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바로 해야 할 일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엔 두 분 부모님의 사이가 좋은 분도, 그저 그런 분도 아주 안 좋은 분도 계시겠죠. 부모님과의 관계에 있어서도요. 하지만 어떤 관계이든, 언젠가 우리는 이별을 맞이합니다. 그리고 그 이별은 우리에게 많은 흔적을 남깁니다.
아직 부모님이 계시다면 무슨 얘기든 나중으로 미루지 마시고 건강하실 때에 하고 싶은 얘기, 나누고 싶은 얘기를 많이 나누셨으면 합니다. 이별이 명확하게 다가왔을 땐 이미 늦습니다. 그러기엔 건강이 대화조차 허락치 않을 가능성이 크거든요. 함께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 주저 없이 계획하시고, 나누고 싶었던 오랜 이야기가 있다면 지금 시도해 보세요.
아! 좋은 순간의 일상을 동영상으로 남겨두시는 걸 권해드립니다. 그간 아버지와 함께한 일상의 영상을 찍어두지 못한 게 아쉽습니다. 죄다 병동에서의 영상뿐이라 쉽게 다시 보게 되지는 않더라고요. 예전에 누군가 그러셨습니다. 부모님의 목소리가 점점 잊혀지는게 슬프다고. 그러니 같이 만났을 때 사진만 찍지 마시고 영상도 찍어두세요. 우리네 부모님들은 영상 찍기를 어색해하시지만 억지로라도 슬쩍 담아두세요. 오늘이 남은 날 중 가장 젊고 아름다운 날이니까요.
만약 부모님과의 관계가 쉽지 않다면 저처럼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셨으면 좋겠어요. 그 과정이 의외로 쉽고 간단할 수도 있고 저처럼 아주 오래 걸릴 수도 있습니다. 오래 걸린다 해도 충분히 그 가치는 말로 표현하지 못할 만큼 큽니다. 어쩌면 이를 통해 삶을 배우는 것이 우리가 이번 생을 선택해서 온 이유일지도 모르니까요.
아버지를 보내드리던 시간 동안의 경험은, 당시 나의 인생의 모든 선택과 경험이 그 순간을 위해 계획된 것이었나 싶었습니다. 멀쩡한 회사를 다니다 그만두고 다시 약사가 되지 않았더라면, 병원을 나와 약국에서 일하지 않았더라면, 싱글이지 않았더라면 마지막 그 한 달 반의 시간 동안 아버지와 함께 할 수 있었을까. 어느 순간부터 쉽지 않아서 작업을 포기했더라면, 상담을 받지 않았더라면 내가 그 순간을 맞이할 수 있었을까. 결국 인생의 중요한 크고 작은 선택이 절묘하게 합쳐져서 그 시간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꿈꾸던 연애를 하고 싶어서 마음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비록 지금 원했던 걸 이룬 건 아니지만 그로 인해 제 인생의 중요한 매듭을 풀 수 있었고 자신을 존중하고 이해하게 됐습니다. 게다가 명상을 하면서는 외로움과 결핍감에서 멀어져 혼자서도 잘 지내는 사람이 되었고요. 한마디로, 지금은 제가 저인게 참 좋습니다.
하하… 그나저나 이번에 아버지와의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잠시 그 시간으로 돌아갔었네요. 또 이렇게 눈물이 날 줄은 몰랐지만.
아. 혹시 저처럼 아버지와의 관계가 불편해서 좋은 사람을 만나기 어려울 거라 생각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말씀드리고 싶어요. 꼭 아버지와의 관계가 좋아야만 좋은 사람을 만나는 건 아니랍니다. 물론 심리학적으로 그런 경향이 있지만 예외는 늘 있고 여러 맥락이 있기 때문에 혹여라도 그 문제로 스스로를 한계 짓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세상의 인연을 한 가지로 단정 짓긴 어렵고 여러 종류의 사연으로 만나기 때문입니다. 어떤 이는 아버지로 인해 받은 상처를 연인을 통해 치유받기도 하거든요. 다만, 스스로가 필요하다고 느낀다면 내면의 여정을 해보시길 바라요. 그 결과는 단정 짓지 말고요.
그럼 저의 이야기는 여기서 마칩니다. 어쩌면 부모님이 투병 중이셔서 이별을 준비할지도 모른 분께도 이 이야기가 조금이라도 위안과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 간의 긴 글 읽어주셔서, 저의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에필로그로 제가 했던 내면의 여정에서 했던 작업에 대한 소개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