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식도 독이다
하루 세끼, 살려고 먹는 음식이 사실은 우리 건강을 가장 위협하는 독이기도 하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 상처를 주는 것처럼 두 얼굴의 음식은 우리를 살리기도 하지만 반대로 만병의 근원이 되기도 한다. 특히, 체질에 맞지 않는 음식이라면 조용한 살인자와도 같다.
실제로 나이 40고개를 넘어갈 때 나는 음식으로 병이 들고 음식으로 치유되어본 경험이 있다. 장장 2년 가까운 고통의 세월이었다. 20대부터 대체의학에 관심을 갖고 실천해 온 덕에 병원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그럭저럭 잘 살아왔던 나였다. 부질없이 나가는 건강보험료는 기부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누적된 음식 독으로 인해 위급상황을 맞이했지만 병원에서는 병명을 몰랐고 급기야 공황장애라고 진단하는 의사도 있었다. 진단이 틀렸으니 약효가 있을 리가 있나. 약을 먹을수록 증세는 더욱 악화됐다.
이때 음식과 체질의 상관관계를 배우지 못했다면 아마 난 이미 저 세상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사람은 특이하게도 각자의 체질에 따라서 먹어야 하는 것과 먹지 말아야 하는 것이 있다. 특히 태양인이나 태음인처럼 까다로운 체질이라면 매우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매일 세끼 이상을 먹어야 하는 음식이 잘못되면 정말 답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음식이 나에게 좋았다고 하여 남에게도 좋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채식이 좋다느니 육식이 좋다느니 우리 주변에는 각자의 경험에서 나오는 다양한 의견들이 있다.
채식주의자들도 뿌리나 잎채소를 먹는지, 우유를 먹는지, 계란을 먹는지 등에 따라 프루테리안, 비건, 락토, 오보 등의 넓은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여기에 더해서 해산물을 먹거나 가끔 육식을 하는 사람들도 페스토, 플렉시테리언이라 하여 채식주의자로 보기도 한다. 특히 완벽한 채식주의로서 비건(vegan)은 유명하다. 완벽한 육식주의인 카니보어(carnivore)도 요즘 미디어에 자주 회자된다.
어떤 사람은 비건을 했더니 건강을 찾았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채식을 중단하고 카니보어를 했더니 체중도 줄고 모든 수치가 정상화되었다고도 하는데 뭐가 정답인지 혼란스럽다.
육식이 좋다 채식이 좋다 해산물이 좋다 또는 커피가 좋다 나쁘다 소금이 좋다 나쁘다 등등.
아무리 일상적으로 접하는 음식이라지만 체질을 모르고 각자의 단편적 경험이나 정보가 옳다고 주장하면 독을 권하는 것이 될 수 있다.
▶ 각자의 체질에 따라먹어야 하는 것이 다르다?
어떤 음식은 먹고 나면 소화가 잘 되고 다시 먹고 싶은 생각이 드는 반면, 어떤 음식은 먹을 때부터 별로 당기지 않고 먹고 나서도 속이 더부룩한 경험, 누구나 있을 것이다.
물론 조리법이나 식재료의 상태 또는 자신의 컨디션 등 다른 원인도 작용하겠지만, 무엇보다 음식과의 궁합을 생각해야 한다.
누구에게는 커피가 보약이 될 수 있고 누구에게는 독이 될 수 있다. 누구에게는 녹즙이 약이지만 다른 이에게는 독일뿐이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음식은 한 번을 먹어도 독이며, 이것이 장기화될 때는 반드시 병이 생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자신의 체질을 모르고 남이 좋다고 하는 것을 무작정 따라 하게 되면 아주 무서운 결과가 초래될 수 있는 것이다.
TV에 직업이 내과의사인 어떤 분이 출연하여 자신의 식단을 공개하는데 거의 비건 수준의 식단이었다. 그런데 딱 봐도 몸이 상당히 무겁고 활력이 없어 보였다. 실은 육식 체질이라 고기를 먹어야 할 분인데 채식이 건강식이라는 편견 때문에 채식을 고집하고 있었다.
