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여정에서 만난 다양한 기법을 소개합니다.
지금 와서 돌아보니 내면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특별한 한 가지 방법이 있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각각의 이론이나 기법이 나름의 장점이 있었고 때론 기대와는 달라서 시행착오를 하기도 했습니다. 당시에 빨리 해결하고 싶어서 최고이자 최선의 방법을 찾기 위해 애썼지만 결국, 내면의 여정은 개인마다 전개가 다르고 상황과 시기에 따라 맞는 방법도 다르다는 것을, 그리고 우리의 무의식은 준비된 만큼 보여주고 속도에 맞게 변화가 진행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이제 제가 그간 시도했던 방법들과 느꼈던 점, 그리고 지금 시점에서의 생각을 나누어 보려 합니다. 자기 탐색과 마음공부에 대해 궁금해하시는 분들께 참고가 되기를 바랍니다.
EFT는 감정과 신체 반응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관점에서 출발한 기법입니다. 경혈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감정과 신체 반응을 함께 다루는 심리·에너지 기법으로, 침을 쓰지 않는 ‘감정 침술’로 불립니다. 1990년대 개리 크레이그(Gary Craig)가 이를 체계화해 대중화했으며, 스트레스와 정서 완화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2018년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에 의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치료를 위한 새로운 의료기술로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받아 등록되었습니다. 감정과 마음의 작동 구조를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는 기법입니다.
주의할 점 있습니다. 구조는 단순하지만 효과가 강력해서 드라마틱한 사례가 있는데 이를 접하다 보면 이 방법 하나로 웬만한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저 역시 초반에 많은 기대를 했었고요. 하지만 좋은 방법 중 하나이지 완벽한 방법은 아니므로 오픈 마인드로 접근하되 지나친 기대는 금물입니다. 그리고 감정과 신체를 직접 다루는 방식이기 때문에, 큰 트라우마나 복합적인 심리 문제의 경우에는 혼자 적용하지 말고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저의 경우 유독 효과가 더뎠던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감정을 강하게 억압하고 회피했었고, 시각·청각보다 체감각 중심의 유형이었으며, 감각을 그대로 느끼기보다 생각에 빠져 분석하는 성향이었습니다. 이러한 경우 EFT의 효과가 더디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감각을 있는 그대로 느끼는 연습이 쌓이자 현재는 효과를 체감하고 있습니다. EFT는 만능은 아니지만 원리를 이해하고 적절히 활용한다면 효과적인 도구입니다. 개인적으로 일상에서 갑작스러운 증상에 유용하게 활용하곤 하는데요, 예를 들어 스트레스로 인한 급체나 과도한 긴장, 갑작스러운 충격으로 인한 감정 상태를 빠르게 완화하는 데에 탁월했습니다.
온라인에 매뉴얼이 무료로 공개되어 있고 여러 책도 나와있습니다. 좀 더 알아보고 싶다면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정식 워크숍이나 공인 트레이너의 과정을 이용하는 것을 권장합니다(유사사이트에 주의하세요).
관련책: EFT의 모든 것
반복적인 생각은 행동을 바꾸고 반복적인 행동은 습관이 되며 습관이 결국 운명이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감사와 확언은 반복되는 말과 생각이 삶을 만든다는 원리에서 출발합니다.
감사하고 확언하기. 자기 계발서를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끌어당김의 법칙과 확언의 개념을 흔히 접할 수 있는데요. 저 역시 마찬가지였어요. 감사와 확언 일기 쓰기를 꾸준히 했었습니다. 당시 앞이 보이지 않았고 희망이 없어서 살기 위해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했습니다. 평소에 부정적인 성향, 불평불만과 비판하는 습관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고 생각했고요. 걷지 못해 일상이 멈춰버린 순간에, 오히려 사소한 작은 것부터 당연한 것이 아닌 감사한 것으로 볼 수 있는 태도를 연습하며 매일 같이 적어갔습니다. 그로 인해 건강을 되찾은 것은 아니었지만 건강을 되찾기까지 버틸 수 있게 그리고 필요한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감사하기와 긍정적 확언은 많은 분들이 추천하는 방법이지만 여기서 많이들 놓치는 포인트는 ’ 진심으로 느끼기‘입니다. 진심으로 느낀다는 의미는 무의식 차원에서 깊이 공감하고 수용된다는 뜻입니다. 확언이 잘 작동하지 않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그 문장이 내면 깊은 곳에서는 사실로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는 왜 그 말이 마음에 걸리는지, 어떤 믿음이 그것을 거부하고 있는지를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의식적으로는 원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다른 것을 원하거나 두려워하는 경우도 적지 않거든요.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고 물 잔에 따라진 반컵의 물을, 반이나 있다고 느끼고 감사하는 느낌을 느끼는 것. 그 연습이 삶을 서서히 바꿉니다. 그 속도는 매우 서서히 나타납니다. 항공모함이 운행의 방향을 바꾸는 것처럼 서서히 바뀌는 줄도 모르게 바뀌어갑니다. 대부분의 방법이 그렇지만 감사하기와 긍정확언도 갑자기 모든 게 어느 순간 바뀌는 마법 같은 방법일 거라 기대하시면 곤란해요. 책에 나온 사례는 드라마틱해서 읽다 보면 절실함에 그런 기대를 품기 쉽습니다. 처음엔 저도 그랬거든요. 하지만 대부분의 진정한 변화는 천천히 찾아오고 인생을 5년 후, 10년 후로 조금만 장기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긍정적인 삶의 변화를 위해 꼭 필요한 방법입니다.
