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들에게 모두 주고 사라졌다
시골의 겨울은 성큼성큼 다가온다.
짝짓기에 성공한 새들은 집을 짓느라 바쁘고 아직 짝을 찾지 못한 새들은 마음만 바쁘다. 옆에 앉아 살짝궁 다가서는 '썸'은 여름과 함께 사라졌다. 옆에 앉아 퉁 친다. 상대 새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냥 날아 올라가버린다. 옆으로 살짝 비켜 앉아 마주 볼 시간 따위는 없다. 여름 한철보다 구애하는 모습들이 투박하다. 그들에게 짝짓기는 더이상 애틋하지 않다. 생존을 위해서 거칠어진다.
그렇게 시골의 겨울은 분위기가 없다. 특히 동물들한테...
여름철에는 산책을 갈 때마다 구석구석에서 출몰하는 고양이 새끼들을 보는 재미가 솔솔 했다. 유전자는 못 속인다고 자신과 꼭 닮은 새끼들을 줄줄이 앞세우고 뒷 세우면서 걸어가는 고양이들을 보고 있으면 저 맛에 새끼 키우는구나 웃음이 떠올랐다.
하지만 새끼들이 커가면서 우리 집에 찾아오던 녀석들이 하나둘 사라지고 다른 고양이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고양이 이름을 지어주다가 작명소를 차려야 할 판이다. 냥냥이만이 드문드문 보였다. 새끼들이 커가면서 어미들이 보이지 않는다.
낯가림이 심한 녀석들하고 새롭게 얼굴을 트려니 지난 겨울 찾아오던 녀석들이 그립다.
"네 에미는 어디 갔니?"
물어도 녀석들은 눈만 동그랗게 뜰 뿐 홱 지나가버린다.
너를 원망하는 게 아닌데. 단지 네 어미 소식이 궁금할 뿐인데.
아마 녀석들도 제 어미의 소식을 듣지 못한 지 오래일 것이다.
시골에 사니 꽃이 지고 피는 이치를 몸으로 깨닫는다. 이른 봄에 성급하게 꽃망울을 터뜨리고 튼튼한 열매를 달고 있던 매화나무도 제 잎을 모두 떨궈버렸다.
잔디는 '난 이제 모르겠다'하며 제 푸른색을 종이 뒤집듯이 갈색으로 바꿔버렸고 늦게 핀 백일홍들은 갈색 잔디를 요 삼아 누워버렸다. 나비들만이 잠시 꽃들 위에 내려앉아 위로의 말을 건네고는 떠나갔다.
모든 게 자연의 섭리인데 관심 있게 새겨두었던 고양이들이 사라지는 모습에는 쉽게 적응이 되지 않는다.
이른 아침 동네 개들이 시끄러워 내다본 마당 한가운데에서 자기만 한 산비둘기를 입에 물고 당당하게 걸어가던 꼬나의 뒷모습이 그립고 내가 쳐다보는지도 모르고 온 몸을 쭉쭉 돌려가며 그루밍을 하던 세깜이도 보고 싶다.
작별인사 한마디 없이 사라져 버리는 녀석들이 야속하고 그렇게 짧게 왔다가는 그들의 삶이 서럽다.
이제부터는 너무 정 주지 말아야지. 작명소도 문을 닫고 들고양이들을 스치듯 지나가는 나그네로 여겨야지.
겨울에 굶지 말라고 밥이나 열심히 줘야겠다.
시골의 겨울은 너무 춥다.