 내 우울증 병력을 알려주어야할까.

- 과거 연애에서는 상대방에게 내 우울증을 자연스럽게 알려줬지만 종종 질병의 증세가 심해져서 나 자신을 주체할 수 없을 때 상대방이 너무 고통스러워 하는 걸 보니까 더더욱 괴로워서 내가 아파하는 걸 애인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다. 그리고 혹시 애인이 설마, 혹시 정신질환에 편견을 가지고 있으면 어쩌지 같은 걱정도 하고 있다.

우리의 앞날이 어떻게 될 지는 모르지만, 역대급 원거리 연애여서 내가 너무 아프면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애인이 분명히 걱정할테고..반대로 애인이 아프면 내가 걱정되고..(코로나만 아니면 비행기표 당장 끊고 일본으로 달려가겠지만)

여러모로 걱정된다. 말해두는 게 나을까?


두번째, ................. (그래 너도 그 당시에는 그런 행동을 한 게 최선이었겠지 그래......)


세번째, 국가 간의 과거 역사 이야기가 나왔을 때.

나같이 일본인 애인이 있는 사람이라면 갈등을 겪거나 고민을 할텐데, 나는 일본사..는 어느정도 알고 있지만 애인은 어떤지 아직 잘 모르니까.

역사 이야기가 나오면 얼레벌레 넘어가야하나? 잠깐 우리 할머니(20년대생)의 일제강점기 시절 이야기를 애인에게 한 적이 있는데, 애인은 "그렇지 그 시기에 한국은 굉장히 어두웠지.." 하기는 했는데, 어떤 대응을 해야 할 지 좀 더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



그러고보니 어제는 애인이 한국 사회의 일부 특성을 조사해봤다면서 일본이랑 다른 줄도 모르고 여태까지 종종 나에게 경솔한 발언을 해서 미안하다고 했었다.

나는 애인이 그럴 때마다 그냥 일본 사람이니까 그럴 수 있지~ 했지만, 나를 이만큼 생각해주니까 너무 고마웠다. 나도 애인을 좀 더 연구(ㅋㅋㅋ)해야지.

애인은 '감사하다, 미안하다'를 그때그때 미루지 않고 바로 표현을 한다.

사실 애인과 만나기 전에 이런 점을 기본으로 하는 애인과 만나고 싶었는데 결국 원하는 사람을 만나서 기적이 일어난 게 아닌가 싶고.


애인이랑 사귀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또 일을 쉬고 있어서 그런지 조금은 정신적인 시야가 밝아지고 있다.

다 때가 있는 걸까. 오늘도 살아있는 것에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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