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그라다 파밀리아처럼

언젠가는 바로 지금

by 혜아

2026년 완공을 목표로 했던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건축 일정이 일부 지연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주요 구조물은 2026년에 완성될 가능성이 크지만 파사드 장식이나 입구의 계단과 같은 세부적인 요소까지 모두 마무리되려면 2030년대 초반에서 중반까지도 시간이 걸린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완공을 기다리는 건 꽤나 의미 없는 일처럼 느껴진다. 언제 다 지어?라는 말이 이토록 어울리지 않는 곳이 있을까. 단순히 '아직 다 지어지지 않은 성당'이라고 표현할 수는 없는 곳이니까 말이다. 전 세계 사람들이 매일 찾아와 감탄하는 건 가우디의 성당이 만들어져 가는 과정, 그 자체라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아직도 미완성인 나를 아름답게 봐주지 못한 채 불필요하게 불편한 마음으로 지냈던 시절을 떠올려본다. 언제 뭐가 되는 거야? 하며 꼭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완공을 기다리는 일처럼. 하지만 지금은 그 '언젠가'는 항상 지금임을 잊지 않으려고 하며 매일 조금씩은 무언가를 하고 바꾸기도 하면서 매일 이어지는 과정 안의 순간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무엇이 된 나'가 아니라 되어가는 과정을 사랑할 때, 원하는 가치들은 자연스럽게 실현된다고 믿고 있다.


어떨 땐 초라하고 멋지지 않은 과정을 밟아나가면서도 매일의 내가 어떤 것을 할 수 있고 확장해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과 그것을 해냈을 때의 성취감에, 조금씩 넓혀나가는 기회와 해나가는 기쁨이 공존한다. '버티는 것'이란 그저 하릴없이 관습을 좇고 고정된 생각에 기대어 시간을 비워내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일 수 있는 시간을 축적하는 것이다. 너무나 물질적인 것을 쫓기보다 무엇이 가능한지에 대한 생각과 그 가능성에 대한 집중력을 통해 나를 믿어주는 시간이 쌓이는 것. 아무것도 미리 재단하지 않고 결론을 내리지 않으며 무엇이든 결국은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갈 자신을 믿는 것이다. 그런 자기 신뢰가 있으면 하루하루는 모든 에너지가 소진되어 '버틴다'라는 느낌이 아니라 모든 것은 영감의 원천이자 가능성의 시간이며 매일 새로운 기회가 열리는 것이라고 느껴진다.


릭 루빈은 창조적 행위에서 이렇게 말한다. "매일의 모든 기회에 온 자아를 다해 진정으로 개입하지 않고 그저 할 일 목록을 체크하듯 하나씩 지워가는 사람들이 있다. 효율성에 대한 우리의 끝없는 추구는 깊이 생각하는 것을 포기하게 한다. 성과에 대한 압박감은 모든 가능성을 고려할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다. 하지만 더 깊은 통찰은 의도적인 행동과 반복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완공된 건축물이 아니라 140년 넘게 완벽한 미완으로 존재하고 있는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당기고 있다. 도시의 끝에서 시작된 작은 해변이 점차 거대한 바다로 이어지는 것처럼. 매일 조금씩 눈에 띄지 않을 만큼의 작은 변화와 시도를 귀하게 여기며 인식할 수 있는 세상의 범위를 넓혀나가고 스스로 판을 설계한다. 어렵지만 성장의 과정을 즐기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는 사이 원하는 지점에 다다라 원하는 모습의 작품을 그려놓을 것이라고, 꼭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알려주는 것만 같다.


ⓒ 2025 by hyeah

20화를 끝으로 사랑과 자유 연재를 마치겠습니다.

주제 없는 것이 주제였던 브런치북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keyword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