10년이 훌쩍 넘은 뒤의 지금에서 와서 보니, 당시의 생긴 감사와 확언의 습관은 긍정적인 내면의 기틀을 다지는 과정이었습니다. 워낙 10대와 20대에 비판적이고 걱정이 많은 성향이었기 때문에 일상에서도 수시로 감사함을 느끼는 지금과 비교한다면 실로 엄청난 변화입니다. 삶의 질이 높아졌음은 말할 필요도 없지요.
관련 책: 치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라(루이스 헤이)
에니어그램은 인간의 내면 구조를 이해하는 도구입니다. 실제로 부부상담, 가족상담, 진로상담에서 폭넓게 활용되고 있으며 가톨릭의 영성 교육에서도 오래전부터 사용되어 왔습니다. 그만큼 개인의 성향을 넘어 관계와 삶의 방향을 이해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도구입니다.
우리는 흔히 ‘역지사지’가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실제 관계에서는 그것이 통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유는 상대도 나와 같은 방식으로 세상을 인식하고 반응할 것이라고 전제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인식과 반응의 방식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에니어그램은 사람마다 무엇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무엇을 잃는 것을 두려워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방어하고 통제하는지를 구조적으로 보여줍니다.
에니어그램을 인간의 성격을 분류한다는 관점으로 접근하며 거부감을 표시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는 오해입니다. 핵심은 사람을 유형으로 나누어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성격을 빚는 메커니즘을 이해하여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고 성장하는 데에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이런 사람이다’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나는 왜 이렇게 반응하는가’를 이해한 후 성장의 방향을 제시합니다. 아홉 가지의 각 유형은 타고난 기질, 건강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모습, 그리고 표현 방식과 특정 상황에서 반복되는 방어 패턴 등이 다르게 나타납니다. 각자가 가진 고유의 특징을 건설적으로 발현하기 위한 방향과 방법을 제시합니다. 따라서 자신의 성향을 더 의식적으로 사용하고 어떤 방향으로 성장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고, 성격이라는 자동화된 패턴에서 한 발 물러나 의식적으로 살아가기 위한 길을 제시하는 점에서 깊이 있는 자기 이해 도구라 할 수 있습니다.
관련 교육센터: 한국에니어그램교육연구소, 에니어그램해라
관련 책: 에니어그램의 지혜
비폭력대화(Nonviolent Communication, NVC)는 임상심리학자 마셜 로젠버그가 개발한 대화 방식입니다. 그는 오랜 기간 사람들을 관찰하며 갈등이 반복되는 공통 패턴을 발견했고, 그것을 구조화해 관찰–감정–욕구–부탁이라는 네 단계로 정리했습니다. 이 방식은 개인 간의 갈등 해결을 넘어, 실제로 분쟁 지역 중재와 평화 협상 등에서도 활용되며 그 효과가 입증되어 왔습니다.
우리는 보통 감정을 바로 말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판단·평가·해석이 섞인 언어를 감정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무시당했다’, ‘존중받지 못했다’는 표현은 감정이 아니라 해석에 가깝습니다. NVC는 이러한 자동 반응을 멈추고 지금 실제로 느끼는 감정과 그 아래에 있는 욕구를 분리해 바라보도록 훈련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대화법을 처음 접했을 때, 타인과의 관계—특히 아버지와의 대화—에 적용하려 했다가 오히려 갈등이 더 커진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에 부탁이라고 생각했지만 요구를 했던 거죠. 그 경험을 통해 알게 된 것은 비폭력대화는 타인에게 쓰기 전에 반드시 자기 자신과의 대화에서 먼저 익숙해져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비폭력대화는 구조가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당한 연습이 필요합니다. 특히 초기에 가장 흔한 오류는 관찰과 평가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 부탁을 가장한 요구와 강요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타인과의 갈등 상황에 바로 적용하기보다는 가벼운 상황에서부터 적용해 보고 자기 자신에게 일어나는 감정과 생각을 정리하는 도구로 먼저 활용하는 것을 권합니다. 내부대화에서 충분히 익숙해졌을 때 비로소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이 방식이 자연스럽게 작동하기 시작합니다.
개인적으로 재미있는 일화가 하나 있어 소개해드릴게요. 약국에서 일할 때였는데 당시 오전 9-10시는 환자가 매우 몰리는 피크타임이었습니다. 그런데 새로 온 직원이 9시 40분쯤이면 어김없이 화장실을 가는 것이었습니다. 매일 반복되자 화가 많이 났습니다. 얘기해 보니 자신은 그때의 생리적 신호를 놓치면 변비가 돼서 꼭 가야 한다 하더라고요. 그때 화가 나는 이면의 욕구를 보니까 '나도 생리적 신호가 올 때 곧장 화장실을 가고 싶어!'였습니다(약국에서 일하면 그게 매우 어렵거든요). 그 걸 알아차리는 순간 피식 웃음이 나오며 화가 누그러들었습니다. 욕구를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많은 부분이 해결된 것이죠.