이렇게 자신의 체질을 모르고 엉뚱한 편식을 할 바엔 골고루 먹는 것이 백번 낫다. 체질을 모른다면 절대로 어느 한 종류를 편식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골고루 먹는 것, 체질을 모르는 상황에서는 매우 중요한 식습관이다. 적어도 더 나빠지는 것은 막을 수 있으니까.
▶ 체질이란 무엇인가?
그럼 이제 체질 얘기를 해보자.
우리나라에는 사람의 체질을 음양의 관점에서 분류하는 사상체질이라는 것이 있다.
많이 알려진 바와 같이, 이제마 선생은 1894년 동의수세보원에서 사상의학 체계를 세웠다.
이는 태극 → 음양 → 사상四象이라는 주역의 원리를 기반으로 사람의 폐와 간 그리고 신장과 비장의 크기를 기준으로 태양, 태음, 소양, 소음 4가지 체질로 나누어 각 체질에 따른 섭생과 치료가 필요함을 주장하는 체질의학이다.
우리만의 독창적이고 합리적인 의학이론으로서, 주역의 사상四象을 의학에 접목하되 장기의 타고난 강약을 기준으로 분류했다는 점이 아주 신박하다. 이러한 우리 고유의 의학이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비주류라는 점이 개인적으로 안타깝지만 말이다. 다행인 건 사상의학이 8 체질, 16 체질 등으로 더욱 세분화되면서 후대에도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인데, 실제 장기의 크기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MBTI도 울고 갈 과학적 분류가 아닌가 한다.
체질에 따라서 먹어야 하는 음식이 다르거나 사용할 수 있는 약이 다르다면 체질이야말로 모든 치료에 앞서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임에도 이를 도외시하고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먹거리와 약을 사용하는 것은 한계와 부작용이 예정된 것이다.
개인적으로 체질에 따른 섭생으로 기사회생한 경험도 있어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말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잘못된 음식이 몸을 망친다는 사실을.
사상체질에 따른 섭생을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태양인은 채식, 태음인은 육식, 소양인은 잡식, 소음인은 소식이다.
이중 음식에 따른 피해를 가장 많이 보는 체질은 태양인이다. 그냥 남들 먹는 대로 성격 좋게 먹고살다 보면 병을 피해 갈 수 없는 체질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외식과 배달음식이 태양인이 피해야 할 것들이다.
내 체질이 이에 해당하여 열심히 고기를 먹던 시절에 병이 났던 것이고 채식으로 바꾼 뒤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살도 빠지고 건강해졌다. 다만 가끔씩은 고기를 먹기도 하고 맞지 않는 커피도 마신다. 이제는 원인이 뭔지 알고 대처할 방법도 알기 때문에 채식 위주에 가끔씩 육식을 즐기는 소위 플렉시테리언의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
우리나라가 가난하던 시절에는 고기 먹을 기회가 없으니 그때는 오히려 태양인이 걱정할 게 없었고 오히려 태음인이 시름 시름하던 시절도 있었다고 한다. 아마도 이제마 선생이 활약하던 시기에는 태양인이 아프다고 의원에 찾아올 일은 별로 없었으니 태양인 수가 얼마 안 되는 것으로 본 게 아니냐는 설도 있다. 실제 태양인은 상당히 많다. 자신의 특이 체질을 모르고 오늘도 남들과 똑같이 달리고 있을 태양인들을 생각하면 이 글이 더 많이 읽혔으면 하는 바람이다.
음식이 너무 풍부해진 요즘, 태양인뿐만 아니라 소양인의 경우도 과도한 육식 소비로 인해 아프고 기운 없고 나중에는 정신적으로도 불안정해져서 공황장애로 진단받기도 한다. 기가 지나치게 위로 몰리면 누구나 그렇게 되니 말이다. 혹시 공황장애라고 생각하는 분들 괜히 심리적인 요인만 찾지 마시고 체질진단부터 꼭 받아보길 추천한다.
