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전 9시쯤에 자고 있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무시했는데 또 전화가 왔다. 안 받았다.
그리고 같은 번호로 문자가 왔다. 회사의 이사였고 급한거라고 연락을 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평일에 업무 한 것 중에서 주말 연락이 올 정도로 급하게 난리가 날 건은 없어서 의아했는데.. 이사에게 연락을 해보니 예상대로 급한 건이 아니였다.
사장이 메일을 보냈는데 확인을 했냐는게 그렇게 본인에게 급한 일이었나.
메일 내용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나에게 너가 이쪽 교육업계를 잘 모르니까 업무 소통이 잘 되지 않는 것 같다며 구구절절 설명한 내용이었는데,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지금 근무한지 3개월이 지났는데 이제와서 초창기에 말해줬어야 하는 걸 설명하는 것도 우습고, 여태까지 다닌 IT회사 중에서 가장 업무 처리 과정과 체계가 엉망이어서.. 더 우습다. 이래놓고 경영을 하겠다니.
업계 지식이 하나도 없는 이사가 PM역할을 하려고 하다보니 온갖 개삽질을 당하니 싫은 정까지 다 떨어져버렸다. 그 중 예시를 하나 들자면 한 페이지를 만드는데 3주가 걸렸다.
만들어야 할 페이지의 레이아웃, 만들어야 할 탭과 탭을 눌렀을 때 나와야하는 내용들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게 기본인데, 업무를 전달하는 사람이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 안 해놓고 나에게 업무를 지시하면 나는 하루만에 작업할 수 있는걸 몇주동안 삽질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비효율적이라니.
사실 회사의 주말연락은 이게 처음이 아니다. 저번에는 일요일 새벽에 사장에게 업무 연락을 받았었다.
이 때도 급한 것이 아니였다 그저 사장의 감정적인 배설물들이었다.
1. 어처구니 없는 내용의 주말 연락
2. 무리한 요구를 하는 오너 (간단하지 않냐는 말과 태도를 자주 한다 && 업계 지식이 거의 없다. )
3. 업무 일정이 공유 되지 않음
4. 사측에서 4대보험 미납을 한 적이 있음 - 타 직원들은 두세달 미납된 적이 있음
5. 내 이야기는 아니지만 다른 서버 개발자가 서버 오류 생긴거 고치고 있는데 2~3분에 다 됐냐고 한번씩 말을 거는 사장.
6. 내세울 포트폴리오 작업물이 없음.
위의 대표적인 이유 말고도 여러가지 이유로 월요일에 퇴사를 통보하기로 했다.
사장과 사원들의 입장은 서로 이해하기 어려운 평행 관계라는 건 알고있지만 내가 왜 사장측을 이해해야하는지.
내가 멀쩡한 척 하는 우울장애 정신병자여서 매번 회사를 오래 못다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너무 환멸나고 지겨워서 계속 이런 패턴의 삶이 반복된다면 내 삶은 여기까지 매듭짓는 게 나에게 더 좋은 선택인 것 같기도 하고. 고민된다. 퇴사는 할건데 근본적으로 고민된다. 회사가 내 삶의 전부는 아니다. 근데 지겹다 모든게. 천천히 다 정리하고 이번에는 정말 삶을 매듭지어야하나. 어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