내부대화에서 이러한 연습이 쌓이면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 방식도 점차 달라집니다. 타인의 말이나 행동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기보다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한 번 거쳐 인식한 뒤 대응할 수 있는 여유가 생깁니다. 대인관계 기술 이전에 자기 조절과 자기 이해를 돕는 연습이고 그 토대 위에서 관계의 변화가 자연스럽게 뒤따르게 됩니다.
전문적으로 공부하지는 않았지만, 비폭력대화는 자신을 비롯해 관계와 사회를 치유할 수 있는 강력하고도 멋진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관련 책: 비폭력대화
사랑의 학교는 EFT KOREA 협회장이자 한방신경정신과 박사인 한의사 이정환 원장이 운영하던 자기 사랑 훈련 프로그램입니다. 자비명상과 확언 등 여러 기법을 활용해 자기 사랑을 연습하도록 만들어졌습니다. 진정한 자기 사랑의 개념을 이해하고 방법을 제시하며, 누구에게나 내재된 자신 안의 근본적 사랑을 체험하고 더 나아가 일상에 적용하도록 이끌어줍니다.
사랑의 학교에서 다루는 ‘사랑’은 흔히 떠올리는 감정적이거나 쾌락적인 사랑과는 다릅니다. 여기서 말하는 사랑은 진정한 사랑, 높은 차원의 조건 없는 사랑을 의미합니다.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태도입니다. 무조건적인 이해와 수용, 변함없이 자신의 존재를 지지하는 태도입니다.
사람들은 자기 사랑이라고 하면 이기적인 사랑을 떠올리는 데 그렇지 않습니다. 이기적인 사랑은 진정한 사랑의 결핍으로 생긴 방어적 태도에서 비롯된 일종의 가짜 사랑입니다. 오히려 자신을 있는 그대로 수용할수록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수용적으로 변합니다.
사랑의 학교는 부정적 감정을 직접 다루지 않기 때문에 부담스럽거나 불편하지 않다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자신과의 근본적인 관계를 다시 설정하고 회복하기 때문에 매우 간단하면서도 삶의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내면의 든든한 체력을 길러주었고 지치고 힘들 때 방향을 몰라 휘청거릴 때, 제 삶에 등대이자 북극성과 같은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건강한 내면의 힘을 길러주었습니다. 지금도 든든한 기둥처럼 제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확언입니다. 여기서 그 일부를 소개드릴게요.
나는 나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사랑합니다. 나는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삶을 살아갑니다.
조금 모자라 보이고 혹은 조금 넘쳐 보여도 내가 나의 사랑으로 나의 길을 가고 있으니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나의 삶에서 나의 사랑이 그대로 이루어집니다.
개인적으로 6개월 동안 20-30대 직장인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했었는데 큰 호응과 함께 많은 분들이 좋은 경험을 안고 돌아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다시 진행하고 싶은 프로그램입니다.
본질은 자기 사랑의 회복
이 모든 과정은 결국 자신을 알아가고 이해하고 수용하는 태도, 자신 안의 사랑을 일깨워가는 변형과 회복의 시간이었습니다. 각각의 기법은 그 특징과 쓰임이 달라서 다른 영역을 다른 방식으로 일깨워주었습니다. 모든 기법을 배우다 보면 결국 답도 그리고 힘도 자신 안에 있다는 것과 자신을 마주하는 것으로 귀결됩니다. 그리고 여러 내면 탐색 방법의 마지막 단계는 명상이었고 지금은 명상 트레이너로써 수행을 계속 이어가고 있습니다.
결국, 제일 좋은 방법이란 것은 없었습니다. 모두 각각의 단계가 있기 때문에 각자 마음에 끌리는 방식으로 자기에게 맞는 방식으로 한 단계씩 나아가시면 됩니다. 만약 이거면 다된다, 내 방법이 최고다라는 식으로 접근하거나 이렇게 하지 않으면 큰일 난다며 두려움을 자극한다면 사이비(?)라고 보시고 거르시면 됩니다. 인간의 자기 회복의 과정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멋모르는 꼬마가 혼자 살겠다고 다짐하다가 커서는 좋은 연인 만나고 싶어서 시작된 마음공부. 그 여정은 아버지와의 진정한 화해를 선물해 주었습니다. 지난한 여정이었지만 여기까지 오게 되어 참 다행입니다. 때마침 만난 책과 사람들 그리고 다양한 인연과 여러 분들의 도움으로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알 수 없는 내 안의 무언가가 이끈 이 길을 끝내 묵묵히 걸어온 자신이 기특하고 감사합니다.
그리고, 한 때는 힘들었지만 그래도 아버지가 아니었다면 또한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거예요. 제 인생의 큰 스승이신 분, 아버지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끝으로 저의 경험과 시행착오가 여러분의 여정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자신을 찾는 여정에 선 모든 분께 응원과 지지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