반면, 태음인은 아침부터 고기를 먹어야 하는데 건강을 챙기겠다고 일부러 채식을 하면서 병을 얻는다. 적당히 혈압도 높아야 하는 사람들이라 혈압 약간 높다고 바로 혈압 강하제 먹으면 오히려 건강을 잃기도 하는데 서양의학이든 한의학이든 반드시 이런 차이를 감안해서 치료를 했으면 좋겠다. 병은 개인의 문제이므로 개인별 차이가 더 면밀하게 고려되어야 할 부분이다.
체질을 모른다면 먹는 것도 치료하는 것도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는 너무 안타까운 일이 벌어질 수 있다.
다양한 정보 속에서 자신의 체질을 정확히 알아야만 비로소 건강의 길을 걸어갈 수 있다.
▶ 나의 체질 알아보는 법
다만, 체질 진단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문제다.
비주류로 푸대접받는 체질의학이기에 일반 병원에서는 거의 다루지 않고 소수의 체질 전문 병원이 따로 있다. 그러나 만일 엉뚱한 체질로 진단받아서 잘못된 식단을 유지한다면 긁어 부스럼 만드는 격이라 크로스 체크가 필수라고 생각한다. 진단받았다고 절대 맹신해선 안 된다.
일단 병원에서 진단을 받되 최종 판단은 스스로 해야 한다. 그래서 자신의 체질을 자가 진단할 수 있는 3단계 방법을 제안한다. 이에 따라 검증했을 때 진단받은 체질과 일치한다면 맞는 것이고 만일 뭔가 불일치한다면 다른 곳에서 다시 진단받아 보길 권한다.
(1단계) 성격 및 성향
다행인 것이 체질별로는 성격적인 차이가 뚜렷하다. 이는 인류의 역사상 오래된 연구 중 하나이기도 하여 체질별 성격은 쉽게 참고해 볼 수 있다.
성격은 자신이 제일 잘 알기 때문에 진단 결과와 다르다면 의심해 봐야 한다.
(2단계) 식습관
체질별로 권장 식단이 있다. 태양인은 잎채소류, 해산물 등이고, 태음인은 육식류 등등.
이 권장 식단을 평소 자신이 즐겨 먹고 진심으로 좋아하는 지를 생각해 보면 스스로도 체질을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추천 식단에 자신이 좋아하는 소울푸드가 속해있다면 진단 결과를 신뢰해도 좋다.
그러나 여기서 주의할 점은 자신의 건강 상태이다.
자신이 현재 건강하다면 자신의 기호에 따라 판단하면 되지만, 만일 이미 병이 있거나 여기저기 늘 아프다면 자신의 입맛을 무조건 신뢰해서는 안 된다. 잘못된 식습관으로 병이 생겼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 잘못된 기호를 자신에게 맞는 것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되니까.
따라서 자신의 식생활 기호에 따른 체질 판단은 자신이 건강할 때만 적용할 수 있다.
(3단계) 체험 및 관찰
이렇게 자신의 체질을 진단하였다면 해당 체질의 권장 식단을 실제 적용해 본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체질을 확신해서는 안 된다. 체질식을 실천해 보고 하루 이틀 자신의 컨디션을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
이때 뭔가 정말 조금이라도 기분이 좋다거나 몸이 편안하고 호흡도 잘 되는 등의 개선이 느껴진다면 비로소 확신할 수 있는 것이다.
한의원에서 체질 진단 이후에 이와 같은 3단계 과정을 거친다면 체질 판단을 잘못할 일은 없을 것이다.
감사한 마음으로 먹는 음식이지만 체질에 따라서는 이처럼 독이 될 수 있다. 이제 더 이상 채식이냐 육식이냐 와 같은 논쟁은 사라졌으면 한다. 우리나라는 체질의학 보유국이며 체질에 따라 음식이 나뉜다는 것을 많은 사람이 알고 실천하는 지혜로운 나라이다. 다이어트라는 이름으로 유행처럼 권장되는 편향된 식습관에 대해서도 무조건적 수용이 아니라 각자의 체질에 맞게 선택하는 지혜를 발휘해 보자.
체질식은 태양인과 태음인에게 더욱 필요한 것이니 모든 체질이 과도하게 신경 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미 건강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다면, 반드시 자신의 체질부터 체크하고 지금 이 순간 내 입으로 들어오는 음식부터 개선하는 게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